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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공부 생중계 보며 집중"···코로나가 바꾼 '야자' 풍경

중앙일보 2020.06.07 08:00
온라인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 서로 모습을 모니터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탐생

온라인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 서로 모습을 모니터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탐생

“화면 속 친구보다 오래 앉아 있어야죠.”  

 
고등학교 1학년 A양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문제집으로 눈길을 돌렸다. A양 스마트폰 화면에는 또래 학생 20여명이 공부하는 모습이 실시간 생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며 등장한 온라인 ‘야간 자율학습’ 풍경이다.
 

'생중계'로 야자 공유 10대  

오후 11시까지 이름과는 달리 반강제적으로 해야 했던 야간 자율학습.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수업뿐 아니라 비대면 자율학습이 인기를 끈다. 방식은 다인 접속 화상 회의 시스템과 비슷하다. '줌(Zoom)' 같은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마치 셀프 동영상을 찍듯 자기가 공부하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중계한다. 접속자 모두가 CCTV 관제소에 있는 것처럼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상 자율학습에 참여한 고2 B군은 ”코로나19가 확산하고 학교와 학원이 모두 미뤄져서 마냥 쉬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놀기만 했다“며 ”여기 접속해서 다른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흐려진 집중력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육 전문업체에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면 속 학생이 자리를 비우면 연락을 하거나, 질문하면 답을 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스터디, '공부스타그램' 

한 애플리케이션에 온라인 자율 스터디를 모집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애플리케이션 캡처

한 애플리케이션에 온라인 자율 스터디를 모집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애플리케이션 캡처

학생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생이나 전문자격증을 따기 위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온라인 스터디'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온라인 스터디 플랫폼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임용고시 준비생 B씨(26)는 ”코로나19 이후로 스터디원들과 외부에서 만나는게 많이 꺼려졌다“며 ”온라인 스터디 시스템을 이용하면 집에서도 각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틀어놓고 공부하는 모습을 ‘인증’할 수 있어서 좀 더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10대 사이에선 ‘공부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 ‘스터디 브이로그(V-log)’ 등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것도 인기다. 코로나19로 혼자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SNS 게시물이 더 늘었다. 공부스타그램에는 공부 계획이나 공부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게시물이 다수다. 자신의 계획을 남들에게 공유해 스스로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SNS에서 '공부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다양한 '공부 인증샷'이 나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공부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다양한 '공부 인증샷'이 나온다. 인스타그램 캡처

브이로그의 경우 길게는 3~4시간짜리 동영상도 있다.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말 그대로 아무런 가공 없이 찍어서 유튜브에 공유하는 형태다. 일종의 ‘공부 일기’인 셈이다. ‘의대생 공부 브이로그’ 등 소위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의 브이로그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초등학생 사이에서까지 자신의 공부 브이로그를 올리는 일이 늘고 있다.
 
온라인 화상 자율학습 프로그램 ‘몰입’을 운영하는 설태영 탐생 대표는 “기성세대에게 공부는 매우 사적이었지만 공유가 일상인 젊은 세대에게는 공부 역시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적 생활의 일부”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각자 폐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젊은 세대의 공유 성향이 맞물려 온라인 자율 학습이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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