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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자른 손가락 때문에 감방 갔다…어느 황당 보험사기

중앙일보 2020.06.09 05:00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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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과 이달 4일, 50대 두 남성이 나란히 법정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한 남자는 징역 1년 6개월, 다른 남자는 징역 1년 2개월 형이었다.  
 

고의로 왼손 손가락 3~4개 잘라 보험금 수억원 타내
법원 “잘린 손가락 길이 제각각, 한번에 잘린것 아냐”
단기간에 여러 보험 가입도 의심…돈 빌려 보험료 내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이다. 요컨대 ‘보험 사기’다. 이들은 스스로 손가락을 잘라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가 들통났다.  
 
법원에 따르면 A씨(55)는 지난 2016년 11월 29일 오전 3시 30분쯤 대구 한 냉동창고에서 전기기계절단기를 이용해 왼손 중지와 약지, 새끼손가락을 절단했다. 일부러 손가락을 3개나 자른 것이지만, 그는 2017년 1월과 2월 5차례에 걸쳐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모두 6931만8000여원을 지급 받았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가장해서다. 6차례 걸쳐 3억5800여만원도 타내려고도 했지만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해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B씨(56)는 한 술 더 떴다. 고의로 손가락을 잘라 보험금을 타내는 것 외에 산업재해로 꾸며 산재보험금까지 타내기로 마음먹었다. 2014년 12월 4일부터 19일까지 3개 보험사에 가입한 뒤 사회에서 만난 지인 A씨에게 “고의로 손가락을 절단시켜 사고를 당한 것처럼 꾸미면 산재보험금과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탈 수 있으니 미리 네 사업장 명의로 산재보험에 가입해 달라”며 “보험금을 타게 되면 너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결국 A씨가 운영하는 수산업체 종업원으로 등록한 B씨는 2015년 1월 22일 오후 8시쯤 대구 한 시장 노점 가판대에서 생선절단용 칼을 들고 스스로 왼손을 내리쳐 검지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절단했다. 그러고는 생선절단을 하다 사고가 난 것처럼 속여 2015년 7월까지 9차례에 걸쳐 보험금 3억4715만여원, 2018년 3월까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보험금 3468만여원을 타냈다.
 
이들이 보험 사기로 유죄 선고를 받게 된 결정적 이유는 법의학적 분석로 드러난 단서 때문이었다. 대구지법 형사1단독 이호철 부장판사는 “손가락 각각의 길이가 다르게 절단돼 있어 최소 3회 이상의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 보고서에 주목했다. 법원에 따르면 사고 직후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손가락 절단 부위가 일직선상에 있지 않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두 남자가 사고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점도 혐의 입증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의 처가 2014년부터 카드론, 현금서비스, 대부업체의 대출을 통해 생활하고 있었고, A씨도 2015년 빌린 냉동창고를 임대료를 미납했다”면서 “보험회사나 대출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인터넷 도박에 사용했고 보험료를 연체해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받아 보험료를 납입했다”고 지적했다. B씨도 사고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지명수배 상태였다.
 
단기간에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점도 의심을 샀다. A씨는 2011년 11월 29일부터 2016년 4월 28일까지 7개 보험회사에 9개 보험을 가입했는데 이 중 7개 보험이 사고 전 2년 내 가입한 보험이었다. 보험료 총액이 126만7000여원에 달했다. B씨도 2014년 12월 3개 보험에 가입하고 한 달여 만에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보험회사에 제출한 경위서에도 사실과 다른 점들이 발견됐다. 손해사정사무소가 사고 직후 작성한 사고경위 문답서에서 B씨는 “2015년 1월 22일 오후 7시쯤 식사하면서 반주로 소주 2잔을 마신 뒤 동태 절단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며 “이를 A씨가 바로 뒤에서 목격했고 바로 옆에서 과일 노점을 하는 업주와 종업원이 이를 보고 택시를 잡아줬다”고 했다. 하지만 옆 과일 노점 업주와 종업원은 재판에서 “이 사고를 목격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두 피고인은 재판에서 우발적인 사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정황 증거 등을 종합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보험사기 범행은 사회적으로 폐해가 크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근절이 필요하다”며 “피고인들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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