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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K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0.06.08 00:17 종합 24면 지면보기
하준호 정치팀 기자

하준호 정치팀 기자

K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2018년 1월 4일의 일이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K의 말에는 막힘이 별로 없었다. 생각이 참 두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K는 당시 검찰·법원 등을 소관으로 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였다. 그런데 여당이 주장하는 ‘사법개혁’의 주체가 될 사법개혁특위 명단에는 빠졌다. 이유를 물었더니 K가 한 말.
 
“저는 법사위 간사니까 법사위를 지키고, 사개특위에는 법사위 외 다른 사람들을 넣자는 의견이 많아 그렇게 구성된 겁니다. 그렇다고 법사위원들을 다 빼는 건 아닙니다. 박범계(판사 출신) 의원이 검찰개혁소위에 들어갔잖아요. 저를 포함한 검찰 출신 의원들만 빼자는 거였어요.”
 
K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날도 기억난다. 2019년 9월 6일의 일이다. 이름 뒤에 ‘사태’라는 단어가 따라다니는 몇 안 되는 정치권 인사 C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날이다. K는 여당 의원인데도 C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아래 문답 이후 K는 ‘청문회 스타’가 됐지만, 동료 의원들의 “눈꼴시다”는 뒷담화를 견뎌야 했다.
 
공수처법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K는 기권표를 던진 유일한 여당 의원이었다. [뉴스1]

공수처법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K는 기권표를 던진 유일한 여당 의원이었다. [뉴스1]

▶ K=“후보자의 ‘언행 불일치’와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동문서답식으로 답변해서 상처를 깊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까.”
▶ C=“있습니다.”
 
K는 여당의 핵심 입법과제(공수처법)에 반기를 들어 또 한 번 스타가 됐다.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각인된 계기다. 표결 전날 여당 대표가, 표결 현장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K를 불러 ‘당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도 K는 “통과에 문제가 없으면 내 소신대로 하겠다”며 본회의장 전광판 내 자신의 이름 옆에 노란색(기권)을 띄웠다.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K는 당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다. 당시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당 지도부에서 검토 후에 판단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대로. K는 “공수처 문제에 제대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항변했다. 여당 주류 의원들은 “충분한 토론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K와 여당 주류가 생각한 ‘토론’의 내용과 수준은 다른 것이 분명하다.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것을 ‘당론 위배’라고 징계한 것이 옳으냐는 논쟁도 거세다. 당원의 선택에서 배제돼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이미 졌다고 K를 옹호하거나, 징계 수위가 낮다고 “별일 아니다”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징계 조처의 옳고 그름을 떠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야당이던 현 여당은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 당시 이 정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123명 중 한 명이 K였다. K는 21대 총선에서 공수처 연내 설치를 공약한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려고 했고, 당 총선기획단의 일원이었다.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준호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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