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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선임기자 ahnjw@joongang.co.kr

1조9000억 대어가 조용하다···한남3구역 재개발 ‘실속 수주전’

중앙일보 2020.06.06 05:07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5000여가구의 아파트 촌으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사진은 조감도.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이 5000여가구의 아파트 촌으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사진은 조감도.

1조9000억원. 웬만한 건설사 한 해 수주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재개발 공사 수주전이 달아오른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예정 공사비다. 2017년 하반기 혼탁 논란이 거셌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1단지(2조6400억원) 이후 최대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한남3구역 1조9000억원 재개발 수주전
언론 홍보, OS 요원 없이 조용하게 진행
무상제공·무이자 등 사라지고 공사비 경쟁

공사 기간이 3년 정도이긴 하지만 워낙 덩치가 커 일감 걱정을 덜 수 있는 먹거리다.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이 일단락하며 당분간 이만한 규모의 사업장이 나오기 힘들다.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 국내 건설업계 2,3,4위(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가 무산된 지난번 입찰에 이어 이번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 4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수주전에 들어갔다.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되지만 겉으론 차분하다. 최근 잇달아 시공사를 선정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선 업체들이 홍보용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여론전이 지나칠 정도였다. 한남3구역에선 업체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조합에서 언론 홍보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불법·탈법 논란이 끊이지 않던 홍보도우미(OS요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3개 사는 조합원을 접촉하는 OS요원을 쓰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말 과열 수주전으로 인한 당국의 규제, 검찰 수사, 시공사 선정 취소, 시공사 선정 재입찰 영향이다.  

위치도

위치도

선심성 퍼주기식 ‘돈 전쟁’이 사라졌다. 조합원 간접적 이익 제공 논란이 일었던 제안이 없어졌다. 3개 사는 지난 입찰 때 제시했던 사별 1800억~2200억원의 ‘무상제공품목’을 뺐다. 사업비 대여 ‘무이자’ 조건도 ‘유이자’로 바뀌었다. 정부가 ‘간접적 이익 제공’으로 관련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한 내용이다. 
 
일반분양가 보장과 ‘임대주택 0’ 같은 조건도 없다. 조합이 제시한 설계를 대폭 변경한 ‘혁신설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입찰 때 서울시가 경미한 범위를 벗어나는 설계 제안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번 입찰에 제시된 각사 설계는 뼈대와 규모는 같은 대신 외관이 다소 차이 나는 셈이다.
  
분양방식과 공사비에서 차별화가 돋보인다. 최근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와 반포동 반포3주구 수주전 승패를 좌우했다는 분석이 나온 ‘공짜 후분양’이 한남3구역엔 등장하지 않았다. 공짜 후분양은 시공사 측에서 후분양에 드는 금융비용을 대겠다는 것이다.  
 
한남3구역에서 업체들은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시점에서 분양하겠다며 분양 시기를 조합에 맡겼다. 후분양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만 후분양에 들어가는 비용은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분양 시기를 탄력적으로 제시하더라도 단지 내 공구별로 분할해 분양하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남3구역 재개발 단지가 5800여가구의 대단지로 구릉지여서 층수가 5~22층으로 다양하고 동 수가 197개에 달한다.  
 
정부는 2012년 당시 침체한 주택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1000가구 이상 단지를 분할해 착공과 분양을 나눠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14년 600가구로 분할 요건을 더 완화했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노후화한 한남3구역.

재개발을 기다리며 노후화한 한남3구역.

 
한남3구역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어서 분할 분양으로 상한제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분양 시기에 따라 상한제 분양가에 반영되는 땅값과 건축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분양가를 여러 가지로 책정할 수 있다. 단지 내 공구별로 층수 등에 따라 다양한 공사 기간 편차도 조정할 수 있다.

 
한남3구역에서 대규모 사업장 시공사 수주전 사상 처음으로 공사비 경쟁이 벌어진다. 업체들은 수주금액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조합에서 제시한 상한 금액에 맞춰 공사비를 써냈다. 한남3구역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1조8880억원이다. 업체들이 제시한 공사비가 1조8880억원, 1조7377억원, 1조6550억원으로 조합 제시 금액과 최대 2330억원 차이다. 공사비가 낮으면 조합 사업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조합원당 추가분담금이 최대 6100만원 내려간다.
한남3구역 재개발 단지는 구릉지로 5~22층 197개 동으로 짓는다. 사진은 배치도.

한남3구역 재개발 단지는 구릉지로 5~22층 197개 동으로 짓는다. 사진은 배치도.

공사비가 다르면 외관과 마감재가 차이 난다. 한강 조망이 유리한 사선형 발코니, 바이러스 걱정을 덜 수 있는 광플라즈마 살균 청정환기시스템 등이 등장했다. 국산이냐 외국산이냐, 마루냐 대리석이냐 등과 같은 주방가구·벽지·바닥재·수전·타일 등이 달라진다.  
 
일부에선 조합원 부담을 낮춘 ‘실속 시공’과 외관을 멋지게 꾸민 ‘고급 마감’ 간 경쟁으로 보기도 한다.
 
한남3구역이 이제까지 수주전과 딴판으로 조용하고 업체별 조건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아 다소 미지근한 경쟁이 될 수도 있겠다.       
공사비

공사비

 
신반포21차와 반포3주구 시공사 선정이 상한제 시대를 맞아 ‘후분양’에 주목한 것처럼 한남3구역은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한남3구역은 21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한남3구역 이후론 재건축이나 재개발에서 가시권에 있는 대단지 시공사 선정이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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