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② 위기 속 기회 맞은 K바이오 〈하〉

송형곤 젬벡스앤카엘 대표가 28일 분당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 인터뷰
노르웨이서 신약 후보물질 사들여
반도체필터서 번 돈 고스란히 쏟아
우선 알츠하이머병은 국내에서 2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3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2상 임상시험의 허가를 받은 상태다. 다만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국내 3상 임상시험 진행 중인데 모집 예정 환자 417명 중 190명이 현재까지 등록했다. 췌장암의 경우 3상 임상시험을 종료한 상태로 내년 상반기 정식 허가가 목표다. 송 대표는 “이 세 가지 치료 분야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가장 임팩트가 크고 회사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젬백스앤카엘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기약 없는 임상시험에 계속 투자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또 다른 사업부문인 반도체필터 제조에서 벌어들이는 400여 억원 규모의 연 매출을 신약개발에 온전히 쏟아붓는 형국이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한국 바이오벤처에겐 돈 외에도 말 못할 어려움이 많다. 송 대표는 크게 두 가지 바람을 이야기했다. 우선 바이오 관련주를 단기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는 주식시장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그는 “신약개발은 10년 이상의 꾸준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한 인고의 작업”이라며 “투기자본 때문에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회사로 유무언의 압박이 쏟아져 연구개발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둘째,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회사일 수록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송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당국은 인허가 기관인 동시에 벤처의 싹을 키울 수 있는 도우미가 될 수도 있다”며 “당국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는 소규모 벤처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