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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미대사의 발언 부적절, 한·미 동맹 신뢰 회복해야

중앙일보 2020.06.09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수혁 주미대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한·미 사이의 오해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경쟁으로 국제사회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터에 한국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북한까지 거들어 듣기에도 민망한 용어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이 대사는 지난 3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가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냈다. 한·미는 1950년 한국전쟁을 통해 군사동맹이 됐고, 북한의 군사위협에 함께 대처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동맹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니 미국으로선 그저 의아했을 듯싶다.
 
정 장관의 말도 시기상조다. 그는 지난 3월 미국 디펜스뉴스 기고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면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방위체제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미국 예비역 대장은 “정 장관이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며 한국 국방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사실 전작권을 전환하면 ‘한국 주도, 미국 지원’의 관계로 바뀌는 게 맞다. 하지만 전작권 문제를 잘 아는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이 정 장관의 말을 의심하는 데는 그만한 현실적 이유가 있다. 한국군이 정보 수집이나 북핵·미사일 대응능력 차원에서 전작권을 가져올 준비를 아직 갖추지 못한 게 현 상황이다. 그래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연합작전능력 평가 역시 지연되고 있다. 또 전작권 전환 뒤 한국의 중국 편향 우려에 대한 미국의 의심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장관이 전작권 전환이 벌써 이뤄진 것처럼 자랑삼아 얘기하는 게 미국으로선 마땅치 않을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독일 주둔 미군을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한마디 사전 경고도 없이 이뤄졌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의 안보상황은 독일보다 더욱 엄중하다. 더구나 북한은 어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통화를 거부했다. 2018년 9월 개통 이후 처음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처럼 연락사무소 철폐와 9·19 군사합의 폐기 등 남북 경색으로 이어질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태도 돌변과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안보 대비에 한눈팔지 말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면서 한·미 동맹의 신뢰 회복부터 노력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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