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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걸리던 화학물질 수입 보름 만에 끝

중앙일보 2020.06.05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한국환경공단이 화학산업계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공동 등록 지원 등의 절차를 교육하고 있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이 화학산업계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공동 등록 지원 등의 절차를 교육하고 있다. 사진 한국환경공단

5G 통신망용 광케이블에 사용하는 신소재를 개발한 D사는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공급받던 화학물질을 수급 안정을 위해 업체가 직접 수입하려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현지 공장들의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제때 수입하기 어려워졌다. 가장 큰 걸림돌은 30일(최대 90일) 정도 걸리는 화학물질 수입 절차였다. 고민하던 D사는 환경부에 기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부는 최근 도입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적용해 D사의 서류를 우선 검토키로 했다. 결국 한 달이 걸리던 처리 기간이 보름으로 줄었다.
 

R&D·소재 조달 급한 기업 배려
환경부, 패스트트랙 둬 절차 단축
화학사고 예방 위해 관리도 강화

기업들이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환경 당국이 잇따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화학물질의 등록을 쉽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화학물질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 건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이듬해 구미 불산 유출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다.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이 제정됐다.
 
애초 환경부는 국내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510종만 등록·신고를 하도록 했으나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연간 100㎏ 이상의 신규화학물질 또는 1t 이상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유해성 심사, 위해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화학물질 규제 강화 이후 관련 사고 건수가 2015년 113건에서 지난해 57건으로 절반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사태가 터지고 올해 코로나19 감염 확산까지 겹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화학물질 등록을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등 부담이 크고 절차도 복잡하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환경 당국은 지난해 사전신고제를 통해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한 업체를 대상으로 등록 기간을 유예해줬다. 또 사전신고를 통해 확보한 1만 7000여 종의 화학물질 정보를 바탕으로 같은 화학물질을 쓰는 기업들을 묶은 협의체를 구성했다. 동일한 화학물질을 쓰는 기업끼리 공동 등록하는 방식으로 개별 업체의 부담을 줄이자는 구상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동종 화학물질별로 협의체가 구성돼 화학물질 등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화학안전지원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협의체를 통해 화학물질을 등록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컨설팅하고 있다”며 “공동으로 등록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시험자료를 생산하고 구입하는 비용과 번거로움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처리 기간을 단축해주는 패스트트랙도 도입됐다. 특히 연구개발을 위해 등록면제 확인을 요청한 화학물질은 최대 14일 걸리던 절차를 하루 만에 처리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화학물질 등록 및 등록면제확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24개 업체가 4종의 물질에 대해 25건의 패스트트랙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규제 개선’이 ‘규제 후퇴’는 아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심사항목이나 대상은 일반절차와 동일하며, 화학사고 예방에 문제가 없도록 검토·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창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유예나 예외보다 법을 준수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의 화평법 이행을 위한 다양한 기술·재정적 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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