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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왜 검사실에…의심스럽다" 조국 재판부가 놀란 까닭

중앙일보 2020.06.05 22:00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증인신문 전에 증인이 검사실에서 조서를 확인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가”라고 검찰에 의문을 제기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김미리)에서 열린 조 전 장관의 2차 공판에서 증인신문 진행 중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증인, 신문 나오기 전에 검찰에 갔나’는 질문에 증인이 “진술조서를 확인하러 갔다”고 답하자 재판부가 제기한 의문이다.  
 
이날 공판엔 증인으로는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 데스크 김모씨와 특감반원 이모씨가 나왔다. 검찰에 진술조서를 하러 갔다고 답한 건 이씨다.  
 
김 판사는 “지난 증인이었던 이인걸 전 특감반장도 검찰에 갔다고 한다”며 “증인이 법정에 나오기 전에 수사기관에 다시 가 진술을 확인하는 게 허용되는 건가”라고 물었다. 또 “증인이 공판에서 진술해야 하는데 등사실에서 별개로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검사실 가서 한다는 건 법원이 제한한다”며 “이런 것을 처음 봤다”고 강조했다. 검사실에서 함께 조서를 확인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다른 분들도 많이 신청한다”면서 “재판장의 우려에 공감하고 저는 처음 들었다는 것에 더 놀랐다”고 언급했다. 또 “말씀의 취지는 알지만, 저희가 연락하는 건 소환통지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증인이 조서를 확인하고 싶다고 해 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 판사는 다시 “검사실 가서 검사 앞에서 확인 절차를 밟는 게 물론 절차상 맞을 수 있지만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다시 한번 얘기하는 데 공판 중심주의다. 본인이 복사해서 보는 건 상관없는데 방에서 한다는 게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기록을) 가져가는 건 좋지만, 검사실 가서 같이 읽는 게 저는 좀 (이해가 안 된다)”고 계속 되물었다.  
 
이에 검찰은 “이게 얼마나 예민한 사건인데 감히 증인들을 미리 불러서 회유하겠나”라며 “저희는 법 절차에 따라 증인을 소환하고 당사자의 조서 열람 범위 내에서만 기존 규정에 따라 한 것이다. 요청이 들어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검찰 사무규칙에 ‘검사는 신청한 증인, 그밖에 관계자에게 사실확인이나 적절한 신문이 필요한 경우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의 해명에도 김 판사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건 맞다”면서 “이 전 특감반장 때도 약간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을 오해하는 건 아니니깐 마음 상하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지난달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게 “증인 출석 예정된 직후인 4월 27일과 28일에 검찰에 출석한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특감반장은 “날짜는 기억 안 나지만 검찰청에 다녀왔다. 진술한 지 너무 오래돼 기억환기 차원에서 검사님을 뵙고 제가 받은 조서를 보고 왔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이씨는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 정권 핵심 인사들과 밀접한 ‘실세’라고 느낄 정황을 여럿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또 함께 나온 특감반 데스크 김씨는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더 감찰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등을 상부에 보고했는데 그 후에 “윗선에서 감찰 그만하라고 해 그만 진행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감찰 당시 유 전 부시장은 돌연 병가를 내고 잠적해 조사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김씨는 “유재수가 엄청 ‘백’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며 “당사자는 병가를 내고 사라진 사이에 위에서 그만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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