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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안 된다" 휴장· 명령에··· 폐업 위기 내몰린 '학교 수영장'

중앙일보 2020.06.07 06:00
서울 성북구 장위연스포츠센터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휴장 명령을 받고 2월 25일부터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이가람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연스포츠센터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휴장 명령을 받고 2월 25일부터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이가람 기자

“학교 안에 있는 게 죕니까…. 교육청 앞에서 시위라도 하고 싶습니다.” 

 
5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장위초등학교 내 장위연스포츠센터. 10년째 이 센터를 운영하는 유연정 대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시행하며 수영장·헬스장 등 체육시설이 정상영업을 시작했지만, 이곳은 4개월 가까이 문을 닫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강제 휴장 명령 때문이다.
 

끝없는 강제휴장

아현스포렉스, 도곡·신구스포츠센터, 논현초·중곡초수영장…. 유 대표처럼 교육청 명령으로 영업을 중단한 학교체육시설이다. 서울 내에만 43곳에 달한다. 교육청으로부터 사용수익허가를 받아 학교 부지 내에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체육시설들이다. 학생뿐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월 24일부터 이들 시설에 대해 사용수익허가를 중단했다. 2주 기한 휴장 명령은 수차례 연기되며 3개월째 이어졌다.
 
유례없는 장기 휴장으로 시설은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직원들도 갈 곳을 잃었다. 유 대표는 “시설 유지보수 등 고정비를 계속 지출하고 있지만 3개월 넘게 매출이 0원이다”며 “계속 늘어나는 적자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털어놨다. 2000여명에 달하는 학교체육시설 종사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성일스포츠센터에서 8년간 수영강사로 일한 길모(45)씨는 “아이가 셋인데 생활비도 바닥나고 대출금마저 못 갚고 있다”며 “어머니 병원비도 마련해야 해서 지금은 사채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일 서울 마포구 아현스포렉스 수영장. 영업이 중단돼 3개월째 이용자는 없지만 개장 시기를 알 수 없어 수영장 내 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5일 서울 마포구 아현스포렉스 수영장. 영업이 중단돼 3개월째 이용자는 없지만 개장 시기를 알 수 없어 수영장 내 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다른 곳 문 여는데….”

시설 운영자들은 사전협의나 대책 없이 시설 운영을 무기한 중단시킨 교육청에 불만을 토로했다. 아현스포렉스 주혜진 대표는 “2주만 기다려달라는 교육청 말만 믿고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못 하고 지금까지 버텨왔다”며 “5월부터 학교도 문을 열었는데 정작 체육시설은 아무 대책도 없이 무조건 폐쇄만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청은 애초 휴장 기한을 ‘개학 연기 종료’까지로 고지했다. 5월 20일부터 순차적 등교를 시작했지만, 다음 날 ‘잠정적 개방중지’를 다시 명령했다. 개장 시기는 기약 없이 무기한 연장됐다.
 
민간 시설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5월부터 생활방역 체제로 바뀌면서 민간 수영장과 헬스장 등은 정상영업 중이다. 지자체의 일부 공공체육시설도 다시 문을 열었다. 주 대표는 “단골 회원조차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정도로 등록 취소와 환불 요구가 빗발친다”며 “교육청에 대책을 요구하면 ‘민간이라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공공시설이니 문을 닫으라 강제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마포구 아현스포렉스의 헬스장. 교육청의 강제 휴장 명령으로 3개월째 이용자가 없다. 이가람 기자

5일 서울 마포구 아현스포렉스의 헬스장. 교육청의 강제 휴장 명령으로 3개월째 이용자가 없다. 이가람 기자

“학교 특수성 고려해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우려가 여전하기에 학생들이 오가는 학교에 위치한 체육시설의 개장을 섣부르게 결정하기 어렵다”며 “영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임대료 감면과 공공요금 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추후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설 운영자와 직원들은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주 대표는 “43곳의 체육시설 중 80% 이상이 학생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독립적인 시설이다”며 “교육청의 일괄적인 운영 중단이 과도한 조치가 아닌지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센터에서 8년째 셔틀버스를 운행 중인 이윤철(60)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3개월째 수입이 없어 수중에는 재난지원금뿐”이라며 “정부 지침에 따라 일반 체육시설처럼 생활방역을 지키며 제한적으로라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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