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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호재 충분히 반영됐다, 이젠 눈높이 낮출 때”

중앙일보 2020.06.08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요즘 증시는 ‘주가는 근심의 벽을 타고 오른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주가는 빠르게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2100포인트 선을 훌쩍 뛰어넘었고, 코스닥지수는 750포인트 선에 근접하면서 이미 코로나19 발병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일본 등 해외증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실물 경제가 안 좋은데 왜 주가가 오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학균 센터장의 향후 증시 전망
실물경제 안좋아도 V자 반등 베팅
한국 저점 대비 상승률 세계 상위권

PER 12.2배 금융위기 뒤 최고 수준
개별 종목 장세 대응하는 게 좋아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지만, 그래도 요즘의 반등세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주체들의 중앙은행 의존증이 커지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5%까지 떨어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정책 금리를 제로로 낮춘 데 이어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Fed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7주 동안 1조 달러를 공급했는데, 이번 코로나19 확산 초기 7주 동안에는 2조3000억 달러를 풀었다.
  
사상 최저금리, 풍부한 유동성이 동력
 
최근 주가 상승률

최근 주가 상승률

또한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약한 경제 주체들을 사실상 직접 구제하고 있다. 어려운 기업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매입하면서 파산을 막았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만으로 회생이 어려운 기업들은 정부가 국유화를 통한 정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과거 신흥국에서 나타났던 이런 행태를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비난했던 구미 자본주의 선진국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돈은 많이 풀렸고, 기업의 파산으로 초래될 수 있는 혼란은 원천봉쇄되고 있으니 주가가 뜀박질하는 것이다.
 
실물 경기와 관련해서 주식시장이 바라보는 포인트도 조금 다르다. 지난 몇 달간 나온 경제지표는 참혹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3분기 이후의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대확산이 재연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3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V자형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구미권 국가들의 경제 활동이 5월 중순부터 재개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멈춰졌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초기 국면에서의 회복 속도는 매우 빠를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 기준으로 미국의 2분기·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1%와 15%이다. 우리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31%지만, 투자자들은 15%를 보고 있다.
  
기업 직접 구제 ‘패거리 자본주의’ 횡행
 
앞으로의 주식시장은 어떤 경로로 움직일까? 글로벌 증시 전반적으로 최근의 주가 수준은 예상되는 호재까지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라고 본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2~3월에 기록적인 급락세를 나타냈는데, 당시 발표됐던 경제지표들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때 투자자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지표들보다는 통제하기 힘든 전염병이 가져올 수 있는 경기의 후퇴를 우려했고, 이 예상은 맞았다.
 
이후 2분기 경제지표들이 심각할 정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는 2~3월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3분기 이후의 회복에 베팅했고, 이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3분기부터 지표상 매우 강한 경기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밋밋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미 2분기의 급반등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이런 기대를 주가에 투영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의 방향이 아니라 수준(레벨)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의 큰 방향은 2분기에 바닥을 기록한 이후 회복의 경로로 움직일 것이고 회복 초기 국면에서는 V자형 급반등의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코로나19 발병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집단감염 사례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의 5월 고용지표에서 비농업부문신규 일자리 수가 250만개나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당초 시장의 예측은 750만개 감소였다. 엄청난 서프라이즈였지만 코로나 발병 이후 사라진 일자리 2206만개의 11%만을 되찾아왔을 뿐이다. 코로나19 발병의 진원지이자, 가장 먼저 방역에 성공한 중국도 그렇다. 3~4월 경제지표는 V자형 반등이었지만 이후 회복 속도가 둔화하고 있고, 상하이 종합지수 역시 급반등 이후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길게 보면 회복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지만, 그 경로는 예측하기 힘들다.
 
‘파산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없는 가톨릭’…코로나가 경제효율 떨어뜨려

 
증시 전문가마다 관점은 조금씩 다르나, 코스피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2.2배로 2009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다다른 점도 부담 요인으로보인다. 기업의 이익은 줄어든 반면 주가는 기대감으로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주가는 코로나 발병 이전 수준을 이미 넘어섰거나 근접했다면 추가적인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는 낮출 필요가 있다.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종목별로 대응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긴 호흡으로는 자본주의의 효율성에 대한 걱정이 든다. 불황은 고통스럽다. 그래도 불황이 주는 미덕은 어려움을 극복하면 경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생산성이 낮은 경제 주체들을 도태시키고, 살아남은 효율적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경제의 활력을 높일 수 있게 해준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이 없는 가톨릭과 같다’는 말처럼 코로나19라는 대역병은 자본주의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충격이다 보니 중앙은행과 정부도 옥석을 가려 지원해주기 어렵다.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생존의 확률이 더 커지는 ‘대마불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저금리와 비효율의 조합은 주가의 장기 정체로 귀결된다. 금리가 낮고, 대기업의 파산으로 인한 충격이 억제되고 있다. 주가가 크게 낮아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시장의 고점이 더 높아지지도 않는다. 아마존·구글 등 기업 단위에서의 혁신이 있었던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증시 전반의 장기 성과 부진은 이런 경제 전반의 비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김학균

금융투자업계에서 손꼽히는 거시경제, 장기 투자전략 분야 전문가로 여러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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