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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연루' 소문 무성했던 신라젠 수사, 경영진 사법처리로 사실상 종결

중앙일보 2020.06.08 15:09
지난달 11일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일었던 '신라젠' 수사가 경영진을 처벌하는 수준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8일 검찰이 발표한 ‘신라젠 경영진 등 비리 중간 수사결과’에는 문은상 현 신라젠 대표이사와 이용한 전 대표이사, 곽병학 전 감사 등 주요 전ㆍ현직 임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및 배임 혐의만 나열돼 있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신라젠 로비 의혹 관련 내용은 없다.
 

'여권 로비 의혹'에 檢 "실체 확인 안 돼"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015년 6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집단지성'. 가운데 이철 전 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모습이 확인된다. [사진 유튜브]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015년 6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집단지성'. 가운데 이철 전 VIK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신라젠 행사에서 자리를 함께한 모습이 확인된다. [사진 유튜브]

신라젠의 정치권 연루 의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노사모’ 등에서 활동한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2014년 9월 신라젠 최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불거졌다. 또 유 이사장 등 일부 여권 인사가 신라젠 설명회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신라젠의 성장 배경에 여권 인사들의 조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제기됐다.
 
하지만 ‘유시민·여권 신라젠 연루설’과 같은 의혹에 대해 이날 검찰은 “신라젠 사건의 주요 부분에 대한 수사는 종결했다”며“언론에서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신라젠을 둘러싼 여러 의혹 중 핵심으로 꼽혔던 ‘여권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신라젠 계좌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며 분석했지만 유시민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여야 정치권 로비 장부’에 대해서도 검찰은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로비 장부는 수사 과정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경환·임종룡 연루설은 계속 수사

지난달 14일 오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종합민원실에 신라젠 관련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을 고발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지난달 14일 오전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종합민원실에 신라젠 관련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을 고발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다만 검찰은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발사건 등 나머지 부분은 통상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신라젠의 ‘실패’를 알았음에도 정부로부터 보조금 92억원을 받고 주식을 부양시키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며 이들을 사기ㆍ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투기감시센터는 “2011년부터 바이오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 고위직이 신라젠의 사기 상장을 도와줘 막대한 이득을 취했고, 투자한 국민들은 약 5조7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단 검찰 관계자는 “고발된 사건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 현직 대표 구속 기소 "1918억원 부당이득"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는 이용한 신라젠 전 대표(왼쪽)와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가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는 이용한 신라젠 전 대표(왼쪽)와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가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지난해 8월부터 신라젠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 서정식)는 이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 대표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의 조력자 역할을 한 4명을 불구속기했다고 밝혔다. 
 
문 대표와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는 지난 2014년 3월 실질적인 자기 자금 없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000만주를 인수한 뒤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은 2013년 7월 A사가 한 대학 산업협력단으로부터 7000만원에 사들인 신약 개발 관련 특허권을 30억원을 지불하고 사들여 신라젠에 29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문 대표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지인 5명에게 부풀린 스톡옵션 46만주를 부여한 뒤 매각이익 중 약 38억원을 돌려받는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지난해 6월에 자본 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 달러(한화 60억원)를 빌려준 이후 ‘전액 손상’ 처리를 해 신라젠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이날 추가로 적용됐다.
 

"미공개 정보 이용했다 보긴 어려워"

하지만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치웠다는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문 대표 등 전ㆍ현직 경영진이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은 주식 매각 시기와 미공개정보의 생성시점 등에 비추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경영진의 주식 매각 시기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에 걸쳐 있는데, 미공개 정보 생성 시점은 2019년 3월부터라 시기상으로 떨어져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또 코스닥 상장 과정을 두고 불거진 ‘신라젠 기술특례상장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그 점도 중점을 두고 확인했는데, 상장 과정에서 범죄로 판단할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신모 신라젠 전무는 악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지난해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보유 주식 전량인 16만7777주를 88억원에 매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만약 신 전무가 악재성 정보를 몰랐더라면 약 64억원어치의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구속된 주요 전ㆍ현직 임원 네 명을 제외하고도 검찰은 이들의 범죄를 도운 페이퍼컴퍼니 법인과 그 대표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도 각각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문 대표의 고가주택과 주식 등 1354억원 상당의 재산을 확보했으며, 향후 추가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범죄로 얻은 부당이득을 철저하게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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