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갖고 싶은데, 이거 구했어?" 명품처럼 '스벅 가방' 열망하는 이유

중앙일보 2020.05.30 09:35
“물건 받고 싶다면 무조건 아침에 오셔야 해요. 적어도 10시 전엔요. 오후엔 절대 받을 수 없어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의 직원이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물건’이란 이곳의 음료를 마시고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을 말한다.  

어른들이 더 빠져드는 '굿즈' 대란
올해 '잇백'으로 떠오른 스타벅스 핑크백,
10분의 1 가격으로 사는 하이브로우 의자에
"커피 17잔, 매장 앞 새벽 줄서기 할 만 하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올해 여름의 ‘e프리퀀시 이벤트’로 증정하기 시작한 소형 캐리어(서머 레디백)와 캠핑 의자(서머 체어)를 받기 위한 사람들이 약 1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장으로 몰리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물량이 충분히 준비돼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공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은품을 손에 넣는 건 쉽지 않다. 위 이야기도 “우리도 언제 매장에 물건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물건이 지속해서 들어오긴 하지만, 언제 얼마나 입고되는지 알 수 없어 그날 매장에 와야 수령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직원에게 “어떻게 하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냐”고 끈질기게 묻자 곤란해하며 말해준 팁이다.
올해 대란템이 된 스타벅스의 굿즈 '서머 레디백'과 '서머 체어'. 사진 스타벅스

올해 대란템이 된 스타벅스의 굿즈 '서머 레디백'과 '서머 체어'. 사진 스타벅스

 
여름이면 많은 커피·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앞다퉈 여름용 굿즈(특정 회사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파생 상품)들을 내놓고, 또 인기를 얻는다. ‘할리스’는 이보다 앞선 5월 12일에 배우 이천희가 전개하는 캠핑용품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한 캠핑용 의자와 파라솔을 굿즈로 내놨다. 캠핑용품으로 이름이 난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것에 사람이 몰려 매장마다 개점과 동시에 품절됐다. 6월 9일엔 물건을 담아 옮길 수 있는 ‘멀티 폴딩 카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투썸플레이스'는 올해 처음으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굿즈를 선보였다.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커버낫'과 함께 서머 매트와 텀블러·가방 세트(텀블러 키트)를 만들고, 여름 시즌 선보이는 빙수를 주문한 사람에 한해 60%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 역시 목표 대비 2배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투썸플레이스의 이지혜 과장(마케팅 담당 MD파트)은 "특히 패션 분야는 투썸의 주요 타깃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라며 "이 세대에 인기가 높은 커버낫과 함께 여름 야외 활동용 제품을 기획해, 타깃 소비자와 시즌을 모두 공략하는 효과를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투썸플레이스 x 커버낫 콜라보 상품. 사진 투썸플레이스

투썸플레이스 x 커버낫 콜라보 상품. 사진 투썸플레이스

 
이벤트성 상품이었던 굿즈는 이제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카페와 패션·리빙 브랜드의 협업, 펭수와 카카오프렌즈가 함께 만든 캐릭터 굿즈 등 같은 제품이어도 특별하게 기획된 굿즈의 인기가 더 높다. 투썸플레이스와 협업한 커버낫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협업 대상 1순위'로 꼽히며 매달 협업 굿즈를 하나씩 출시할 정도로 굿즈 기획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에 본사를 둔 패션 브랜드 '휠라' 역시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 식품 브랜드 '펩시콜라' '메로나', 화장품 '베네피트'까지 다양한 업종 간 협업 굿즈를 만들어 선보이고 있는데, 올여름엔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와 협업해 신발부터 반팔티·모자·가방까지 총 24종의 기획상품을 내놨다. 휠라 관계자는 "우리의 타깃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와 협업해 이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브랜드 환기 효과가 확실히 크다"며 "이색상품을 다양하게 접한 고객들이 이젠 어지간해서는 재미있어하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휠라 X 서브웨이 콜라보 컬렉션. 사진 휠라

휠라 X 서브웨이 콜라보 컬렉션. 사진 휠라

고난의 굿즈 받기 

이런 굿즈를 받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스타벅스의 굿즈는 가장 인기가 높고, 사은품을 받기 위한 조건도 가장 까다롭다. 일단 17잔에 달하는 음료를 마셔 스타벅스의 충성고객임을 증명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음료를 마시고 받은 온라인 스티커(e-프리퀀시) 17개를 모아야 하는데, 음료도 매장에서 직접 만든 음료여야 하고 그중 3잔은 이번 여름 시즌에만 진행하는 특별 메뉴여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런데도 올해 가장 인기를 끈 서머 레디백의 경우 온라인에선 이를 10만~13만원에 파는 리셀(Re-sell)이 이루어지고 있고,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선 한 소비자가 한꺼번에 음료 300잔을 주문하고 사은품 17개를 받은 뒤, 한 잔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버리고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할리스x하이브로우 굿즈도 할리스의 음료를 1만원 이상 구매해야 이를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래도 평균 10만원이 넘는 하이브로우의 캠핑 의자를 1만5900원으로 살 수 있다는 점에 사람들이 몰렸다. 휠라x서브웨이 협업 상품 중 운동화·슬라이드는 지난 16~17일 대구 써브웨이 동촌DT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한 행사에서 모두 팔려 지금은 구할 수가 없다. 
 

우리가 굿즈에 열광하는 이유

여행작가 김수정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분홍색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이번 스타벅스 굿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스스로 "스타벅스의 노예"라 칭하는 김씨는 그동안 나온 스타벅스의 굿즈을 모아왔다. 사진 김수정

여행작가 김수정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분홍색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 이번 스타벅스 굿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스스로 "스타벅스의 노예"라 칭하는 김씨는 그동안 나온 스타벅스의 굿즈을 모아왔다. 사진 김수정

구하기도, 사기도 힘든 굿즈에 아이도 아닌 어른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트렌드 분석가 이향은 성신여대 교수(서비스디자인공학과)는 "한정된 기간과 수량이라는 제한 조건이 걸린 '희소템'을 손에 넣었다는 쾌감, 즉 '자기효능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기효능감은 캐나다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이 교수는 "또 기업들의 굿즈 마케팅 경쟁이 심화하면서 사전 기획과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등 굿즈의 품목과 품질이 매우 좋아지고 있다"며 "상품이 좋아지니 만족감도 높고, 또 이를 되팔아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재테크 효과를 노리는 이중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기 힘든 조건 역시 더욱 굿즈에 목을 매게 만드는 요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타벅스·할리스 등 카페 브랜드 굿즈의 인기에 대해 "공짜로 받는 사은품은 이미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받지 못하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되는데, 살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심리적 저항'이 일어나며 더 가지고 싶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스타벅스의 캠핑용 캐리어와 의자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대표(트렌드랩506)는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굿즈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데,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 집콕 트렌드로 캠핑에 대한 열망이 증폭돼 더 인기가 가열된 것"으로 봤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캠핑이 다시 조명됐고, 혹여 지금 당장은 가지 못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언젠간 가겠다'는 희망을 품는 등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