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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소장의 죽음, 윤미향 추모사엔 "검찰·기자들이 괴롭혔다"

중앙일보 2020.06.08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손영미

손영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영미(60·여·사진)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7일 경기도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손씨 지인이 “연락이 안 된다”며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후 10시35분쯤 자택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숨진 손씨를 발견했다. 유서는 없었지만 경찰은 타살 정황이 없는 만큼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주 자택서…타살 정황·유서 없어
주변에 “압수수색으로 힘들다”
검찰 “조사도 출석요구도 안 했다”
윤미향, 쉼터 머물며 유족 등 맞아

쉼터를 운영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지난달 21일 정의연과 정대협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정의연의 회계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던 이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검찰은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계담당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손씨에게는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고인을 조사한 사실이 없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마포 쉼터를 둘러싼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손씨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대협은 2012년 명성교회로부터 이곳을 무상 임대하고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위안부 쉼터 조성 후원금 명목으로 10억원을 별도로 지정 기탁받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이 중 7억5000만원은 ‘고가 매입’ 의혹이 제기된 안성 쉼터 부지와 건물 매입 비용으로 사용됐다. 손씨가 고 이순덕 할머니 조의금을 개인 명의 계좌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마포 쉼터 손영미 소장과 윤미향 의원

마포 쉼터 손영미 소장과 윤미향 의원

이와 관련해 손씨는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며 신변을 비관하는 얘기를 주변에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은 검찰의 급작스러운 압수수색 이후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호소했다”고 밝혔고, 윤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손씨가 최근 통화에서 ‘영혼이 무너졌나 보다.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씨는 2004년 5월부터 길원옥 할머니 등과 함께 지내며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해왔다. 지난해 1월 김복동 할머니 별세 때 윤 의원 등과 함께 사실상의 상주 역할을 맡으면서 장례식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하기도 했다.
 
윤 의원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손씨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 “그녀 윤미향을 만난 건 2004년 5월. 지금까지 동지처럼, 친구처럼 지내오는 동안 그녀의 머리에는 어느새 흰 머리카락이 늘었다”는 글을 올렸다. 윤 의원도 “우리 끝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같이 가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추모사’에서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냐”며 “우리가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문 밖에서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인 것처럼 보도해댔다”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하고 죄인도 아닌데 죄인 의식을 갖게 했다”고 언론과 검찰을 비난하면서 “(손씨가)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적었다.
 
이날 쉼터에 머물던 윤 의원은 유족 등을 맞을 때와 귀가할 때 두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윤 의원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검찰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면서도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익진·이우림·정진호·위문희·정진우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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