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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띄어앉기가 정답은 아니다

중앙일보 2020.06.09 00:09 종합 24면 지면보기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클래식 음악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한 회사의 비용 계산서를 받아 봤다. 600석짜리 공연장에서 연주자 10여명이 출연하는 공연을 위한 것이었다. 장소 대관료, 연주자 출연료, 홍보비, 진행비를 합쳐 드는 비용은 2400만원. 협찬·후원이 없는 기본적 수익 구조를 고려했을 때 티켓 수입으로 충당할 비용이다. 3만~7만원 티켓 600장을 모두 판매했을 때 수입은 28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계산서의 내용은 바뀌었다. 한 칸씩을 띄운 지그재그 앉기, 즉 객석 띄어앉기로 좌석을 판매했을 때 1400만원으로 티켓 매출이 줄어든다. 티켓을 다 팔아도 1000만원을 손해 보면서 공연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회사에서의 공연 좌석 배치도도 봤다. ‘팔지 않는 좌석’을 뜻하는 X자가 배치도를 뒤덮었다. 그래도 이 공연은 그대로 열렸다.
 
이걸 알면서 공연을 하는 이유는 뭘까. 공연은 한 회사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경제 활동’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계엔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예술가들에 대한 연민이 이어진다. 피아니스트가 택배 배달을 하고, 연극배우가 대리 기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실제로도 일부 그렇게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1월의 공연장 방역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1월의 공연장 방역 모습. [연합뉴스]

그렇지만 예술계는 개인이 아닌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 공공 극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이후 다시 문을 닫았다. 다만 회수되지 않을 비용을 들이면서 공연을 계속해야 하는 곳은 민간 회사들이다. 상황은 이런데 띄어앉기로 대표되는 국내 공연장의 K-방역이 화제다. 전 세계 중 한국에서만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이 있는가 하면 관객 간 전염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연을 만드는 민간 회사의 수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객석 띄어앉기로 여는 공연의 수익이 비상식적인데, 띄어앉기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것은 타당한 일일까.
 
공연장의 K-방역이 세계적 모범이 된다는 식의 논리는 시기상조다. 티켓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는 띄어앉기가 코로나19 시대의 궁극적 대안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예술을 돈벌이와 상관없는 사치로 보는 시각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출연자들이 합당한 출연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무료가 당연한 것처럼 배포되는 온라인 공연도 예술계 종사자의 생업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봐야 한다. 온라인 문화생활이 늘어났다는 건 단지 한쪽 면일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필자가 계산서를 들여다봤던 공연은 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으로 취소됐다. 마이너스 1000만원 이익에서 0원 매출로 돌아선 회사는 어떤 공연을 다시 기획할 수 있을까. 예술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무대 위와 아래 여러 사람의 생계를 걸고 돌아가는 경제 활동이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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