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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이어 이낙연 “기본소득 논의” 가세, 퍼주기 경쟁 우려

중앙일보 2020.06.09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포스트 코로나’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인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포퓰리즘 경쟁인가.
 

이낙연 “취지 이해, 찬반논의 환영”
이재명 “찬성” 김부겸 “복지도 중요”
박원순 “전 국민 고용보험이 낫다”

안철수·오세훈 “검토 필요하다”
진보의 정책, 야권서 적극 이슈화

전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 금액을 최소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좌파 정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보수·진보 진영 모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를 앞세워 기본소득 정책 공론화에 나섰다. 9일 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도 논의에 뛰어들었다. 차기 여야 잠룡들도 논쟁에 발을 담그면서 2022년 대선 주요 의제로 조기 점화되는 형국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표현은 관전자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유력 당권·대권 주자로서 기본소득 논쟁에 참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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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보수 진영의 좌클릭 의제나 대선 주자의 담론으로 부상하면서 그 필요성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다양한 각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권 내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며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라며 신속한 제도화를 촉구했다. 8일엔 기본소득을 “저비용 고효율의 신경제정책”이라고 표현했다.
 
정치권에선 ‘경기도민 재난지원금’의 학습효과로 힘을 얻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전에 전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며 치고나가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인지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본소득 도입 논란

기본소득 도입 논란

대선 전초전 양상 … 청와대 “논의 아직 일러”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훨씬 더 정의롭다”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박 시장은 지난 7일 페이스북 글에서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실업이 가시화한 현실에서는 실직자 구조가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기본소득은 복지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며 “우선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및 실업 부조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민주당의 드라이브에 대해 청와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일 “재원은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다른 나라의 사례에 대한 스터디가 있어야 한다. 구체화된 수준에서의 논의는 이른 것 같다”고 민주당의 분위기와 선을 그었다.
 
야권의 잠룡들도 잇따라 기본소득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을 집중 검토하겠다”며 ‘K기본소득’이라는 표현을 제시했다. 유승민 전 통합당 의원도 최근 대학 특강에서 “기본소득제는 황당한 발상 같지만 유럽에선 이미 국민투표도 했다”며 “당장 실현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오세훈 전 통합당 의원도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모성 논쟁보다 정교한 준비 필요” 지적
 
반면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8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기본 소득제가 실시되려면 세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되는 것을 국민들이 수용해야 하고, 복지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며 “스위스 국민이 왜 기본소득제를 국민 77%의 반대로 부결시켰는지 알아나 보고 주장들 하시는지 참 안타깝다”고 했다.
 
백가쟁명식으로 논쟁이 급증하다 보니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내걸고 있는 소수 정당(기본소득당, 시대전환)에서는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당히 걱정되는 게 ‘기본소득 30만원? 그럼 난 60만원’ 하는 ‘받고 더블’ 하는 식이다. 기본소득은 굉장히 중요한 어젠다지만 만만한 제도가 아닌 만큼 치열하고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기본소득을 이슈로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원내 7개 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열자”고 공개 제안했다.
 
여론은 찬반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한 결과, 응답자의 48.6%는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42.8%는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세금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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