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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숙모가 급여 5억 가로챘다" 법원 간 지적장애 쌍둥이 자매

중앙일보 2020.06.06 05:00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법 전경. 뉴스1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지법 전경. 뉴스1

지적장애 쌍둥이 자매, 법원 간 까닭

 
지적장애가 있는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한집에 살던 외숙모와 그 자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 월급과 퇴직금을 외숙모 가족이 부당하게 착취했다"면서다.

[단독] 법정으로 간 외숙모-조카 갈등
전주지법에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자매 "월급·퇴직금 수억원 가로채" 주장
남편들 '수상한 계좌 이체' 문제 제기

외숙모 "자식처럼 돌봐…생활비 써" 반박
"취업·결혼 돕고 조카들 위해 급여 사용"

 
 반면 외숙모 측은 "급여 대부분을 쌍둥이 자매를 위해 사용하거나 공동 생활비로 썼다"며 펄쩍 뛴다. 쌍둥이 자매가 결혼한 후 동생 남편이 아내와 처형의 급여 통장에서 '수상한 돈 흐름'을 발견해 문제를 제기했다가 숙모 측이 "잘못 없다"고 버티자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적 능력이 3~12세 수준인 쌍둥이 자매 A씨와 B씨(이상 36세)는 지난 2월 19일 "외숙모 C씨(57)와 그의 딸(39)·아들(37)이 수년간 우리 허락 없이 월급과 퇴직금 5억여원을 가로챘다. 그 일부인 2억2000만원이라도 돌려줘야 한다"는 소장을 전주지법에 냈다.
 

"월급·퇴직금 5억 가로채" VS "부모처럼 돌봐" 

 
 A씨 자매는 지난 2005년 1월 전북 익산의 한 회사 생산직으로 나란히 입사해 각각 14년, 7년간 근무했다. 이 기간 외숙모인 C씨 집에 거주했다. 당초 김제에서 부모와 살던 A씨 자매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2년 외숙모 C씨가 데려갔다.
 
 A씨 자매 부모와 친척들은 C씨가 지능이 떨어지는 조카들을 취업시켜주고 한집에 데리고 살며 잘 돌봐주는 좋은 사람으로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쌍둥이 중 동생 A씨가 2018년 10월 결혼한 뒤 남편이 A씨 과거 급여 통장에서 C씨가 아내 급여와 퇴직금을 본인과 두 자녀 계좌에 이체한 정황을 발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앞서 2012년 2월 먼저 결혼한 쌍둥이 언니 B씨 통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C씨가 급여 등을 가져갔다고 한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중앙포토]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중앙포토]

"자매 월급날은 외숙모 가족에겐 축제" 

 
 두 자매가 근무하던 회사에 따르면 14년간 일한 A씨의 총 급여(3억4100만원)와 퇴직금(4500만원)은 3억8600만원, B씨가 7년간 일해 번 돈은 1억6000만원이었다. A씨 자매 측은 민사채권 청구 시효(10년)를 감안해 총 5억4700만원 중 2009년 2월 19일 이후 금액인 약 2억2200만원(A씨 1억4800만원, B씨 7400만원)만 C씨 측에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A씨 자매 통장 내역을 보면 두 사람의 급여는 주로 주유·병원·약국·쇼핑·식사·커피·애견 비용과 카드 결제 등의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A씨 자매는 차량을 소유하거나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카드 사용 시간대가 대부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로 두 자매 근무 시간과 겹쳤다. A씨 자매 측 변호인은 "C씨 측이 자매 허락 없이 급여 등을 사용했다는 반증"이라며 "A씨 자매의 급여 날은 C씨 가족의 축제였다"고 주장했다. 
 

"자매가 월급 쓰라고 허락…의식주 전부 책임"

 
 반면 C씨 측은 "자매가 월급 사용을 허락했기에 돈을 편취한 게 아니고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카들과 함께 지내며 식사를 챙기고 빨래·청소를 해주는 등 자식과 다름없이 보살폈다"고 강조했다. 
 
 C씨 측이 법원에 낸 준비 서면에 따르면 C씨는 일찍이 남편이자 A씨 자매의 외삼촌이 집을 나가 홀로 식당 일을 하며 두 남매를 키웠다. A씨 자매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된 2002년 C씨를 찾아와 "면접을 보러다니는데 번번이 떨어졌다. 외숙모 집 근처에 공장이 많은 편이니 취업을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면서 함께 살게 됐다. 
 
 C씨는 "당시 조카들까지 거둘 형편이 못 됐으나 사정이 딱해 취업이 될 때까지만 돌봐주기로 맘 먹었다"고 회상했다. C씨는 A씨 자매가 2005년 1월 취업 전까지 아무 조건 없이 이들을 부양했고, C씨 딸도 A씨 자매가 면접 보러 갈 때 동행하는 등 친동생처럼 챙겼다는 게 C씨 측 주장이다.  
 

"'돈 벌어 다 주겠다'더니…배우자들이 오해" 

  
 A씨 자매가 취업한 후에는 이들이 C씨와 함께 살길 희망해 계속 함께 지냈다고 한다. C씨 변호인에 따르면 A씨 자매는 C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대신 월급이 입금되는 통장과 체크카드를 맡겼다. C씨는 자매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 주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현금을 인출해 줬다. A씨 자매가 친구 등을 만나러 외출할 때는 체크카드를 줬다고 한다. 
 
 A씨 자매가 외출할 때 C씨 딸이 본인 승용차를 운전해 주는 경우가 많아 A씨 자매가 주유해 줬다는 게 C씨 측 설명이다. 쇼핑·식사·커피 등의 용도로 지출된 돈은 대인 관계가 없는 A씨 자매가 주말마다 쇼핑하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여겨 C씨가 동행해 자매 돈으로 대금을 결제해 줬다고 했다. 
 
 C씨 변호인은 "A씨 자매 계좌에서 C씨 자녀에게 매달 신용카드 대금을 이체한 건 C씨가 신용불량자여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어 두 자녀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아 생활비 지출에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C씨 측은 "A씨 자매가 사리 분별을 못할 정도로 지적 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외려 "A씨 자매는 '외숙모, 내가 돈 벌어서 다 주겠다'고 할 정도로 C씨를 따랐다"며 "C씨가 A씨 자매의 의식주를 전부 책임지고 있어 자매가 C씨에게 자기들 월급을 생활비로 사용하도록 준 것이고, C씨는 자매 모르게 돈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씨 변호인은 "A씨 자매가 결혼할 때는 C씨가 친부모 대신 결혼 준비를 도왔고, 결혼 후에도 A씨 자매와 하루에 한 번씩 통화할 정도로 잘 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배우자들이 A씨 자매와 C씨가 가족으로 생계를 같이 꾸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C씨가 아내들 몰래 월급을 사용한 것으로 오해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고, 이후 사이가 서먹해졌다"고 했다.  
 
판사봉 이미지. [중앙포토]

판사봉 이미지. [중앙포토]

쌍둥이 자매 측 "사과 없이 뻔뻔…형사 고소 검토"

 
 이에 A씨 자매 측 변호인은 "외숙모 측은 '착취한 게 아니라 A씨 자매를 위해 급여 대부분을 사용한 것처럼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추후 업무상 횡령이나 사기 혐의로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A씨 자매의 지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C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3월 진행한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를 근거로 "A씨 자매 모두 지능지수가 42~55로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A씨 자매 측은 "C씨 가족이 A씨 자매의 급여만으로도 풍족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씨 자매가 함께 근무하던 2012년 1월 기준 두 사람의 월급은 약 407만원이었는데, 당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149만5500원)와 실무적으로 150%(224만원)를 생계비로 잡아도 183만원을 더 받았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A씨 자매가 설령 C씨에게 급여 관리를 위임했더라도 통상의 생활비 규모를 초과한 급여 전액을 사용하라는 것까지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급여 사용 내용과 이체 등의 업무를 못하는 이들의 지적 수준 등을 고려하면 C씨 측이 A씨 자매 급여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재판은 그동안 한 차례 변론이 이뤄졌고, 양측 의견이 워낙 팽팽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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