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희궁' '아방궁' 논란까지…역대 대통령의 '사저' 잔혹사

중앙일보 2020.06.05 21:00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9년 3월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19년 3월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저(私邸)'
사전적 의미로 개인 저택, 또는 고관대작이 사사로이 거주하는 저택을 뜻하는 이 말은 한국 정치사에선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받아들여진다. 과거 대통령들이 임기를 마친 뒤 돌아간 거처가 거의 예외 없이 구설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형사처벌로 이어진 전례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사저 예정지로 경남 양산시 부지를 매입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역대 대통령 사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퇴임 대통령 사저 논란의 시작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이었다. 연희동 자택은 대지 816.5㎡(약 247평)에 연면적 238㎡(약 72평)에 달한다. 전 전 대통령 임기 중이던 1981년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사저 주변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는 모두 국고로 충당했다. 임기 말엔 대규모 수리를 거치면서 '연희궁'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집은 현재 검찰이 미납 추징금 1005억5000만원을 환수하기 위해 압류 후 공매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부인 이순자씨 명의이므로 추징금 집행이 위법하다며 공매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차명거래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전인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아들 이시형씨 명의로 부지를 매입했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및 배임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 수사에서 관련자 전원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논란이 커졌다. 2012년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내곡동 사저 특검법'을 발의해 통과시켰고 특검 수사 끝에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살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재건축해 입주했다. 그러나 경호시설 예산에 67억원을 신청했다가 42억원을 배정받는 등 '예산 낭비' 비판이 제기됐다.
 
2012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가운데)씨가 내곡동 사저 매입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내곡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가운데)씨가 내곡동 사저 매입 관련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내곡동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지방에 사저를 지어 주목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사저를 지었는데 대지 4261㎡(1289평)에 370㎡(112평)짜리 1층 단독주택 건물이었다. 공사비와 설계비엔 12억원이 투입됐지만, 경호시설 건립비용에 35억7900만원이 들었다. 보수 진영은 넓은 부지 등을 문제삼아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다.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을 한 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는 각각 '상도동', '동교동'으로 통칭하며 한국 정치의 주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69년부터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376.8㎡(114평)짜리 집에 살았다. 취임 전부터 살던 집이었는데 붕괴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공사비 20억원을 들여 상도동 집터에 사저를 새로 지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가면 옛 모습 그대로의 상도동 집에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터였고 재임 중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맞은 터여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 동교동 사저. [중앙포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 동교동 사저.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는 최근 소유권 분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차남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남 김홍걸 민주당 의원 간 법적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고 이희호 여사가 별세한 뒤 김 의원은 감정액 30억원에 이르는 이 집 명의를 자신 앞으로 돌렸고 김 이사장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1월 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전인 2002년 본래 건물을 헐고 20억원을 들여 주택을 신축하면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호화타운'이란 비판을 받았다. 지하실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에 엘리베이터와 실내 정원을 갖췄다는 이유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자택 증·개축 비용은 사비로 마련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도 몸이 불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려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 내곡동 사저. 김상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 내곡동 사저. 김상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2월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결정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직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67억5000만원에 팔고 28억원에 내곡동 사저로 이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 436㎡(132평) 규모 주택에서 살고 있다. 임기 중 원래 살던 집에 소규모 보수공사만 실시하고 입주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