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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시작땐 총격 시작" 트럼프, 저커버그를 위기로 내몰다

중앙일보 2020.06.08 06:00 경제 2면 지면보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사진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사진 AFP=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시위’가 페이스북을 갈림길에 세웠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사재 5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챈-저커버그 재단’의 과학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을 방치한다’며 페이스북을 공개 비판했다. 회사의 일부 임직원은 결근 중이다. 거대한 여론의 장을 열면서도 ‘유해 표현’의 판단자가 되기를 주저해 온 저커버그의 위기다.

[팩플]

 

무슨 일이야?

지난 6일 챈-저커버그 재단(CZI)의 연구 지원을 받는 143명의 과학자가 마크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의 콘텐트 정책이 우려된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적은 게시물이 페이스북이 금지한 ‘거짓 정보와 선동’에 해당한다며, 페이스북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하버드·스탠포드 등의 교수이며, 노벨상 수상자도 있다.
· 트럼프는 이 내용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모두 올렸다. 트위터는 해당 트윗에 ‘폭력 미화’라는 딱지를 붙이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 질병 퇴치와 교육 등을 지원하는 CZI는 저커버그 부부가 2015년 설립했다. 부부가 소유한 페이스북 주식의 99%(당시 52조원 가치)를 생전에 이곳에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실행 중이다.
· 저커버그는 진화에 나섰다.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며 “표현의 자유 보장의 큰 원칙 아래에서도 인종적 정의와 유권자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트위터는 이에 '폭력 미화'라는 딱지를 붙였다. 사진 트위터 캡처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트위터는 이에 '폭력 미화'라는 딱지를 붙였다. 사진 트위터 캡처

 

이게 왜 중요해?

코로나19 팬더믹과 미국 흑인 시위라는 두 가지 큰 사건에, 소셜미디어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짓·유해 정보를 방치하지 말라는 것.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유통되는 콘텐트에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기존의 미국 법(통신품위법 230)이 흔들리고 있다.
·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통신품위법 230조의 수정을 명령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라는 내용이다.
·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기존의 법(230조)에 부정적이었다. 미국 민주당 대권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페이스북이 거짓 정보를 놔둔다”고 비판해 왔다.
 

이게 왜 어려워? 

그러나 무엇이 거짓이고 유해한지를 누가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특히, 특정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을수록, 그 플랫폼의 규정이 사실상 사회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 최근 아마존은 보수 성향 작가가 코로나19에 대해 쓴 책의 판매를 금지했다가 비판을 받고 철회했다. 알렉스 베렌슨은 자신이 쓴 ‘코로나19와 격리에 대한 보도되지 않은 진실’이라는 전자책의 아마존 유통이 금지되었다고, 트위터에 비판했다. 그러자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의 트위터 계정으로 ‘이건 미친 짓’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 머스크는 ‘아마존을 깨부술 시간이다, 독점은 나쁘다’는 글도 트위터에 적었다(원문). 전자책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특정 책을 금지하면 사실상 그 내용은 세상에 못 나온다는 취지다.
· 트위터·페이스북은 코로나19 관련 거짓 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에 ‘위험’ 딱지를 붙인다. ‘중국 우한 연구소 바이러스 유출설’ 관련 콘텐트에 이 딱지가 붙었다. 일각에선 ‘나중에 사실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비판했다.
 
 

그 전엔 무슨 일이

저커버그는 ‘우리는 세부 규칙을 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 지난달 저커버그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온라인에서 오가는 모든 말에 대한 진실의 결정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문에서는 “민주주의 근본 가치와 연관된 결정을 일개 기업이 하면 안 된다”며 “사회에서 규칙을 정해 달라”고 했다.
· 지난 2016~2018년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사태에서 페이스북은 혐오ㆍ거짓 콘텐트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페이스북은 미얀마 군부 관계자의 계정을 삭제했다.
 

한국은 어떤가

·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44조 7항은 범죄를 교사·방조하는 내용의 인터넷 유포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같는 법 44조 4항에 따라 인터넷 업체는 이런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자율 규제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 교사나 혐오 발언, 욕설 등이 담긴 게시물에 대한 인터넷 업체의 법적 책임은 없다. 
· 지난해 말 여야는 실시간 검색어(실검)나 댓글이 조작되지 않게 할 책임을 업체에 묻는 법안에 합의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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