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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바람으로 자연 만날 공간"···코로나가 바꾼 아파트 구조

중앙일보 2020.06.07 05:11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집의 시대'가 열렸다는 진단이다.[사진 국토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집의 시대'가 열렸다는 진단이다.[사진 국토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집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퇴근 후 잠만 자던 곳이 아니라, 경제ㆍ문화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쓰임새가 늘어난 만큼 집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반세기 넘도록 바뀌지 않던 한국의 집, 아파트는 코로나 이후 어떻게 달라질까. 4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살펴봤다.   
 

집-“발코니·테라스가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 가수가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한 가수가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이후 검색 키워드를 살펴보니 햇빛, 외출, 산책, 일상, 가족 등이 주를 이뤘다. 장재영 신한카드 빅데이터사업 본부장은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전통적인 상권보다 집 주변의 상권에서 소비가 많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특히 변화의 중심에는 ‘집’이 있었다. 장 본부장은 “주말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던 소비들이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평일에 한다든지 코로나 이후 집이 행위의 중심지가 됐다”며 “집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고민하다 보니 인테리어 관련 소비도 급격히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집의 주요 기능이 출근 전, 퇴근 후 휴식 차원에서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유현준 홍대 건축도시대학 교수는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의 프로그램 용량이 150%가량 증가하다 보니 1970년대 만든, 4인 가족 기준 30평형 아파트 평면이 맞지 않아졌다”며 “앞으로 주거 사이즈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다고 진단했다.   
 
야외 공간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김기훈 국토부 서기관은 “지난 4월 구글 통계를 통해 각국 사람들의 이동패턴 변화를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공원 이용률이 51%가량 증가한 것이 가장 특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주택의 발코니 모습. [REUTERS=연합뉴스]

이탈리아 주택의 발코니 모습. [REUTERS=연합뉴스]

집 안에서 바람을 쐬고 햇볕을 쬘 공간이 없어서다.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가 그 역할을 하지만 2005년 발코니 확장 합법화 이후 발코니 공간은 내부 공간이 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 안에 갇힌 세계인들이 발코니로 나와 합창하는 ‘발코니 합창’이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
 
유 교수는 “속옷 바람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발코니 및 테라스의 활성화를 위해 건축법규를 손보고 건설사와 같은 공급자들이 테라스를 만드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시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서비스산업지원센터장은 “기존에는 용적률 중심으로 꽉 채운 공간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빛과 바람, 환경적 가치가 중요해진 만큼 발코니 관련 제도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파트 실내를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게 기둥식 구조의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의 아파트는 대다수가 벽식구조다. 벽이 구조체라 허물 수 없다. 공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벽식구조 아파트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부수고 다시 지을 수밖에 없다.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한다. 또 아파트 입주민들은 2.4m의 아파트 천장 높이에 눌려 산다. 면적보다 체적 중심으로 가격 책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유현준 교수)    
 

교통과 물류-“드론 배송? 자율주행 로봇용 지하터널이 더 현실적”

행정안전부가 배송이 어려운 산간·도서 지역에 구축한 공공 드론택배 서비스. [중앙포토]

행정안전부가 배송이 어려운 산간·도서 지역에 구축한 공공 드론택배 서비스. [중앙포토]

코로나로 온라인 배송 시장은 급성장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대기업들도 새벽 배송에 뛰어들어 지난해만도 4000억대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코로나 이후 주문량이 급격히 더 늘어났고 식품류에서 꽃배달, 패션 등 거의 모든 상품 카테고리로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성장의 시기를 기회이자 위기로 봤다. 물류 서비스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방역 문제가 등장했다. 또 물류센터와 같은 설비 시설, 배송 차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드론이 새로운 배송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도시 구조도 바뀔 것이라는 진단이다. 건물 옥상이 드론 정거장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국토부가 조성하고 있는 3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에도 이런 계획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 교수는 “도시에서 드론을 띄우면 소음이 엄청나다. 소음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바람에 약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이후 도시는 어떻게 달라질까. 도요타가 이번 CES 2020에서 발표한 스마트 도시 '우븐 시티'의 조감도.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 실험이다. [사진 도요타]

코로나 이후 도시는 어떻게 달라질까. 도요타가 이번 CES 2020에서 발표한 스마트 도시 '우븐 시티'의 조감도.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 실험이다. [사진 도요타]

 
그는 도요타 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 ‘우븐시티’에서 자율주행차 전용 지하 터널에 주목했다. 유 교수는 “지상에서의 자율주행차는 사고 등의 문제로 바로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지하에 자율주행 로봇용 물류 터널을 만들어 물류 서비스를 한다면 산업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생기는 지상의 여유 공간에는 공원을 만들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슬아 대표는 “물류 산업이 커지고 있지만, 노동집약적이다 보니 방역 등에 취약한 것이 가장 문제”라며 “배송형태가 지하터널로 로봇이 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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