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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철저한 수사” 당부한 세월호 특수단, 이번에는 다를까

중앙일보 2020.06.02 18:51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6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16 재단 관계자 등이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의 임관혁(53‧사법연수원 26기) 단장이 첫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이번에 정리한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당부가 있었다고 했다. 특수단은 출범 200일이 되던 지난달 28일 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 인사 9명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 방해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이들 중 4명은 이미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한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특조위 활동을 직접 방해한 것이 아니라 하급 공무원이 문건을 작성하게 했고, 그조차도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거나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2차 기소는 무엇이 다르고, 실효성은 있는 것일까.  
 

박근혜 행적 조사 결정 전과 후, 달라진 방해 행위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남 진도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 사고현장을 찾아 해경 경비함정에서 수색 구조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남 진도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 사고현장을 찾아 해경 경비함정에서 수색 구조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특수단은 범행 시기와 구체적 행위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1차 기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조사 안건을 의결하기 전의 이야기라면 이번 기소는 의결이후 보복 또는 무력화를 위한 방해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1차 기소 때 검찰은 특조위가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 안건으로 채택하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 이 전 비서실장 등 3명이 공모해 파견공무원에게 ‘위원회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고 봤다. 반면 특수단은 그런데도 안건이 의결되자 이 전 비서실장 등 8명이 공모해 특조위 진상규명국장 임용 절차를 중단시키고, 추가 파견이 필요한 공무원 17명을 파견하지 않아 특조위 조사권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특조위 활동 기간 기산점을 두고도 검찰의 기소는 이어졌다. 당시 특조위 활동 기간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활동 기간 시작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1차 기소한 검찰에 따르면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법제처에 기산일과 관련된 법령해석을 요청하도록 지시했고, “해수부가 원하는 대로 기산점을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자 법령해석 요청을 철회하도록 했다. 특수단에서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한 6명이 공모해 자의적으로 기산점을 2015년 1월 1일로 확정하고, 이후 하반기 예산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특조위 활동을 강제로 종료시켰다고 봤다.  
 
해당 기소 사항은 1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수단 관계자는 “문건 작성은 청와대 차원의 일이 아니기에 무죄 판결이 나오기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이라며 “이번 기소는 특조위 업무를 방해했다는 결과 혹은 실체에 포인트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우리가 기소한 부분이 노골적인 방해 행위로 더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죽은 권력 정리 위주의 수사”

반면 같은 인물이 일련의 과정에서 한 일을 둘로 나눠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이를 한 사건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항소심은 일단 보류하고, 추가 기소 부분에 대한 1심 판결 후 사건을 병합하는 수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홍석(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한 덩어리를 두 개로 쪼개 쉽게 밝힐 수 있는 부분만 수사가 되고, 어려운 부분은 넘어간 것 아닌가 싶다”며 “죽은 권력 정리 위주의 수사”라고 평가했다. 양 변호사는 “실제 밝혀야 할 침몰 원인이나 청해진해운 관련 부분, 해수부의 인양 방해 등은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헌 당시 특조위 부위원장은 특수단 수사 결과 자신에게 사퇴를 강요했다고 밝혀진 이들의 선처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할 생각은 안 하고 예산 등 핑계를 댄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면서도 “적폐의 대상으로 계속해서 조사를 받은 것이니 선처해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족 “박근혜 청와대, 성역없는 전면 수사 촉구”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특수단의 수사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2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작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의 몸통 격인 국가 책임자를 비롯한 핵심 세력들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대고 있다”며 “특수단은 약속했던 것처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성역 없는 전면 재수사, 범죄혐의자 78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첫 단추부터 잘 끼워졌다면 좋았을 텐데 당·정·청이 조직적‧지속적으로 특조위 업무를 방해했기에 유족들 불신의 골이 깊은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가영·김수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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