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트테크’ 성공 비결은 발품…귀 얇아 추천 의지하면 안 돼

중앙선데이 2020.06.06 00:21 689호 22면 지면보기

[책과 사람] 윤보형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윤보형 작가가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장한 아트 인형, 토이(toy)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신인섭 기자

윤보형 작가가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장한 아트 인형, 토이(toy)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신인섭 기자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1839~1881)가 만든 피아노·관현악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1874)은 그림과 음악이 만나는 현장이다. 그림은 투자자들과도 만난다. 그림은 또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
 

변호사 출신 그림 투자 전문가
컬렉팅은 발·눈·가슴으로 하는 것
다양한 작품들 많이 보고 느껴야

돈에 집착하면 아무것도 못 얻어
자신 기호·취향 파악하는 게 중요

부자는 못 돼도 재산 증식은 가능
그림에도 ‘주인’ 있어 안목 키워야

예술은 우리 삶을 정신적·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한다. 예술이 얼마나 좋은지 누구나 다 알지만, 예술은 좀 멀게 느껴진다.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윤보형 작가의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사진)는 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지름길을 제시한다. 부제는 ‘똑똑한 여자의 우아한 재테크’다. (누구도 남성이 이 책을 읽는 것을 규제하지 않는다.) 주제는 ‘아트테크(예술 작품에 투자하는 재테크)’다. 100~500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치부(致富) 기법을 소개했다. 아트테크로 ‘예술 문해력(arts literacy)’을 높일 수 있다. 예술품 구매로 돈도 번다. 꿩 먹고 알 먹고다.
 
서울대 경제학부(summa cum laude 졸업)와 연세대 로스쿨에서 공부한 저자의 본업은 변호사다. 로펌 정향(正向) 소속이다. 아버지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그림과 조우했던 그는, 10여년 전부터 30여 원화·판화 작품을 구매했다. 수익률은 600% 정도.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는 ‘왕초보’나 수십년간 예술품을 구매해온 ‘재벌 사모님’도 모두 많은 것을 얻게 하자는 목표로 기획한 책이다. 미술시장의 본질, 돈 되는 작품 고르는 법, 진짜·가짜 판별하기, 미술품 보관법, 세금 상식 등 아트테크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윤보형 작가를 인터뷰했다.
  
미술품 임대 가능하나 환금성 낮아
 
책에 대한 반응은?
“우스갯소리로 ‘정말 샤넬백이 없냐’고 묻는 분도 있다. ‘되게 실용적이다’ ‘갤러리스트들이 보면 싫어할 수도 있겠다’ 같은 독자 평가에 감사한다. 우리나라 아트테크 시장 규모가 작기에 판매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 20~30대 독자가 많다. 기분 좋다.”
 
‘샤넬백’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샤넬백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산품 소비자 투자다. 아트테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원화(原畫),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시간과 노력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살아 있는 작가의 영혼이 담긴,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살 때, 우리는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가치를 새삼 발견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왜 썼는가.
“제가 체험한 아트테크가 너무 좋아 지인들에게 권하기 위해 썼다. 제가 아무리 열띠게 아트테크를 홍보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이들이 관심을 좀 보이겠지?’라는 좀 유치한 생각도 했다. 설득을 위해 제가 아는 것을 모두 담았다.”
 
본인은 예술품 투자자로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
“수집은 발과 눈과 가슴으로 해야 한다. ‘귀로 하는 컬렉팅’을 피해야 한다. 귀가 얇으면 안 된다. 알면서도 저 또한 달콤한 권유의 함정에 빠진 적이 있다. 한 갤러리를 갔는데 ‘이 사람 뜬다’ ‘해외 화단에서 러브콜을 받았다’고 했다. 집에 그 작품을 거는 순간 ‘아차, 실패한 컬렉팅이구나’ 했다. 아트테크는 갤러리스트를 비롯한 남의 추천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한다. 내 기호·취향에 맞아야 한다.”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에서 지난 2월 20일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화랑 110곳과 작가 530여 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에서 지난 2월 20일 시민들이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화랑 110곳과 작가 530여 명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성공하는 아트테크의 비법을 ‘왕초보’ 투자자에게 한 단락으로 설명한다면?
“정말 다양하게 작품을 많이 보셔야 한다. 미술을 편하게 느끼신 다음에야 아트테크로 넘어가실 수 있다. 너무 돈만 생각하시면, 아트테크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트테크 체험으로 건질 가장 큰 진짜 의미는 대화다. ‘나와 대화가 되는’ 작품을 고르려면, 작품과 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아트테크가 부과하는 선택은 신중함을 자연스럽게 연마하는 기회다. 아트테크는 인생의 선택 기로에 섰을 때 필요한 신중함을 싼값에 연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재테크다.”
 
공부도 그렇고 돈도 그렇다.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종류의 공부이나 돈과 인연이 깊은 사람도 있다. 부동산·주식으로는 실패했어도 아트테크와는 특별히 잘 맞는 투자자가 있는지.
“아트테크 안목이 있는 분들이 있다. ‘정말 타이밍 좋게 내 그림이 온다’ ‘그림에도 주인이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은 일단 그림을 많이 본 분들,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어떤 화가가 국내외에서 뜨기 시작하는 시점과, 그의 작품에 대한 내 안목이 겹쳐졌을 때 사면 수익률이 정말 세다.”
 
아트테크에 대한 지식 면에서 초급·중급·고급 독자가 있을 것이다. 투자 규모에서 소액·중액·고액 투자자가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독자는?
“우선은 그림 시장이 ‘뜨겁다’는 것은 알지만, 기초 지식이 없는 입문자들이다. 작품 수집만 하고 팔아본 경험은 없는 컬렉터에게도 권하고 싶다. 팔아본적은 없기에 자신의 컬렉션이 성공했다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컬렉터는 ‘아주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인 경우가 많다. 막상 팔아보면 수익률이 형편 없는 경우가 많다.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오로지 그림이 너무 좋아서 여윳돈이 생기면 사고 걸고 사고 걸고를 반복하는 분들이 많다. 재산 증식에도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책에 보니 전설적인 월급쟁이 컬렉터 ‘보겔 부부’가 나온다. 주식·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하기도 하지만, 부자가 되기도 하고 재산 증식에 성공하기도 한다. 아트테크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예·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정도로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트테크에 자산을 늘리는 가치는 충분히 있다. ‘아트테크만으로 몇십억 몇백억 부자가 됐다?’ 이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부자라는 것은 현금이다. 자산이 아니라. 엄청난 소장품을 팔아 엄청난 돈이 돼야 하는데··· 물론 우리 한국에도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런 컬렉터가 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계속 활용이 된다. 임대 소득이 나온다. 미술 작품도 임대할 수 있지만, 사실 환금성이 높지는 않다. 아트테크만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볼 수 있다.”
  
수집만 하지 말고 팔아보기도 해야
 
책에서 2018년 세계 미술 시장 규모가 80조원, 한국 미술 시장은 5000억이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우리 미술 시장의 팽창을 가로막고 있을까.
“미술 시장의 삼총사는 컬렉터, 생산하는 작가, 중간의 딜러다. 미국 같은 경우는 부자들이 ‘제가 이런 컬렉션을 갖고 있습니다’하고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떳떳하기 때문이다. 컬렉션 특별전을 보고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은 이런 안목이구나, 이런 취향이 있어서 저걸 샀구나, 참 멋있다’라는 식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컬렉션을 공개하는 컬렉터가 거의 없다. 컬렉션에 대한 매체 인터뷰도 거절한다. 물론 ‘검은돈’으로 사들인 컬렉션도 있을 것이다. 안 좋은 에피소드도 있었다. 하지만 떳떳한 돈으로 모았음에도 ‘오해받기, 세무조사 받기에 십상이다’라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면,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확장과 발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 작가분들, 우리 딜러분들 굉장히 훌륭한 분들 많다. 근성 좋고 감성 좋고 부지런한 분들이다. 급격한 산업화가 낳은 부작용이 미술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컬렉션을 사회와 공유하고 서로 칭찬해주는 문화가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컬렉팅의 방식은 컬렉터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미술 시장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하는 감을 잡으신 다음에는 무엇을 하셔야 하느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무조건 많이 보셔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메시지가 올 것이다. 아트테크를 그런 메시지를 얻기 위한, ‘나를 보다 나답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셨으면 좋겠다. 자신감이 생긴 다음에는 그림 한 점 한 점 사실 때 너무 주저주저하지 마시라.”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