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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리콜이 되나요...대만의 부산 '가오슝' 시장 역사상 첫 파면

중앙일보 2020.06.07 11:58
시장도 리콜이 될까. 우리로 치면 부산 격인 대만의 제2 도시 가오슝에서 시장이 탄핵당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7일 일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한궈위 가오슝 시장은 지난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1년 반 만에 시장직을 내놓게 됐다. 6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은 이날 진행된 가오슝 시장 탄핵 여부를 묻는 소환 투표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2018년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한궈위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감사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2018년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가오슝 시장에 당선된 한궈위 당선자가 지지자들에게 감사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대만의 선거 파면법 등 관계 법령상 소환 투표에서 파면 찬성이 반대보다 많고, 파면 찬성자가 전체 유권자의 25%를 넘으면 해당 지역 자치 단체장은 탄핵당한다.
 
가오슝시 선관위에 따르면 찬성표는 93만9090표(97.4%), 반대표는 2만5051표(2.6%)로 찬성표가 리콜 성립 요건이었던 유권자 총수(약 230만 명)의 25%(57만5000표)를 크게 웃돌았다. 투표율은 약 42%였다. 
 
탄핵 찬성이 100%에 가깝게 나온 것은 한 시장 지지층이 이번 투표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한은 소환 투표가 정략적으로 추진된다면서 자신의 지지층은 투표를 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 
 

가오슝 시장 리콜 왜?  

 
이번 '시장 리콜'을 위한 소환 투표는 '위 케어(Wecare) 가오슝'이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해 열렸다. 이 단체는 한궈위가 시장에 당선된 직후 대선에 나가 가오슝 시정을 소홀히 했다면서 소환 투표를 발의했다. 시민단체 측은 "시장 선거 때 총통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해 당선됐는데 그 약속을 어기고 출마했다"고 비판했다. 총통선거 기간에 3개월 휴직을 하는 등 시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파면 안이 통과되면서 한 시장은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유권자에게 중도 소환된 첫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은 기자회견에서 "13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기권하는 가운데 열린 불공평한 투표"라면서도 결과에 승복했다.  
 
가오슝시 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이내에 이번 투표 결과를 확정해 공고한다. 이 공고가 나면 한궈위는 시장직을 잃게 된다. 파면이 확정되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규정에 따라 한 씨는 4년간 가오슝 시장 선거에 나갈 수 없다.  
 

대표적인 친중파…반중 정서 들끓으며 타격 

 
정치인으로 인지도가 낮던 한궈위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 진보당(민진당)의 20년 '텃밭'이던 가오슝 시장에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키며 '중국국민당(국민당)'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국민당은 안정적인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중요시하는 성향으로 대만에서 '친중 세력'으로 인식된다.  
 
그 뒤 기세를 몰아 대권 도전에 나선 한궈위는 한 때 지지율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압도했지만,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급속히 고조되면서 결국 패배했다. 대중 강경 자세를 보인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대만인들의 선택을 받으며 연임한 것이다.  
 
대선에 패배한 한 시장을 시장직에서마저 몰아내는 탄핵 운동이 시민의 동의를 얻어 실제 탄핵으로 이어진 것도 대만 내 반중 정서와 관련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이잉원 총통(왼쪽)과 한궈위 가오슝 시장. [AP=연합뉴스]

차이잉원 총통(왼쪽)과 한궈위 가오슝 시장. [AP=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한궈위의 탄핵 결과에 분노한 국민당 지지 세력이 전국적으로 결집해 한 시장이 차기 국민당 주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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