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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된 '구글 닥스'가 美 흑인 시위 '신무기'로 주목받는 이유는

중앙일보 2020.06.08 06:30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항의 피켓을 들었다. 사진 AFP=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항의 피켓을 들었다. 사진 AFP=연합뉴스.

 
웹 문서 편집 도구 구글 닥스(Google Docs)가 미국 흑인 사망 시위의 정보 공유 도구로 떠올랐다. 출시 8년 만에 ‘새 용도’가 부각된 것. 미국 MIT테크놀로지리뷰는 "단순함과 접근성을 갖춘 구글 닥스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넘어서는 저항의 도구가 됐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012년 세상에 나온 구글 닥스는 주로 업무·교육용으로 사용됐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SNS)가 사회적 캠페인의 주 무대가 되어 성폭력 폭로 운동 '#metoo(미투)', 프랑스 표현의 자유 운동 #JeSuisCharlie(나는 샤를리다) 등을 이끈 것과는 달랐다.  
 
이번엔 SNS 못지않게 구글 닥스가 주목받고 있다. '익명성'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DC에 군사력을 동원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집회 참여자들은 시위에 대한 각종 정보를 구글 닥스로 공유하고 있다. SNS에 글을 올리면 작성자의 계정 등 신원 정보가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만, 구글 닥스는 문서 링크만 있어도 내용을 보거나 편집, 공유할 수 있어서다.
 
구글닥스에 공유중인 인종차별 관련 문서.

구글닥스에 공유중인 인종차별 관련 문서.

 
'흑인 생명을 위한 책임과 행동 자료(Resources for Accountability and Actions for Black Lives)'라는 구글 닥스에 7일 오후 링크를 통해 접속했다. 개, 고양이, 코끼리 등의 동물 아바타로 표시된 사용자 70여 명이 참여해 있었다. 실시간으로 미 전역 조지 플로이드 시위 관련 정보가 수정되어 올라왔다. 11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는 미 조지아주립대 대학원생 카를리사 존슨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공유했다.  
 
인종차별 반대 관련 구글 닥스는 최근 수십 개 만들어졌다. 미국 작가 앨리사 클라인과 영화감독 사라 소피 플리커가 5월 말 제작한 '반인종주의 자료(Anti-racism resources)' 문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기사, 책, 영화, 팟캐스트 목록, 소셜 미디어 계정 등 75개 항목이 담겼다.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보내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해요' 편지 양식이나 인권 단체의 모금 운동과 관련된 문서도 있다. 시위 참여자에게 법적 도움을 주기 위한 구글 스프레드시트에는 40개 이상의 미국 변호사 단체와 100명 이상의 공익 변호사 연락처 등이 담겼다.

 
구글닥스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반인종주의 관련 문서.

구글닥스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반인종주의 관련 문서.

 
구글 닥스의 '익명성'이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정보보호 활동가 아랄 바칸은 5일 IT 전문매체 프로토콜과의 인터뷰에서 "구글 설문이나 문서에 참여할 경우 작성자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기록된다고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구글의 법무 담당 리처드 살가도 이사는 "구글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정부 요청을 제외하고는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요청의 경우는 사용자에게 관련 내용이 통지된다"고 밝혔다.
 
공권력의 감시와 추적을 피하기 위한 디지털 시위 기법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시위대는 암호화된 메시지 앱 시그널(Signal)을 활용해 시위 관련 메시지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 핸드폰 ‘비행기 모드’를 켜 위치 추적을 피한다. 지난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경찰이 앱(아이워치 댈러스)을 통해 시위자 신원을 신고받자,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 앱에 K-POP 영상을 대거 올려 과부하를 유도하는 '트래픽 공격'으로 앱을 먹통으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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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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