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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에 기본소득 뺏길라···김부겸 "보수 버전 되면 안된다"

중앙일보 2020.06.04 16:49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야권발(發) 기본소득 논의가 정치권 전체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에 없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기본소득 논의를 공식화했다. 그는 "국가 혁신,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 및 예산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여권에선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여태 진보 진영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복지 담론'을 자칫 보수쪽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 주창자가 김 위원장이라는 점에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 공약 작업을 진행했다.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보수적 개념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잘못 끌고 가게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진보적 버전 말고도 보수적 버전이 있다. 기존의 복지를 줄이고 국가를 축소해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원한 후 사회보장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토록 하자는 발상"이라면서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과 통합당의 기본소득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및 실업 부조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며 "기본소득 논의는 그 진전을 보아가며 뒤따르는 게 맞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몇 해 전부터 기본소득 관련 도서와 자료들을 읽고 이원재 LAB2050 대표 등 기본소득 이론가들과 토론하는 등 기본소득제 도입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기본소득을 자신의 대표 의제로 내세워 온 이재명 경기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종인 위원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환영하지만 기본소득을 청년계층이나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한정하려는 생각에는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복지가 아닌 경제정책이므로 재원부담자인 고액납세자 제외나 특정계층 선별로 일부에게만 지급하거나 차등을 두면 안된다. 소액이라도 모두 지급해야 한다"면서다. 그는 그러면서 "기존 예산 조정을 통해 소액으로 (기본소득 지급을) 시작한 후,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확대에 국민이 동의할 때 비로소 증세로 점차 증액하는 순차도입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산하 더미래연구소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차기 대선에 있어서 이니셔티브를 잡으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며 "가치적으로 보수가 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재원충당 등 세부적 논의에 들어가면 장기적인 정치 담론으로 역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이원욱(3선) 민주당 의원은 "기본 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만들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여·야·정 위원회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표출될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필요한 증세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진보적 정당인 민주당도 의제화하기 힘든 기본소득을 보수당인 통합당 당대표(비대위원장)께서 의제화했으니 기본소득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인 논쟁이 붙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왼쪽) [연합뉴스]

이원욱 민주당 의원(왼쪽) [연합뉴스]

한편 여권에선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1인당 20만원'을 추가 지급하자는 주장에 동조하면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이 이제 진단하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는 상당히 장기화할 전망이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계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지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기식 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이전의 소비와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의 소비를 한 3개월 비교하고 계층별로 구분하면 소비 촉진 효과가 나온다"며 "2차 재난지원금 문제는 이를 검증한 하반기에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론은 찬성-반대가 큰 차이가 없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여론조사(tbs 의뢰·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510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선 응답자의 51.1%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찬성했고, 반대 응답은 40.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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