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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사라진 꿀벌 떼죽음에 美 발칵…범인은 亞 '살인 말벌'

중앙일보 2020.05.30 16:00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은 영혼을 의미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했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지구상 모든 생물도 그들의 스토리가 있죠. 동물을 사랑하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만든 ‘애니띵’은 동물과 자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자가 죽은 장수말벌을 손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연구자가 죽은 장수말벌을 손에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한 양봉 농가. 벌집 통 안에 있는 꿀벌들이 모조리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애니띵]태평양 건너간 장수말벌이 ‘살인말벌’이 된 이유

더 충격적인 건 죽은 벌들이 하나같이 머리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머리가 잘린채로 죽어 있다.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WSDA

미국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머리가 잘린채로 죽어 있다.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WSDA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걸까요?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수말벌 북미서 첫 발견…“살인 말벌” 공포 확산

장수말벌의 앞 모습. WSDA

장수말벌의 앞 모습. WSDA

아시아에서 넘어온 외래종이 미국 전역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살인 말벌’로 불리는 '아시안 거대 말벌(Asian giant hornet)'입니다. 한국에선 장수말벌로 불리는 토종 말벌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 워싱턴 주에서 장수말벌이 처음 발견된 이후 현지에선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 양봉 농가에서는 6만 마리의 꿀벌이 머리가 잘린 채로 죽어 있었는데,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머리가 잘린채로 죽어 있다.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WSDA

미국의 한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머리가 잘린채로 죽어 있다. 장수말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WSDA

최근 국경을 넘어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도 장수말벌이 발견되는 등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몸길이가 4㎝나 되는 장수말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입니다.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에 주로 사는데, 태평양 건너 북미 대륙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왜 미국인들은 장수말벌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말벌을 연구하는 최문보 경북대 교수를 26일 만났습니다.
 

“이빨로 꿀벌 목 잘라…30분에 3만 마리 몰살”

대구 팔공산에서 잡힌 다양한 종류의 말벌들. 가장 오른쪽이 장수말벌로 다른 종보다 확연히 크다. 공성룡

대구 팔공산에서 잡힌 다양한 종류의 말벌들. 가장 오른쪽이 장수말벌로 다른 종보다 확연히 크다. 공성룡

최 교수는 이날 대구 팔공산에서 트랩을 이용해 잡은 말벌을 보여줬습니다. 수십 마리 말벌 사이에서 얼굴이 노랗고 덩치가 유난히 큰 말벌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왕 장수말벌이었습니다.
 

“장수말벌은 머리가 크고, 뺨이 굉장히 발달해서 여기서 턱 힘이 나옵니다. 꿀벌을 사냥할 때 이빨로 목이나 허리같이 가장 약한 부분을 잘라서 죽이는데요. 1초에도 몇 마리씩 잡자마자 머리를 자르기 때문에 집단 학살이 가능한 거죠.” 최문보 경북대 교수

 
미국에서 일어난 꿀벌 피해 사진을 보여주자 그는 단번에 “저렇게 수북하게 (머리가 잘린 채로) 죽어 있으면 100% 장수말벌에 의해서 사냥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수말벌 10마리 정도면 꿀벌 2만, 3만 마리를 30분 만에 몰살할 수 있다고 설명하더군요. 최 교수는 얼마 전 미국으로부터 장수말벌 대처법을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수말벌은 어떤 종인가?
 
“장수말벌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이다. 주 먹이원은 꿀벌, 그리고 다른 말벌이다. 10여 마리가 벌집을 습격해서 초토화하고 애벌레를 빼앗아 간다.”
 
장수말벌과 다른 말벌의 차이점은?
 
“장수말벌은 다른 말벌과 사냥 습성이 조금 다르다. 장수말벌은 초기에 한두 마리가 먼저 주변을 살핀 다음에 먹이가 될만한 게 있다면 거기다 페로몬을 묻혀 놓는다. 그리고는 돌아와서 동료와 함께 10여 마리가 같이 가서 집단으로 사냥한다.”
 
장수말벌의 침도 독성이 강한가?
 
“장수말벌의 침은 독성이 강한 동시에 양도 많기 때문에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장수말벌은 작은 곤충들은 이빨로 잘라서 사냥을 하고, 곰이나 담비 같은 천적이 오면 독침을 사용한다. 이빨은 공격용, 독침은 방어용으로 보면 된다.”
  

무역선 타고 침입한 듯…경쟁종 없어 더 위험

장수말벌이 사냥하는 모습. 최문보 경북대 교수 제공

장수말벌이 사냥하는 모습. 최문보 경북대 교수 제공

그런데 아시아에서만 살던 장수말벌이 어떻게 태평양을 건너 북미 대륙으로 간 걸까요?
 
최 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글로벌 무역이 발달하고 기후변화 때문에 많은 생물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말벌종은 주로 무역선을 타고 가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대형 말벌종이 많은 아시아와 달리 북미엔 장수말벌을 견제할 만한 다른 말벌종이 거의 없다는 거죠. 미국이 장수말벌의 습격을 두려워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새로운 환경에 침입한 종이 경쟁종이나 천적이 없으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합니다. 미국 현지에선 장수말벌이 전역으로 퍼진다면 양봉업계가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생태계의 균형도 망가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죠.
  
물론 꿀벌들이 장수말벌의 공격에 대항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아시아에는 장수말벌과 같은 대형 말벌이 많아 꿀벌들의 방어체계도 발달했다. 장수말벌이 날아오면 꿀벌 수십 마리가 달려들어 날갯짓으로 열을 낸다. 꿀벌의 치사 온도가 말벌보다 높아서 말벌이 죽는 온도까지 열을 내면 말벌은 안에서 쪄 죽는다.” - 최문보 교수

 
하지만 최 교수는 “서양에 서식하는 꿀벌은 말벌이 없는 지역에 살다 보니까 아시아와 달리 이런 방어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야생에 서식하는 토종 꿀벌보다 서양에서 수입한 양봉 꿀벌이 말벌 때문에 생기는 피해가 큰 건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수말벌 습격 어떻게 막을까?

미 워싱턴주의 곤충학자들이 특수복을 입고 장수말벌집으로 의심되는 곳을 조사하고 있다. WSDA

미 워싱턴주의 곤충학자들이 특수복을 입고 장수말벌집으로 의심되는 곳을 조사하고 있다. WSDA

장수말벌에 의한 인명 피해도 우려됩니다. 한국에서도 벌초 시즌이 되면 말벌로 인한 사망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데요. 미국은 주변에 뜰을 가꾸는 집이 많아 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에 노출될 위험이 크죠.
 
최 교수는 “장수말벌의 확산을 막으려면 여왕벌을 유인해서 없애는 등 초기 방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초기에 잡지 못하면 이후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하더군요.
  
그렇다고 장수말벌이 무조건 박멸해야 할 해충은 아닙니다. 침입종으로서 장수말벌은 위협적이지만 한국에 서식하는 토종 장수말벌은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곤충 생태계에서 최고 포식자가 말벌인데 말벌이 서식하는 장소면 그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합니다. 그는 “장수말벌은 해충을 포식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 포식자로서 서식 공간은 어느 정도 유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영상=공성룡 
 
장수말벌은 자세를 낮추고 앉을 경우에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경항을 보인다. 국립공원공단

장수말벌은 자세를 낮추고 앉을 경우에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경항을 보인다. 국립공원공단

<신비한 동물 사전〉 장수말벌이 공격하는 색이 있다?
 
장수말벌의 침은 독성도 강하지만 양도 많습니다. 말벌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장수말벌에 쏘이면 10분 안에 쇼크가 와서 사망할 만큼 위험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장수말벌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국립공원공단은 이와 관련해 경주국립공원 일대에서 장수말벌의 공격 성향을 실험했는데요. 
 
실험 결과, 장수말벌은 밝은 색보다는 검은색같이 어두운 색에 더 공격성이 강했습니다. 또 사람의 머리보다 다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최문보 교수에게 장수말벌 대처법을 물었습니다.
 
장수말벌은 사람을 왜 공격하나 
 
“사람 입장에선 공격을 당한다고 말하는데 학문적으로는 방어 행동이다. 장수말벌은 사람을 먹이로 생각하고 공격하지는 않는다. 모든 공격의 원인은 사람이 벌집에 가까이 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장수말벌은 왜 어두운 색이나 다리를 먼저 공격할까?
 
“우선 장수말벌은 땅 속에 있기 때문에 먼저 제일 가까운 다리부터 공격한다. 또, 천적인 곰, 담비, 오소리의 털색이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이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그런 색을 보고 털이 있으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바로 쏜다.”
 
장수말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말벌이 공격을 했는지, 아니면 경계만 하고 있는 상태냐에 따라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쏘이면 무조건 뛰어야하는거고 쏘이지 않았다면 천천히 뒤로 빠져서 나오면 말벌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장수말벌에 쏘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말벌은 꿀벌과 달리 침을 여러번 꽂았다가 뺀다. 장수말벌에 쏘이면 환부에 열이 나기 때문에 차갑게 만들면서 빨리 병원에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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