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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만 하는 '지시' 표현까지 썼다···악녀 돌변 김여정, 왜

중앙일보 2020.06.07 15:21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 때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대폭 줄이면서 침묵을 지키는 동안 여동생인 김여정은 세 차례나 자신의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며 대미, 대남 관계를 주도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담화를 내고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중앙포토]

 
눈길을 끈 점은 지난 5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담화에서 김여정을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김여정이 4일 발표한) 담화문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담화 또는 관영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 이외의 인물을 언급하며 ‘지시’라는 표현을 쓴 건 매우 이례적이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명을 곁에서 챙기고 있다. [중앙포토]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명을 곁에서 챙기고 있다. [중앙포토]

 
김여정의 이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지난 3월부터 나왔다. 3월 2일 북한군이 원산에서 진행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하자 “저능한 청와대”라며 자신 명의의 첫 담화를 냈다. 3월 22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공개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도 주문했다. 
 
이어 지난 4일 담화에선 개성공단 폐쇄 등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과 함께 통일전선부에 '지시'까지 내린 것이다. 김여정이 사실상 '2인자'로 김정은 위원장과 거의 동급에 가까운 행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선 하늘 아래 태양은 하나(최고지도자)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최고지도자 이외에 지시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해당 분야의 부위원장이나 부장(통일전선부장)이 있음에도 제1부부장이 나서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최후의 보루로 ‘아끼는 카드’로 여겨 북한 내에서 ‘영향력이 센’ 인물이자 한국이나 미국에 각인된 김여정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북ㆍ미 협상이 결렬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자칫 ‘최고 존엄’(김정은)에 상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신 김여정을 내세워 ‘정면돌파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또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나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있는 구조에서 통일전선부가 김여정을 ‘사업총괄’이라고 한 것을 놓고 두 사람의 역할 또는 신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각에선 지난해 4월 통일전선부장에 오른 장금철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장금철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동행하는 등 나름 역할을 해 오다 최근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며 “나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김여정의 무게감을 고려할 때 그만큼 최근 상황이 예사롭지 않으니 (남측에) 무겁게 받아들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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