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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혁·고마진 투트랙 전략…모건스탠리 ‘흑역사’ 끊어

중앙선데이 2020.06.06 00:20 689호 14면 지면보기

[월스트리트 리더십] 모건스탠리 CEO 골먼

금융위기가 월가를 휩쓸던 2008~2009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차기 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기관고객을 상대하는 투자은행(IB)·트레이딩 사업 대표 왈리드 샤마, 그리고 개인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웰스매니지먼트 사업 대표 제임스 골먼이 공동 사장에 오르면서다.
 

호주 변호사 출신 월가 아웃사이더
구조조정 전문 컨설턴트 경력 활용
구습에 얽매이지 않고 대대적 수술

자산관리 업무 키워 지속가능 경영
매년 10가지 목표 세워 성취도 점검
골드만삭스보다 수익·시총 앞서

그런데 이 경쟁에서 두 사람은 출발선이 달랐다. 일찌감치 월가에 진출해 투자은행 경력을 쌓은 샤마와 달리 골먼의 금융 이력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각자 맡은 사업 영역의 존재감도 달랐다. 샤마의 사업부는 모건스탠리의 전통적인 주력 사업이라 그 상징성에서 웰스매니지먼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회사에 합류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골먼에겐 회사의 순혈주의 문화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승부의 결과는 초반 예상과 달랐다. 골먼의 역전승이었다. 실적이 명암을 갈랐다. 리스크 감수를 주도한 트레이딩이 금융위기를 거치며 회사를 존폐의 위기에 빠뜨렸을 때, 웰스매니지먼트가 구원자 역할을 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모건스탠리는 그야말로 ‘흑역사’를 경험했다. 시작은 1997년 ‘딘위터’와의 합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하던 딘위터와 합병하며 선제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우선 합병으로 ‘소매 사업’을 얻은 대신 ‘리스크 감수’를 포기한 게 문제를 일으켰다. 합병 후 딘위터 출신 필립 퍼셀이 CEO를 맡으며 리스크 회피로 급선회한 것이 실적 부진으로 직결됐다. 웰스매니지먼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딘위터계 경영진과 모건스탠리계 전·현직 경영진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다.
  
메릴린치 구조조정 주도, 월가 성공 데뷔  
 
제임스 골먼

제임스 골먼

결국 파국을 맞은 모건스탠리는 퍼셀이 하차하고 존 맥 전 사장이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맥은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트레이딩과 웰스매니지먼트를 지목했다. 트레이딩에선 리스크 감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문제였다. 부동산 활황의 끝자락에 뒤늦게 뛰어든 리스크 감수가 엇박자를 내면서 2007년엔 역대 첫 분기 손실이라는 참극을 빚고 말았다.
 
더 심각한 건 웰스매니지먼트였다. 원래 모건스탠리가 경쟁력을 갖춘 사업이 아닌 데다, 합병 후 내부 갈등으로 그나마 유능한 인재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었다. 이에 외부 채용을 결정한 맥이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추천으로 영입한 인물이 바로 골먼이었다.
 
호주 변호사 출신인 골먼은 미국에 유학해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서 일했다. 그런 그가 월가에 진출하게 된 건 1999년 주요 고객사인 메릴린치가 신설한 ‘최고마케팅책임자’ 자리를 제안 받으면서다. 그 후 웰스매니지먼트 총책임자 자리에까지 오른 골먼은 사업부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찰스슈왑, 이트레이드 등 온라인 중개사들의 약진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 중개인의 3분의 1을 줄이고 전체 지점의 4분의 1을 폐점하며 마진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골먼은 인터넷 버블이 터지며 불거진 회사의 평판 위기를 돌파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렇게 월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골먼은 웰스매니지먼트 턴어라운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게 됐다. 메릴린치에서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총책임자로 옮겨 간 골먼은 사업 정상화에 몰두했다. 골먼은 해결책으로 투 트랙 전략을 펼쳤다. 첫 번째 트랙으로 메릴린치에서 휘둘렀던 매서운 칼을 다시 꺼내 들었다. 고위 관리자의 90%를 물갈이하고, 저성과자 2000명을 해고했다. 이와 함께 조직 통합에도 나섰다. 합병 이후에도 어중간하게 나뉘어져 갈등의 온상이던 모건스탠리와 딘위터의 사업부를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한 것이다. 목표 고객도 세분화해 고액 자산가에 집중하는 고마진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두 번째 트랙으론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모건스탠리의 강점인 기관고객 대상 상품 개발 및 제공 역량을 개인고객 대상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양끌이 전략의 성과가 가시화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골먼이 합류한 지 1년이 지난 2007년, 마진율이 21%를 기록해 1년 전 2%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웰스매니지먼트 부흥에 결정적 동력이 된 것은 ‘스미스바니’와의 합병이었다. 2009년 유동성 마련에 허덕이던 씨티그룹에 27억 달러를 지불하고 합병 회사의 지분 51%를 확보한 모건스탠리는 일거에 초대형 웰스매니지먼트 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삽화

삽화

CEO에 오른 골먼은 모건스탠리의 흑역사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그가 취임일성으로 내세운 것은 ‘웰스매니지먼트를 키우고 트레이딩은 구조조정 하는 것’이었다. 먼저 웰스매니지먼트를 IB와 함께 수수료 수입의 쌍두마차로 삼았다. 금융시장의 변동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깔고 가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스미스바니와의 합병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지분 100%를 확보했다.
 
다음으로 트레이딩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경쟁력 있는 주식 사업부는 자원을 집중해 덩치를 키운 반면, 위기의 원인 제공자였던 채권 사업부는 직원의 25%를 감축하는 등 체중 감량에 들어갔다. 웰스매니지먼트를 안정된 수익 창출의 엔진으로 삼는다는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회사 전체 수익의 25%에 불과했던 웰스매니지먼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엔 43%에 달했다. 여기에 IB까지 더하면 전체 수익의 65%(자산운용 포함)를 리스크 감수가 아닌 수수료로 벌고 있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 셈이다. 그 결과 이제 과거의 열세를 뒤집고 수익은 물론 시가총액에서도 월가 맞수 골드만삭스에 앞서고 있다.
 
골먼은 월가에 들어온 후 진정한 주류인 적이 없었다. 호주 출신에다, 컨설턴트로 오래 일했고, 전통 은행 업무로 경력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구조조정 전문 컨설턴트’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도 크다. 하지만 골먼은 오히려 이런 불리한 배경을 지렛대로 삼았다. ‘비주류 아웃사이더’로서 인정과 구습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다.
  
모건스탠리 이적 2년 만에 수장에 올라
 
골먼은 배경 못지않게 리더십도 특별하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직원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IB나 트레이더 출신들과 결이 아주 다르다. 매사에 절제하고 조심스럽다. 사적 감정은 철저히 배제한다. 거기에다 철두철미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이에 골먼은 누구에게나 격식 차린 말투를 구사하고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전략적 접근은 일상화 되어있다. 매년 초가 되면 그해 목표 10가지를 정해 메모해 두고 성취도를 계속 점검한다. 매년 목표와 함께 중기 및 장기 전략도 수립해 적어 두고 수시로 확인한다. 압권은 수익 점검이다. 매일 저녁 책상에 앉아 회사의 주요 사업 및 지역별 세부 수익을 확인해 손 글씨로 메모한다. 현재 사업 상황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느끼고, 머릿속에 새기려는 일종의 ‘의식’이다. 물론 이 모든 게 지나친 세세함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골먼의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모건스탠리가 생존할 수 있었고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됐다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모국 호주에 각별한 애정…‘오스트레일리아 훈장’ 받아
지난 1월, 골먼은 호주 정부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 그가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훈장(Order of Australia)’은 호주인으로서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으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도 받았다. 여기엔 골먼의 모국을 향한 각별한 애정과 봉사도 크게 기여했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절제하는 그도 유독 모국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호주를 매우 사랑한다”고 말하며 호주와 월가 간 가교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골먼의 집무실엔 호주 관련 장식품이 가득하다. 호주 원주민 예술작품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호주 프로 풋볼 팀과 선수의 ‘굿즈’에 둘러싸여 바쁜 일상을 보낸다.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선 “호주 정부나 기업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해 모건스탠리 이후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제임스 골먼 (James Gorman)
모건스탠리 회장 겸 CEO / 전 메릴린치 개인고객 사업부 대표 / 전 맥킨지 시니어파트너
출생연도 1958년(62세)
최종 학력 컬럼비아대학 MBA(1987년 졸업)
 
최정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jung-hyuck.choy@sejong.ac.kr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유비에스, 크레디트 스위스, 씨티그룹 FICC(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 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세종대 경영학부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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