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음식을 소금에 절이면 왜 썩지 않을까?

중앙일보 2020.06.02 14: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77)

모든 생명체의 세포내 용질의 농도는 약 0.9%정도이다. 세포를 이 보다 높은 소금용액 등에 담가두면 막을 통해 물이 빠져나온다. 내부의 용질농도가 0.9%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생명체는 활동을 멈춘다. [사진 Pixabay]

모든 생명체의 세포내 용질의 농도는 약 0.9%정도이다. 세포를 이 보다 높은 소금용액 등에 담가두면 막을 통해 물이 빠져나온다. 내부의 용질농도가 0.9%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생명체는 활동을 멈춘다. [사진 Pixabay]

 
바보(?)스런 질문 하나. “음식에 소금 치면 왜 썩지 않을까?” 짜니까. 틀렸다. 간혹 “삼투압(滲透壓) 때문이다”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 이론적 배경까지 설명하기에는 만만치가 않다. 삼투압의 정의는 이렇다. “서로 다른 농도를 가진 두 용액사이에 용매(녹이는 물질)를 통과시키나 용질(녹아있는 물질)을 통과시키지 않는 반투(과)성막으로 막아놓았을 때,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용매(물)가 이동하는 현상(그림)을 삼투현상이라고 하고, 이 현상으로 생기는 압력을 삼투압이라 한다.” 좀 어렵다.
 
삼투현상. [사진 사이언스올]

삼투현상. [사진 사이언스올]

 
더 설명하자면 모든 생명체에는 세포를 감싸는 세포막이 있다. 그 세포막은 반투과성(semi-permeable)을 띤다. 반투과성이란 물은 자유롭게 드나들지만 녹아있는 용질의 통과를 제한하는 성질을 말한다. 용질은 오로지 막 속 관문에 비유되는 운송시스템을 통해서만 운반된다. 이를 ‘능동수송’과 ‘수동수송’이라는 학술용어로 표현한다.
 
모든 생명체의 세포내 용질의 농도는 약 0.9%정도다. 세포를 이 보다 높은 소금용액 등에 담가두면 막을 통해 물이 빠져나온다. 물의 이동은 항상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향한다. 세포내부의 물은 줄게 되고 세포질의 용질농도는 차츰 높아진다. 물의 이동은 내외의 농도가 평행이 될 때가지 진행된다.
 
일정시간 지나면 세포내부의 물이 빠져나와 세포는 위축된다. 즉, 내부의 용질농도는 0.9%이상으로 증가한다. 이런 상태에서 생명체는 활동을 멈춘다.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는 현상과 같다. 숨이 죽은 배추를 다시 맹물에 담그면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미생물도 마찬가지. 소금물에서는 내부의 물이 빠져나와 세포는 쪼글쪼글하게 위축된다. 내부의 농도는 진해진다. 이를 원형질분리라고 한다. 이때 미생물이 죽지는 않지만 생육이 저지된다. 부패를 막는 원리이다.
 
이와 같이 인위적으로 삼투압을 변화시켜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하는 방법이 절임법이다. 절임법에는 소금절임, 당절임, 초절임이 있다. 건조법과 함께 가장 오래됐다. 음식을 간하여 부패를 막는 소금의 최소농도는 약 5%정도로 본다. 단기간 저장용이다. 간장, 된장, 젓갈 같이 장기저장을 위해서는 소금농도를 무려 20%이상으로 해준다. 이 농도에서는 반영구적으로 저장이 가능하다. 집 대문이나 가게입구 구석진 곳에 소금을 놓아두거나, 재수 없는 사람 뒤에다 소금뿌리는 것은 부패하고는 관계없이 액운을 물리치려는 주술적 행위이다. 상처 난데 소금 뿌린다는 악담은 더 아프게 하겠다는 앙심이고.
 
소금은 인체의 생리현상에 대단히 중요하다. 여러 역할이 있지만 일차로 세포 내외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혈액속 소금농도는 항상 0.9%정도로 유지된다. 혈액, 콧물, 눈물(체액)이 짭조름한 이유다. 생리식염수란 말은 여기서 나왔다. 우리가 소금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는 체액의 방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포 내외의 삼투압에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인위적으로 삼투압을 변화시켜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하는 방법이 절임(저장)법이다. 절임법에는 소금절임(염장), 당절임(당장), 초절임이 있다. [사진 Pixabay]

인위적으로 삼투압을 변화시켜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하는 방법이 절임(저장)법이다. 절임법에는 소금절임(염장), 당절임(당장), 초절임이 있다. [사진 Pixabay]

 
혈관은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에 비유된다. 혈관과 조직세포사이에는 반투과성인 막을 경계로 붙어있다. 이 때 혈액과 세포내 용질의 농도는 항상 같아야한다. 같지 않으면 물의 이동이 일어나고 압력(삼투압)이 걸린다. 심하면 생명유지가 어렵다.
 
만약에 소금을 많이 먹어 혈액속의 소금농도가 높아지면 세포속의 물이 빠져나와 혈관이 팽창한다. 이게 소금이 혈압을 높인다는 이유다. 농도가 반대이면 세포 쪽이 팽창한다. 그러나 좀체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 신장이 작동하여 소금 등의 염류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동시에 갈증을 느껴 물을 들이킨다. 둘 다 삼투압의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한 기능이다.
 
절임법 중에는 당절임도 있다. 음식에 설탕을 넣어 삼투압을 높게 하여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소금대신 설탕이다. 잼이나 정과 등에 쓴다. 꿀과 조청이 썩지 않는 것도 삼투압 때문이다. 설탕의 경우는 소금보다 효능이 낮아 더 높은 농도를 요구한다. 대개 30%이상의 농도가 부패를 막는 최저농도로 본다. 소금의 6배 정도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한때 산야초효소가 유행했다. 이도 60%이상의 설탕으로 삼투압을 높여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발효 혹은 효소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미생물이 생육하지 못하는데 발효라 할 수 없다. 또 효소하고는 관계없는 일종의 당절임에 불과한데 효소(액)라 하면 틀린 말이다.
 
절임에 초절임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삼투압과 관계가 없다. 식품의 산성도를 높여 미생물의 생육을 억지하는 방법이다. 식초뿐만 아니라 모든 식용 유기산(구연산, 사과산 등)으로도 가능하다. 미생물은 pH가 3~4이하가 되면 대개의 부패세균은 생육이 저지된다. 물론 이 pH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것도 있긴 하다. 이걸 영어로는 피클링(pickling)이라 한다. 오이, 마늘 등에 자주 적용한다.
 
내친김에 소금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 소금은 인체의 항상성유지에 절대로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먹거리에 대한 담론 중 소금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없다. 기준도 모호한 것을 많이 먹으면 만병의 근원이라 호들갑을 뜬다. 우리 몸에 필요한 30여 미네랄 중 가장 많이 필요하고 가장 해가 없는 것이 소금이다. 세간에는 과다 섭취에 따른 몇몇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공포의 대상으로 친다. 소금은 음식과 함께 먹지 않을 수 없는 물질이다. 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필요량 이상으로 먹는다. 지나친 건강염려증으로 맨 것 같은 음식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간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한다. 괜한 고집이다. 그 이유가 다음이다.
 
소금의 유해성과 적정량에 대해 아직 명확한 정설은 없다. 그래서 특별히 환자가 아니라면 간맞춤 정도의 소금량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사진 Pixabay]

소금의 유해성과 적정량에 대해 아직 명확한 정설은 없다. 그래서 특별히 환자가 아니라면 간맞춤 정도의 소금량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사진 Pixabay]

 
세계보건 기구는 소금섭취량에 가이드라인을 정해 1일 5g을 권장한다. 민족이나 지역(기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양의 일방적 결정이다. 소금의 과잉 분은 콩팥에서 오줌으로 배출한다. 콩팥의 배출능력은 나트륨(Na)으로 계산하여 하루 약 1.5kg정도, 소금으로 치면 3.8kg에 해당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을 걸러내는 능력이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에 걸린다는 게 상식처럼 통한다. 정설이 아니다. 소금이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단 고혈압 환자가 과잉 섭취하면 혈압이 일시적으로 약간 올라갈 수는 있다.
 
미국의 한 의학저널은 “소금을 적게 먹은 사람이 적당히 먹은 사람보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37%가량 높다”고 밝혔다. 또 미국립의학연구소(IOM)가 소금 섭취를 줄이라는 기존의 권고사항에 의문을 제기했다. “종전의 권장량 5g이하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환자라도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기존 상식에 반하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냈다. 종편의 쇼닥터들은 더 충격이었을 게다.
 
결론적으로 소금의 유해성과 적정량에 대해 아직 명확한 정설은 없다. 그래서 특별히 환자가 아니라면 간맞춤 정도의 소금량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소금 섭취가 많은 사람이 수명이 특별히 짧다는 통계도 없다. 음식의 간에 마냥 겁먹을 필요도 없다. 식성에 맞게 먹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단 소금의 지나친 섭취(지나치다는 기준은 없다)를 피해야 할 환자는 예외다. 참고로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이 권장량의 3~4배를 먹는다. 우리도 만만찮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