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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쏟아진 큰나무교회 500m 옆 교회, 마스크 없이 "아멘"

중앙일보 2020.06.07 14:52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코로나19 대비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예배당으로 향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도들이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코로나19 대비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예배당으로 향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7일 오전 11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한 상가 건물에 있는 소규모 교회. 이 교회 문 앞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는 안내가 붙어있었지만, 예배당을 들락날락한 어린이 4명 중 2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10분 후 예배 시작을 알린 찬양대원 전원(3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마이크를 잡았다. 악기 연주자 2명 중 1명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찬양대를 이끄는 한 남성은 손을 높게 들거나 큰 소리로 ‘아멘’을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이들 앞엔 남성 한 명이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었다. 교회가 작은 탓에 ‘다른 사람과 2m(최소 1m) 이상 거리 두기’라는 방역 당국의 권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집단 감염 근처 소규모 교회도 방역 지침 잘 안 지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교회와 관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날 오전 일부 소규모 교회 예배에서는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 건물 다른 층에 있는 또 다른 소규모 교회는 들어갈 때 발열 체크를 하지 않았고, 출입 명부도 적지 않았다. 출입하는 신도에게 손 소독제를 뿌려야 한다고만 할 뿐이었는데, 손 소독제 사용을 권장하는 한 여성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있는 큰나무교회. 채혜선 기자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있는 큰나무교회. 채혜선 기자

이들 교회는 확진자가 최소 14명(이날 오후 2시 기준) 나온 신봉동 큰나무교회와 500m 거리 안에 있다. 큰나무교회는 목사 포함 신도 수가 약 32명인 소규모 교회로, 지난달 31일 예배에 참석한 23명을 중심으로 지난 4일부터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교회와 같은 건물을 쓰는 상인은 “장사하는데 피해가 크다. 전날부터 지나가던 손님들이 ‘여기야 여기’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간다”며 “10명 정도가 왔다 갔다 하던 작은 교회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예배하지 말아라” vs “지침 잘 지키고 있어” 

교인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안내자들의 지시를 받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성전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교인들이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안내자들의 지시를 받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성전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교회 관련 코로나19 감염이 끊이지 않으며 교회 인근 주민이나 학부모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용인 지역 맘 카페에는 “큰나무교회 주변에 학교나 학원이 많은데 아이들 등교는 어쩌냐” “교회를 안 가면 안 되는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등과 같은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날 타 지역 교회로 예배보러 간다는 50대 여성 A씨는 “교구별로 예배를 돌아가며 참석해 출석 인원도 4분의 1로 줄었다. 예배 중간에도 마스크를 절대 벗지 말라는 공지가 수시로 있다”며 “찬양이나 식사제공도 없애고 방역 당국에 협조하고 있는데 교회만 욕을 먹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소규모 교회가 처한 상황에 주목하기도 한다.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영세하다 보니 체온계 등 방역 장비나 온라인 예배용 방송 장비를 갖추긴 어렵고, 예배 횟수를 무작정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신도 수가 적어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날 관내 소규모 교회 약 150곳 점검에 나선 용인시 관계자는 “그동안 대규모 교회에만 방역을 집중해 소규모 교회는 방심한 부분이 있다”며 “소규모 교회는 공동체 분위기가 끈끈해 식사 금지 등의 방역 수칙이 지켜지기 어렵다. 방역 지침 준수의 필요성을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최근 중소 규모 교회와 관련한 확진자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위험요소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종교시설 소모임은 취소하거나 연기해달라”며 “부득이하게 현장예배를 한다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침방울이 튀는 노래 부르기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6월 7일 지역별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6월 7일 지역별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용인=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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