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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할 때 국악 들려준다…‘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 원조

중앙일보 2020.06.06 08:00
 
1976년 고 배삼룡씨를 모델로 한 스낵 과자 최초의 맛동산 TV 광고의 한 장면. 사진 해태제과

1976년 고 배삼룡씨를 모델로 한 스낵 과자 최초의 맛동산 TV 광고의 한 장면. 사진 해태제과

1976년 스낵 과자 최초의 TV 광고가 등장했다. 당시 최고 인기 코미디언인 고(故) 배삼룡 씨가 모델로 발탁됐다. 해태제과 맛동산 광고였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42.해태제과 맛동산

“맛동산 먹고 즐거운 파티, 맛동산 먹고 맛있는 파티, 해~태 맛동산.” 
 
국내 첫 스낵 광고는 대히트를 쳤고, 맛동산 CM송은 온 국민이 흥얼거리는 국민CM 송으로 등극했다.  
영화배우 정윤희씨도 맛동산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해태제과

영화배우 정윤희씨도 맛동산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해태제과

1975년 출시 맛동산…두 달 만에 품귀현상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의 원조 맛동산은 집이나 직장 다과모임에서 빠지지 않았다. 소득은 적고 가족은 많았던 70년대 당시 맛동산 한 봉지면 푸짐한 과자 파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맛동산은 다른 스낵이 100g 수준이었던데 반해 200g으로 용량을 2배로 늘려 출시됐다. 당시로써는 이례적으로 한 달간 전국 소비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때문이다. 소비자의 가장 큰 요구는 ‘맛도 좋고 양도 많은 제품’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1983년 맛동산 광고 모델 활동을 한 개그맨 이용식씨. 사진 해태제과

1983년 맛동산 광고 모델 활동을 한 개그맨 이용식씨. 사진 해태제과

조사를 마친 해태는 그래서 연구 끝에 ▶전통한과 방식을 적용해 달콤한 당액을 코팅한 뒤 고소한 땅콩 고물을 입혔고 ▶국내 스낵 중 처음으로 발효 공정을 추가해 부드러운 식감을 더하면서도 ▶최고급 식물성 채종유(유채씨에서 채취한 기름)로 튀겨 고소함을 극대화했다. 당시 대부분의 스낵 제품은 팜유로 튀겼는데 공기와 접촉하면 불쾌한 기름내를 동반했다. 채종유로 튀긴 맛동산은 이 기름 냄새를 잡아 인기를 끈 것이었다.
  
75년 출시된 맛동산은 출시 두 달 만에 일 주문량이 생산량(일 100박스)을 넘어서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경기도 안양공장에 라인을 신설해 종일 맛동산을 생산했지만, 공급이 달렸다. 당시 과자는 모두 도매 거래 중심이었는데 서울 도매상은 물론 지방의 도매상까지 공장 앞에서 줄을 서서 제품을 받아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맛동산 패키지 변천사. 사진 해태제과
맛동산 패키지 변천사. 사진 해태제과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맛동산

“양 많고 맛있다”…외환위기 때 매출 껑충

맛동산은 출시 첫해 500만 봉지가 팔렸다. 1봉지당 100원이었는데 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연간 750억원 어치가 팔린 것이다. 80년대에는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연간 50억원을 넘었다. 연 2500만 봉지가 팔려 1초에 1개씩 팔려 나갔다. 당시 국내 스낵 시장 규모가 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 스낵 시장의 10%를 맛동산이 차지한 셈이다.   
2002년엔 영화배우 송강호씨가 맛동산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해태제과

2002년엔 영화배우 송강호씨가 맛동산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사진 해태제과

맛동산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76~78년 사이 경쟁 업체들이 연이어 '미투' 제품을 출시했다. 땅콩범벅, 도드리, 맛대장, 엇더리, 꿀맛이네, 붐비나 등 20여 종의 미투 제품이 출현했지만, 맛동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맛동산은 97년 외환위기 직후 더 빛났다. 다른 스낵 제품보다 2배가량 양이 많아 푸짐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인식 덕에 인기가 높아졌다. 불황 속에서도 월 매출 50억원을 기록하며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3배가량 매출이 늘었다. 당시 외환위기로 암울한 속에서도 해태제과 직원들 사이엔 “맛동산 덕에 살맛 난다”는 말이 돌았다. 
맛동산의 현재 패키지. 사진 해태제과

맛동산의 현재 패키지. 사진 해태제과

발효과정서 국악 들려주는 과자

해태제과에 따르면 맛동산 맛의 비결은 발효다.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는 다른 스낵 제품과 달리 22시간 동안 두 번의 발효공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1차 발효에선 배합 반죽에 공기층을 생성해 찰기를 더하고, 2차 발효에선 반죽을 부드럽게 풀어 성형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발효 시간이 길면 막걸리처럼 시큼한 냄새가 나고 색이 변하는데,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 최적의 발효시간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맛동산은 2006년 '유산균 발효'에 이어 2010년에 '국악 발효 공법'을 도입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발효과정에서 음악을 들려주면 효모 활동량이 많이 늘어난다는 학설에 착안한 것”이라며 “클래식보다 진동 폭이 더 큰 전통 음악을 들려주면 더 활발한 효모작용이 일어나 부드러운 식감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한국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의견도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윤 회장은 음악 발효를 한다면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음악으로 과자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해태제과는 자사가 후원하는 ‘락음국악단’이 연주한 ‘뱃놀이’, ‘프론티어’ 등 13곡의 음악을 반죽에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2004년 동방신기가 맛동산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 해태제과

2004년 동방신기가 맛동산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사진 해태제과

누적 판매량 29억 봉지

올해 45살인 맛동산의 누적 판매량은 29억 봉지(누적 매출 1조 6000억원)다. 국민 1인당 지금까지 60봉지씩 먹은 셈이다. 그간 팔린 맛동산을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18바퀴 도는 거리가 나온다. 맛동산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출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기 스낵 TOP10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다.   
폴햄에서 출시한 맛동산 패키지 모양의 백팩과 티셔츠, 피크닉매트, 에코백 등. 사진 폴햄

폴햄에서 출시한 맛동산 패키지 모양의 백팩과 티셔츠, 피크닉매트, 에코백 등. 사진 폴햄

지난해에도 연 매출 501억원을 달성하면서 전체 스낵 중 판매 5위를 기록했다. 최근엔 패션 업계에서 맛동산 패키지 디자인으로 만든 ‘백팩’ 과 돗자리 등이 출시돼 완판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동산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맛동산은 2세대 '흑당 맛동산'과 함께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스낵 브랜드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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