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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9/11보안세, 연대세, 항공여객세...항공료 속에 숨은 세금들

중앙일보 2020.06.05 06:00
인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중앙포토]

인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중앙포토]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을 위해 항공권을 고를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항목은 대체로 날짜, 소요 시간, 요금 등일 텐데요. 날짜가 맞고, 가급적 직항이면서 가격도 저렴하면 금상첨화겠죠.
 
 그런데 항공권 가격, 즉 항공료를 따질 때 총액은 유심히 보지만 그 세부 명세까지 아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흔히 공항이용료와 유류할증료 정도가 익숙할 뿐인데요. 특히 항공료에 어떤 세금이나 수수수료가 붙는지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들 세금과 수수료는 항공료에 일괄포함됩니다.   
 
 "사실 항공사 직원들도 담당 분야가 아니면 이런 내역을 일일이 알기는 쉽지 않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 얘기입니다. 취항하는 나라마다 부과하는 세금과 수수료가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국가별로 처한 상황이나 정책에 따라서 나름의 세금과 수수료가 책정된다고 합니다. 
 

 미국, 9/11 테러 이후 '보안세' 신설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표적인 것이 미국을 오갈 때 지불하는 '9/11 보안세(September 11th Security Fee)' 입니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역할이 커진 미국 교통안전국(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의 재정 확충을 위해 징수하기 시작한 세금인데요. 
대한항공의 인천~뉴욕 왕복 항공료 내역.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대한항공의 인천~뉴욕 왕복 항공료 내역.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미국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승객 1인당 편도 기준으로 5.6달러(약 7000원)를 부과합니다. 예를 들어 인천~미국 뉴욕 노선을 왕복으로 끊으면 9/11 보안세가 포함되지만, 인천에서 뉴욕까지 편도로 항공권을 사면 이 돈은 안 내도 됩니다. 반대로 뉴욕발 인천행 편도의 경우는 9/11 보안세를 내야만 합니다.  
 
 미국 교통안전국이 홈페이지에 밝힌 연간 징수내역에 따르면 9/11 보안세 수입은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42억 6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보안세 외에도 미국에선 출입국 때 여러 종류의 수수료를 받는데요. 동식물검역국 서비스료(US 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 Fee, 3.96달러), 이민국 서비스료(US Immigration and Naturalization user fee, 7달러), 세관 서비스료(US Customs User Fee, 5.89달러) 등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처럼 공항이용료(Passenger Facility Charge, 4.5달러)도 받습니다. 
 

 아프리카 질병 퇴치 위한 '연대세' 

 프랑스에선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용도인지 알기 어려운 세금이 항공료에 포함되는데요. '연대세(Solidarity Tax Effective)'가 우선 꼽힙니다. 프랑스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 승객에게 비행거리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으로 2006년 신설됐습니다. 파리발 인천행의 경우 이코노미 승객은 4.5유로(약 6100원)가량을 내야 하는데요. 프랑스가 밝힌 도입 이유는 "아프리카 등에서 발생한 각종 질병 퇴치에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영국 런던의 히스로공항을 떠나는 항공기의 승객에게는 적지 않은 항공여객세가 부과된다. [중앙포토]

영국 런던의 히스로공항을 떠나는 항공기의 승객에게는 적지 않은 항공여객세가 부과된다. [중앙포토]

 
 영국에는 '항공여객세(Air Passenger Duty)'라는 게 있는데요. 영국 내 공항을 출발하는 항공기 승객에게 부과되며, 비행거리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비행거리가 3200㎞ 이내면 A 그룹, 이상이면 B그룹이며 탑승 항공기가 저비용항공사인지 대형항공사인지 등에 따라서 요금이 달라지는데요.   
 
 히스로(런던) 발 인천행 대한항공기의 경우 항공여객세로 승객 1인당 80파운드(약 12만원)가 부과됩니다. 단, 만 15세 이하의 탑승객은 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파리를 출발하는 승객에게는 연대세가 부과된다. 인천행 편도요금 내역.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파리를 출발하는 승객에게는 연대세가 부과된다. 인천행 편도요금 내역.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태국에도 다른 나라의 공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수료가 하나 있습니다. 사전 승객처리료(Advance Passenger Processing User Charge)인데요. 이 수수료는 입국과 출국 때 각각 1.11달러(약 1400원)씩을 징수됩니다. 사전에 요주의 승객을 골라내는 첨단 시스템 도입과 운영 비용 명목이라는 설명입니다. 
 

 런던발 인천행, 항공여객세만 12만원  

 이들 국가 외에도 여러 나라가 나름대로 항공과 공항관련 세금을 받고 있는데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출발 때만 출발세를 받고 입국 때는 따로 세금을 받지 않습니다. 출발 때 내는 세금은 국제공항이용료(인천·김포 1만7000원), 출국납부금(1만원), 국제질병퇴치기금(1000원) 등 모두 2만8000원입니다. 
태국에서는 사전 승객처리료를 받는다. [연합뉴스]

태국에서는 사전 승객처리료를 받는다. [연합뉴스]

 
 이러한 세금과 수수료는 각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일일이 알려주는 대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징수할 항목을 고지하면, IATA가 회원국 항공사에 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공유됩니다. 각 항공사가 이를 바탕으로 발권시스템에 입력하면 항공권 발권 때 자동으로 해당 세금이 징수된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비정상적이거나 불공정한 세금까지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만일 이 같은 세금을 받겠다는 나라가 있으면 IATA에서 항의한다고 하는데요. 항공 분야는 차별에 특히나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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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해외여행을 위해 항공권을 구매하게 되면 세부항목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요금 세부 항목 중에서 '세금, 수수료 및 기타요금'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을 클릭하면 어떤 세금과 수수료가 징수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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