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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피해라’ 눈치작전 치열…“지역구 도움 안되고 후원금도 적어”

중앙일보 2020.06.01 21:00
21대 국회 상임위원장을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만큼이나 치열한 눈치작전이 각당 내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자리가 한정된 희망 상임위 진입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기피 상임위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의원들의 기피대상 1호는 국방위원회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 보고한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 신청 현황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177명 중 국방위를 희망한 사람은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비례대표) 의원 1명뿐이었다. 민주당 내 국토교통위원회 희망자가 49명이어서 약 3대1의 진입경쟁을 벌어지고 있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민주당에선 “국방위를 희망하기만 하면 초선도 상임위원장이 될 판”(호남 의원)이라는 농담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17년 10월 12일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가운데)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7년 10월 12일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가운데)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7년 4월 14일 미래통합당 한기호 후보가 강원 춘천시 신북읍 장터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4월 14일 미래통합당 한기호 후보가 강원 춘천시 신북읍 장터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4월 20일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 인터뷰가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2017년 4월 20일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 인터뷰가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하루 뒤 신청을 마감한 미래통합당도 의원 103명 중 한기호·신원식·김성원 의원 3명만 희망 상임위 1~3순위 내에 국방위를 적었다고 한다. 한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과 신 의원(비례대표)은 모두 육군 중장 출신이고 김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은 원내수석부대표다. 현재 국방위 정원인 17석 중 14석의 주인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역구 관리에 도움 안 돼"   

20대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던 한 통합당 의원은 의원들이 국방위를 필사적으로 회피하는 이유로 ‘지역구 관리의 어려움’을 들었다. 그는 “지역구 의원은 지역 민원을 해결해야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데 국방위는 지역 현안 관련 예산을 챙기기 어렵고, 국방위 이슈들은 모두 중앙정부 관련이라 지역을 위해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노른자위 상임위인 국토위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못 가게 되더라도 교육위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를 가면 갔지 국방위는 안 간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군군수사령관(소장) 출신인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민주당 의원도 국방위가 아닌 농해수위를 지망했다. 20대 국회에서 국방위를 경험한 한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은 “지역 현안 해결이나 공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에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전 국방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전 국방위원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후원금 모금에도 장애"  

국회의원 활동비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도 국방위가 기피되는 현실적인 이유다. 지역사회와 고립돼 존재하는 군부대 특성상 관련 이익단체 자체가 적은 데다 현안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에 후원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게 국방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20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에 배정된 의원들의 후원금 감소세는 뚜렷했다. 친문(친문재인) 실세인 도종환 민주당 의원(충북 청주흥덕)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배치됐던 20대 국회 첫해(2016년) 연간 모금한도 3억원을 꽉 채웠지만 국방위에 배정된 2019년 모금액은 4161만원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어 모금 가능 액수가 1억5000만원으로 줄었지만 1억원 넘게 한도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임기 4년간 후원금 모금 상위 10위 중에 국방위 소속 의원은 1명도 없었다.   
 

"인지도 상승에도 도움 안 돼"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일이 적은 데 비해 현안 대응에 요구되는 전문성의 수준은 높다는 점도 기피 요인이다. 20대 국회 최대 안보 이슈였던 ‘김정은 건강 이상설’은 주무 기관이 국가정보원이었기 때문에 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다뤄졌다. 한·미 방위비분담 관련 협상도 국방 관련 문제이지만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SMA)이 외교부 소관이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논의돼 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전 통합당 의원은 “국방위는 주목도도 떨어지지만 2년 만에 전문성을 쌓기도 어려운 분야”라며 “어쩌다 이슈라도 생기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직격해야 해 정치적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자구책은 중진·원내대표단 희생?

개원일이 다가올수록 국방위 구성을 위한 각당 원내대표단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상시적인 현안이 되어가는 북한 미사일 문제와 최근 불거진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성능개량 문제 등 국방위가 다뤄야 할 현안의 무게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단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이 각당의 첫 대안이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아무도 안 간다니까 어쩔 수 없이 내가 가기로 했다”고 말했고,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방위 지원자가 한 명뿐이라는 이야기에 내가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첫 여성 국회부의장 추대가 예정된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병), 직전 원내대표인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의 ‘희생론’도 거론되고 있다. 
 
20대 국회 국방위에서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한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 같은 예외도 있긴 했다. 2018년 이 전 의원은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방부의 '위수령 검토 문건'을 입수·폭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의원실 관계자는 “국방위 산하 기관에는 이슈메이킹을 할만한 일들이 넘친다”며 “대북 관련 이슈와 관련돼서도 정보위원이나 외통위원보다 오히려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국방을 책임질 의원들의 면면은 이제 각당 원내대표단의 직권 배치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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