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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시설서 빠진 탁구장, 방판업체…방역 사각지대 비상

중앙일보 2020.06.08 18:38
서울 관악구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와 양천구 탁구장이 방역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새로운 방역 사각지대로 떠오르자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지난 7일 오전 최근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양천구의 한 탁구장 입구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지난 7일 오전 최근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양천구의 한 탁구장 입구에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방문판매업체, 탁구장발 확진 이어져
자유업 등록, 미등록 등 방역 구멍
관리점검에 행정력 부족 목소리도
서울시, 홍보관 집합금지령
350개 탁구장은 운영자제 권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리치웨이 관련 누적 확진자는 52명이다. 2일 구로구 거주 70대가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서울에서만 30명이 확진됐다. 지난 4일 확진자가 처음 나온 양천구 탁구장 관련 누적 확진자는 41명이다. 방역당국은 탁구장 이용자가 경기도 용인시 큰나무교회에서 예배 본 것을 확인하고 이곳 집단감염 역시 탁구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탁구장 이용 확진자는 22명, 큰나무교회 관련 확진자는 19명이다. 
 
체육시설법상 체육시설 분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체육시설법상 체육시설 분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방역 당국에 따르면 탁구장 관련 확진자들은 탁구를 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확진자가 다녀간 때와 비슷한 시기 올라온 해당 탁구장의 영상을 보면 이용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호흡수가 많아지면서 침방울이 많이 발생했고 환기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상당수 전파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탁구장은 출입자 명부도 기록하지 않았다. 
 
탁구장은 넓은 의미로 실내체육시설에 속하지만, 체육시설법상 체육시설업이 아닌 자유업이다. GX(Group Exercise)나 스피닝같이 밀폐된 시설에서 집단운동을 해 고위험으로 분류된 시설은 의무적으로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기록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지만 그 외 실내체육시설에는 권고사항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탁구장과 방문판매업체에 대한 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탁구장과 방문판매업체에 대한 방역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노인을 대상으로 노래부르기, 건강용품 홍보 등을 해 고령층 감염자가 다수 나온 리치웨이 역시 방역 구멍이었다. 이 업체는 방문판매업·의료기기업·식품위생업 어느 업종으로도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입자 명부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방역수칙 준수가 미흡한 상황이라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폐쇄회로(CC)TV가 없고 업체 측이 협조적이지 않은 데다 방문자 다수가 고령층이라 의사소통이 힘들어 역학조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자체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탁구장을 포함한 전체 실내체육시설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양천구 관계자는 “탁구장·볼링장 등은 자유업에 속해 상대적으로 관리·점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기존 노래방·PC방·학원·태권도장에 이어 주말에는 개척교회와 다단계판매업소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지 점검했다”면서 “모든 실내체육시설을 다 점검하기에는 솔직히 행정력이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문화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자유업을 포함한 모든 실내체육시설이 생활방역 지침 준수 대상이지만 점검은 위험도와 상황에 따라 지자체가 정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같은 서울이어도 어떤 자치구는 자유업 시설까지 다 점검하고 어떤 자치구는 선택적으로 일부만 한다”며 “지자체 행정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두 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줌바댄스 역시 자유업으로 충남 천안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뒤 점검이 이뤄졌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한 방문판매업체 내부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한 방문판매업체 내부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7일 “8~19일을 방문판매업체 집중점검 기간으로 정해 불법 떴다방 같은 업체가 확인되면 즉각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새로운 방역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방문판매업체의 상품설명회, 교육·세미나·레크리에이션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일명 ‘홍보관’ 형태로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는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탁구장 약 350곳을 대상으로 ‘운영자제 권고 및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명령’도 내렸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방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들에서 계속해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공간이 어떤 것이 있는지 평가하고 쪽방촌, 노숙인이 모이는 곳, 고시원, 함바식당, 건설현장 등 방역 취약지대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윤상언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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