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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괭생이모자반 밀려든 제주…”밭에 양보하세요”

중앙일보 2020.06.07 12:58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을 괭생이모자반이 뒤덮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을 괭생이모자반이 뒤덮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 해변에 둥글둥글한 ‘자갈’이 많아 평소 시민이 많이 찾는 해안가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괭생이모자반이 해안 가득 밀려들면서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파리가 들끓고 해조류가 썩을 때 나는 악취도 진동했다. 이날 이곳은 제주도가 고용한 청정제주바다지킴이 6명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집게발을 장착한 굴착기 한 대와 15t 덤프트럭 등 대형장비도 투입됐다. 치워도 그때뿐이다. 최근 많은 양이 지속해서 밀려와 2~3일이면 다시 해안을 붉게 물들인다.  
 

치워도 치워도 끊임없이 밀려들어
올해, 지난 2017년 4407t 넘어설 듯
해안·해상서 중장비로 동시 수거작업
염분있는 그대로 밭에 뿌려 비료 활용
농민 “한번 뿌리면 3년동안 농사 잘돼”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에서 제주도가 고용한 청정제주바다지킴이들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에서 제주도가 고용한 청정제주바다지킴이들이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7일 국립수산과학원과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제주 해안을 뒤덮은 괭생이모자반은 최근 5년 이내 가장 많은 양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대규모 괭생이모자반이 지난달 초부터 제주 연안에 유입돼 지난달 13일부터 2일까지 4005t을 수거했다. 지난해 수거된 860t을 훌쩍 넘어섰다. 가장 많이 수거된 2017년 4407t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서해 외해와 동중국해·제주도 남쪽 외해에서 괭생이모자반이 대규모로 분포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오는 7월까지 제주 연안으로 유입되는 양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에서 집게발을 장착한 굴착기가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오후 2시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해변에서 집게발을 장착한 굴착기가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해안은 물론 해상에서도 동시에 수거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해안까지 오기 전에 해상에서 걷어내는 것이다. 해양환경공단과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선박 3척이 우선 동원됐다. 선박과 집게발 굴착기 장비 등을 이용해 수거한다. 유류오염작업을 주로 하는 ‘청항선’도 투입됐다. 해상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염분을 가득 품고 있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의 한 빈 밭에 24t 트럭 두대 분량의 괭생이모자반이 뿌려지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일 오후 1시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의 한 빈 밭에 24t 트럭 두대 분량의 괭생이모자반이 뿌려지고 있다. 최충일 기자

부형식씨가 지난 2일 자신의 밭에 뿌려진 괭생이 모자반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부형식씨가 지난 2일 자신의 밭에 뿌려진 괭생이 모자반을 들어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지역 농가에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을 거름용으로 나눠주고 있다. 산성화한 토지에 염분과 미네랄이 함유된 괭생이모자반이 녹아들어 땅을 중성화시킨다고 한다. 농민 부형식(72)씨는 “어릴 때부터 농사와 일을 병행해왔다. 50년 전에도 해안에 밀려든 모자반을 밭에 뿌리면 3년 정도는 따로 퇴비를 주지 않아도 농사가 잘됐다”며 “산성화된 땅이 중성화되려면 대형트럭 7~8대 분량은 더 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씨는 지난 2일 8264㎡규모의 자신의 밭에 24t 트럭 2대 분량의 괭생이모자반을 뿌렸다. 
 
 제주 해상과 해안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세화항과 제주항 애월항 등에 포대째 모아두었다가 필요 농가로 보낸다. 제주도 자체 수요조사 결과 총 37농가에서 1200t의 괭생이모자반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괭생이모자반의 발생지는 ‘중국’이다. 수온이 상승하는 봄철 동중국 해안에서 발생해 대규모 띠 형태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북상한다. 이후 대마난류를 타고 한국 남서부 해역과 제주도로 유입된다. 대규모 띠 형태로 최대 5m까지 자라 해안 경관을 해친다. 또 양식장 그물이나 시설물에 달라붙어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며, 선박 스크루에 감겨 어업인과 배를 이용하는 관광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또 제주 토속음식인 '몸국'을 만드는 참모자반과는 달리 억세서 먹을 수 없다. 삶아도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제주농민들이 지난 2일 제주시 조천읍의 밭에 뿌려진 괭생이모자반을 손으로 분리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농민들이 지난 2일 제주시 조천읍의 밭에 뿌려진 괭생이모자반을 손으로 분리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괭생이모자반은 매년 제주를 비롯해 전남 해역 등에 약 1~2만t이 유입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중국 남부 해역에서 발생해 흘러온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 당시 유입된 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중국해 연안에서 발생한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괭생이모자반에 의한 선박사고까지 일어난 만큼 이를 신속히 수거해 더 많은 농가에 보급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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