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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고, 합치고, 팔고, 해외 진출까지…“이 건설사의 위기 대응법”

중앙일보 2020.06.07 07:05
건설 현장. 대림산업.

건설 현장. 대림산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내 건설업계를 뒤덮은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그나마 청약 훈풍으로 성적이 좋았던 분양시장도 규제가 강해져 업계가 울상이다. 정부는 8월부터 사실상 지방 중소도시를 제외한 전국의 청약 여건을 강화한다.  
 

효자 분야 분리해서 집중 육성키로
비슷한 회사 합쳐서 규모 경제 실현
먹거리 찾아 해외 시장으로 눈 돌려

공사현장이 야외라는 특성 덕분에 그나마 코로나19 피해가 적었지만, 물류센터 등 집적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집단 감염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1일부터 1만5000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선다. 사정이 이렇자 건설사마다 다양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쪼개고 합치고…“수익 나는 분야 집중 육성”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분야를 집중 육성 한다. 주력 사업인 주택건설이나 토목사업에 묻혀있던 분야를 별도 자회사로 쪼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태영건설은 연초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신설)로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모회사인 태영건설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한 자회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TSK코퍼레이션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다. 
 
TSK코퍼레이션은 지정폐기물시장에서 점유율 30% 넘는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회사지만, 그간 빛을 보지 못했다. 매출 규모가 건설 분야보다 작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용 쓰레기와 의료 폐기물이 늘면서 올해 들어 매출이 늘고 있다. TSK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은 6544억원이다. 
 
아예 비슷한 분야를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대림산업은 지난 4월 자회사인 고려개발‧삼호를 합병했다. 그간 삼호는 대림산업과 ‘e편한세상’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공유하며 각각 주택 사업을 벌여왔다. 1965년 창립한 고려개발은 고속도로·고속철도·항만 등 토목분야에 특화된 업체다. 대림산업이 이들 자회사를 합병한 데는 같은 건설업종끼리 합쳐서 규모의 경제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최근 주택시장 판도가 달라진 것도 이유다. 서울‧수도권 등 주요지역에 집을 지을 빈 땅이 남아있지 않게 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수주가 주요 먹거리로 부상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는 조합원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고 금융비용 절감에 유리한 신용도가 높은 대형건설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자회사인 대우에스티·푸르지오서비스·대우파워 합병해 새법인인 대우에스티 설립했다. 주택 건설 외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다. 아파트 관리‧부동산 개발‧스마트홈 등 대기업인 대우건설이 하기 어려운 사업을 맡길 계획이다.  
 

현금 확보‧해외 시장으로 눈 돌려  

 
태풍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기도 한다.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을 키우려는 것이다.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이 위기에 몰리며 두산타워 등 자산 매각에 나서자 이미 수주한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도시개발사업인 천안 성성 레이크시티 두산위브 시공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157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수주한 이 주택 사업은 2586억원 규모다. 올해 분양하고 완공까지 3년 정도 후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안정성을 택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7000억원 가치 두산타워 매각으로 손에 쥐는 현금이 1000억원인 점 감안하면 회수금이 크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코로나19 여파에도 해외 수주 실적이 반짝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142억7774만8000달러(17조6000억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89% 늘어난 실적이다. 
 
78개국에서 248개 업체가 수주했는데 해외 수주가 처음인 최초 진출업체만 22곳이다. 지난해 동기대비 47%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으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뿐 아니라 휴업으로 인한 손실, 인건비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해당 국가의 방침에 따라 비자발적 현장 폐쇄를 해도 해당 정부에서 별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중국‧러시아 등의 경우 휴업을 해도 현지 노동인력에 대한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법무법인나눔 부종식 변호사는 “통상 태풍, 지진같은 천재지변은 ‘불가항력 조항’에 해당돼 계약서상 공사기간을 넘어서도 면책 조항에 해당하지만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불가항력 조항으로 인정할지는 세계적으로 논란”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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