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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법' 만드려는 정부…5년전 인권위는 "인권침해"

중앙일보 2020.06.08 11:34
“민간단체 혹은 민간인의 대북전단 활동은 헌법상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북한의 위협 또는 남북한 사이의 ‘상대방에 대한 비방ㆍ중상 금지’ 합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북한의 위법ㆍ부당한 위협을 명분으로 민간단체 혹은 민간인의 정당한 대북전단 활동을 단속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2015년 1월 26일 ‘민간인의 대북전단 활동을 제지해선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 내용이다. 당시 인권위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 혹은 그 발원점에 대하여 물리적 타격을 가하거나 그러한 행위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명백히 국제인권 규범 및 국제법에 위반되는 범죄행위”라며 “북한의 협박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해당 개인의 행위를 제지하는 것은 바로 북한의 부당한 요구에 부응하여 우리 정부 스스로 인권침해 행위를 하는 것이 된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인권위 “대북전단 금지 안 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연합뉴스]

최근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 반발하자 정부가 대북 전단 차단의 법제화 검토 방침을 밝히며 5년 전 인권위의 결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4시간여 만에 통일부는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경지역에서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단일 법률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포함하는 법리적ㆍ법체계적으로 무리 없이 균형 있게 조항이 담길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野 “北 엄포에 정부 머리 숙여”

서정숙(왼쪽부터)·조태용·신원식·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서정숙(왼쪽부터)·조태용·신원식·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야권에선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결정을 정부가 무시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법이라도 만들라’는 김여정의 말에 통일부는 4시간여 만에 ‘준비 중’이라고 나왔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지하겠다’는 북한 엄포엔 청와대와 국방부가 나서 머리를 숙였다”며 “정부는 5년 전 인권위의 의견에 대해 왜 모른 척하는가. 진짜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면 명백한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또 “인권위의 결정을 무시하겠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반인권 정부’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며칠 전 (주미 대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는 나라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 어느 나라를 선택할 수 있느냐는 위상을 가진 떳떳한 나라라고 했다”며 “그런 나라가 왜 북한에 대해선 제대로 분명한 얘기를 하지 못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의 핵이 무섭고 북한의 화학무기가 두려워서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건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앞으로 대북관계에 있어서 분명한 태도를 가져서 국민 가슴에 상처 입히지 않도록 노력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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