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숨진 쉼터소장 파주 자택 가보니···"1년간 불 켜진 적 없었다"

중앙일보 2020.06.07 12:03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 수색을 마치고 물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 수색을 마치고 물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 소장 A씨(60·여)의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이 실시된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의 뜻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8일 부검을 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7일 경기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A씨의 지인이 “A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후 10시 35분쯤 A씨의 주거지인 파주의 한 아파트 4층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 등이 없고, 현재로써는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의 정황으로 볼 때 A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유족 조사를 마쳤다, A씨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CCTV에 혼자 귀가하는 장면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최근 “검찰의 압수 수색으로 힘들다”며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는 얘기를 주변에 했다고 한다.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사망 추정시간 전인 전날 오전 10시 57분쯤 혼자 귀가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는 이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해 왔다.  
숨진 채 발견된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거주했던 아파트 입구의 7일 오전 모습. 이우림 기자

숨진 채 발견된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거주했던 아파트 입구의 7일 오전 모습. 이우림 기자

 
7일 오전 기자가 가본 파주 아파트 현장 주변에는 별도의 폴리스라인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4층의 해당 아파트에는 문고리가 없는 상태였다. 경찰이 신고된 A씨를 찾기 위해 전날 문을 개방하고 들어가면서 생긴 흔적이다.  
 

“1년 동안 집 불 켜진 적 없어”  

같은 층에 사는 한 주민은 “작년에 한번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는 1년 동안 불 켜진 적이 없었다. 그동안 문 닫히고 열렸던 소리도 못 들어서 빈집인 줄 알았다”며 “옆집이라 들릴 만한데…그러다가 어제 이상한 소리 나서 내다보니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 119대원들이 와서 문을 뚫고 있더라. 실려 나가는 건 못 봤다”고 말했다.
 
같은 동 1층에 사는 한 주민은 “6일 오후 경찰차, 119 구급대, 사다리차, 소방차, 과학수사대 차량 등이 왔다. 자세한 건 모르는데 내가 사는 1층에서도 ‘쾅쾅쾅’ 소리는 났다. 현관 자물쇠를 따는 소리 같았다. 위안부 쉼터 소장이 사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평화의 우리집’에 대해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서울서부지검은 7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평화의 집 소장 사망 소식과 관련하여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서울서부지검은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하여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서부지검도 그 경위를 확인 중에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압수수색 후 심리적 힘든 상황 호소"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7일 오후 쉼터 소장 A씨에 대한 부고 성명을 내고 “고인은 최근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다.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 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한생을 피해자들에게 헌신한 고인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달라”며 “정의기억연대는 유가족 측의 의견을 존중하며 명예롭고 정중하게 고인의 가시는 길에 예의를 다하겠다”고 했다.
 
전익진·이우림·박현주 기자 ijjeon@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