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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탈출’한 삼성…반도체비전 2030·해외M&A 과제

중앙일보 2020.06.09 04:41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모면하면서 삼성은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반도체 패권갈등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총수의 공백은 치명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하면서 삼성은 과감한 투자와 그동안 미뤄왔던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삼성, 총수 있어야 대형 투자 가능

삼성은 최근 2년간 미래 4대 성장 사업(180조원 ㆍ2018년 8월), 반도체 비전 2030(133조원ㆍ2019년 4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13조1000억원ㆍ2019년 10월) 등에 3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2018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에 이뤄졌다.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이처럼 총수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불구속으로 삼성은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더욱 과감한 미래 투자를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도체 초격차’ 위한 투자 계속할 듯   

삼성은 우선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전략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반도체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한 상황이다.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위 자리가 굳건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또 반도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만 업체를 뒤쫓아야 한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10년간 130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비메모리 1위에 오르겠다며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배경이다.  
 
삼성은 실제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최근 20조원 가까운 투자에 착수했다. 지난달 평택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구축에 10조원을, 지난 1일에는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7조~9조원을 투입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위한 본격 투자가 올해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굵직한 투자를 직접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에 착수했다. 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7조에서 9조 규모로 추산된다. 사진은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뉴스1]

삼성전자는 지난 1일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에 착수했다. 2021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7조에서 9조 규모로 추산된다. 사진은 평택캠퍼스 P2 라인 전경.[뉴스1]

 

신기술 M&A에도 다시 뛰어들 듯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와 신기술 획득을 위해 해외 대형 M&A에 적극 뛰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그해 12월 미국에 AI(인공지능) 등을 연구할 리서치 아메리카센터를 설립했다. 또 2017년에는 국내 기업의 가장 큰 M&A로 기록된 전장기업 하만을 9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2017년 2월 이후 삼성의 M&A 활동은 사실상 멈추다시피 했다. 
 
그 사이 삼성의 경쟁자격인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은 M&A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은 영국의 화물 운송 스타트업인 비컨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애플은 4월에만 증강현실(AR) 등 스타트업을 3곳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통신 소프트웨어 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워크'를 인수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도 경영난에 빠진 글로벌 스타트업이 많다"며 "삼성도 글로벌 경쟁사들과 대결하려면 스타트업이나 신기술을 적극 M&A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뉴 삼성'으로 변화 과제도  

이 부회장은 동시에 과거 삼성과 단절하고 뉴 삼성으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 부회장은 노조 활동 보장과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삼성전자 등 7개 주요 계열사는 노사관계 자문그룹 운영과 시민단체 소통 전담자 지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노사관계부터 시민사회 소통까지 변화를 위한 후속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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