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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동남아 앓이? 동네서 즐기자 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의 맛

중앙일보 2020.06.03 06:00
동남아 음식이라면 베트남, 태국부터 떠올리지만 다른 나라에도 맛난 음식이 많다. 서울 망원동 '라오삐약'에서 맛본 라오스의 대표 음식들. 왼쪽부터 땀막훙, 카오삐약, 랍. 최승표 기자

동남아 음식이라면 베트남, 태국부터 떠올리지만 다른 나라에도 맛난 음식이 많다. 서울 망원동 '라오삐약'에서 맛본 라오스의 대표 음식들. 왼쪽부터 땀막훙, 카오삐약, 랍. 최승표 기자

지난해 한국인 1005만 명이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했다. ‘동남아 앓이’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터이다. 길거리 ‘목욕탕 의자’에 앉아 2000~3000원짜리 국수에 맥주 한 잔 곁들이던 순간이 가장 그리울 것이리라. 당분간 따뜻한 남쪽 나라를 가긴 어렵겠다. 그러나 비행기를 안 타고도 그리운 맛을 즐기는 방법은 있다. 국내에 현지식에 가까운 음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이미 대중화된 베트남, 태국 음식 말고 더 낯선 나라의 음식을 도전해보면 어떨까. 아세안의 변방으로 여겨지는 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 이야기다. 세 나라를 찾는 방문객이 적어 덜 알려졌을 뿐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뒤지지 않는다. 세 나라의 대표 음식과 국내서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소개한다.
 

미얀마-한 상 가득 백반  

인천 부평구에는 미얀마 식당이 많다. '브더욱 글로리'에서 맛본 미얀마 정식. 우리네 밑반찬과 비슷한 음식이 많다. 최승표 기자

인천 부평구에는 미얀마 식당이 많다. '브더욱 글로리'에서 맛본 미얀마 정식. 우리네 밑반찬과 비슷한 음식이 많다. 최승표 기자

미얀마 음식은 다른 인도차이나 국가 음식과 공통분모가 가장 적다. 미얀마의 대표 음식으로 커리와 국수를 꼽는다. 그러나 우리가 먹어본 동남아식 커리, 국수와는 결이 전혀 다르다. 도리어 한식과 닮은 구석이 있다.
미얀마 커리는 언뜻 커리 같지 않다. 우선 기름기가 많다. 음식 표면에 기름층이 눈에 보일 정도다. 무더운 날씨에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미얀마 식탁에서 커리는 우리네 밑반찬 같은 역할을 맡는다. 생선·양고기·염소고기·돼지고기 등을 넣고 푹 끓여낸다. 돼지고기 커리는 한국식 장조림, 생선 커리는 고등어조림 맛과 닮았다. 미얀마 전통 식당에서 커리 정식을 주문하면 우리네 백반 정식과 비슷한 상차림이 나온다. 나물과 비슷한 데친 채소 요리도 많아 무척 친숙하다. 5000원 정도로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다양한 음식이 차려지니 황송한 기분마저 든다.
미얀마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모힝가. 메기 육수로 만든 쌀국수다. 최승표 기자

미얀마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 모힝가. 메기 육수로 만든 쌀국수다. 최승표 기자

인천 부평구에 미얀마 식당이 많다. 부평구에 따르면, 초기 미얀마 이주민 상당수가 부평에 정착했고 미얀마 불교 사원도 들어섰다. 식당뿐 아니라 미얀마어 간판이 달린 마트, 휴대전화 가게도 있다. ‘브더욱 글로리’라는 식당이 정평이 나 있다. 미얀마 정식(8000원)을 주문하면 현지만큼은 아니어도 제법 실한 한 상이 차려진다. 미얀마 국민 쌀국수라 불리는 모힝가(6000원)도 별미다. 역시나 뜻밖의 맛이었다. 미얀마인의 아침 메뉴로 인기인 모힝가는 메기로 육수를 낸다. 충북 옥천에서 먹는 생선 국수가 떠오른다. 비린 맛이 강해 한국인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린다.
 

라오스-쫀득한 면발과 찹쌀밥 

라오스는 내륙국가다. 캄보디아·미얀마·태국·베트남·중국이 라오스를 에워싸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접한 국가와 음식이 많이 겹친다. 1893~1954년 인도차이나 일대를 점령한 프랑스도 라오스인의 밥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고 라오스 음식을 베트남이나 태국의 아류로 여기면 안 된다.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은 “모두가 태국 음식으로 생각하는 파파야 샐러드(솜땀)는 사실 라오스의 ‘땀막훙’이 원조”라고 소개한다. 태국에서 솜땀의 고장으로 불리는 북동부 지역은 13~19세기 라오스 땅이었다.
생면으로 만든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 최승표 기자

생면으로 만든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 최승표 기자

땀막홍과 함께 라오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쌀국수 ‘카오삐약’과 고기 샐러드 ‘랍’을 꼽는다. 카오삐약 면발은 여느 동남아 국수 면발과 다르다. 찰기가 많아서 쫄깃쫄깃하다. 우동과 쫄면의 중간쯤 되겠다. 랍은 잔치 때 빠지지 않는 귀한 음식인데 찹쌀밥과 곁들여 먹는다.
라오스 요리를 잘하는 집이 서울에 있다. 2017년 망원동에 들어선 ‘라오삐약’이다. 함께 방송사를 다니던 원성훈(35), 정효열(33)씨는 라오스로 휴가를 갔다가 흠뻑 빠졌다. 직장을 다니면서 연거푸 네 번 라오스를 찾았고 아예 요리를 배워와 식당을 차렸다. 지난 4월에는 신용산역 쪽에 2호점을 냈다. 점심때는 직장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재료가 소진돼 일찍 마감하는 날도 많다. 인기 메뉴는 생면으로 만든 닭고기 쌀국수(1만2000원)와 소 도가니 쌀국수(1만원). 원씨는 “라오스 요리는 화려하진 않아도 모든 재료가 신선해야 제맛이 난다”고 말했다.
함께 여행을 갔다가 라오스 음식에 푹 빠져 아예 식당을 차린 라오삐약 원성훈(왼쪽), 정효열씨. 최승표 기자

함께 여행을 갔다가 라오스 음식에 푹 빠져 아예 식당을 차린 라오삐약 원성훈(왼쪽), 정효열씨. 최승표 기자

 

캄보디아-크메르족의 샐러드

지난해 앙코르와트 취재차 캄보디아 시엠레아프를 찾았다. 37도 무더위에 시달린 탓일까. 음식 대부분이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의 음식 맛은 하나같이 달고 짜고 퍽퍽했다. “캄보디아 음식은 베트남이나 태국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현지인 가이드의 말을 수긍했다. 오죽하면 술도 못 하는 사람이 얼음 탄 0.5달러(약 600원)짜리 밍밍한 생맥주를 최고의 맛으로 기억하겠나.
시엠레아프에서 직접 만들어본 캄보디아 대표 요리 '아목'. 단순한 커리 같지만 상당히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최승표 기자

시엠레아프에서 직접 만들어본 캄보디아 대표 요리 '아목'. 단순한 커리 같지만 상당히 많은 재료가 들어간다. 최승표 기자

한데 마지막 날 쿠킹 클래스에 참가한 뒤 생각이 바뀌었다. 크메르족 전통 요리인 ‘아목’과 소고기 샐러드 ‘플리 사히 코’를 만들었다. 아목은 우리네 된장국 같은 캄보디아인의 소울푸드다. 레시피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쿠킹클래스에서는 민물고기와 커리, 코코넛 밀크로 아목을 만들어 먹었다. 매콤달콤한 국물과 진한 향의 허브가 어우러진 맛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밤 비행기를 타기 전, 아목을 잘한다는 식당을 찾아가 마지막 끼니를 때웠다.
경기도 의정부의 캄보디아 식당에서 맛본 소고기 샐러드와 아목. 최승표 기자

경기도 의정부의 캄보디아 식당에서 맛본 소고기 샐러드와 아목. 최승표 기자

캄보디아 이주민이 한국에 많이 산다. 2018년 기준, 4만5000명이다. 경기도 수원·안산·의정부에 캄보디아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 의정부 제일시장 바로 앞에 자리한 식당 ‘앙코르와트’에서 아목(9000원)과 플리 사히 코(1만2000원)를 먹어봤다. 아목은 시엠레아프에서 먹은 것보다 기름졌다. 대신 플리 사히 코 맛은 준수했다. 살짝 익혀 보들보들한 소고기와 아삭한 껍질콩의 식감이 두드러졌고, 진한 레몬그라스 향도 좋았다. 평일 점심시간, 젊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스피커에서는 캄보디아 가요가 쩌렁쩌렁 울렸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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