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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가 극찬했던 만두 명가는 왜 몰락했을까

중앙일보 2020.05.30 08:55

“어떤 산해진미도 ‘거우부리’의 풍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 때 서태후가 이토록 극찬했던 거우부리(狗不理) 만두가 증권 시장에서 물러났다. 중국 중소-벤처 기업 전용 장외 주식시장 신삼판(新三板)에서 상장 폐지된 것. 거우부리는 최근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톈진(天津)을 대표하는 만두 명가이자, 중국 최초의 ‘만두 주식’으로 이름을 날렸던 거우부리는는 왜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일까.

신사업 시도 및 혁신 실패로 상장 폐지 수순
가격 대비 형편없는 서비스에 혹평 이어져

[사진 거우부리 티몰 스토어]

[사진 거우부리 티몰 스토어]

 
5월 11일, 톈진 거우부리 식품(天津狗不理食品)이 신삼판에서 상장 폐지됐다. (거우부리 식품은 거우부리 그룹의 계열사다. )거우부리 측은 사업 발전 및 장기 전략 발전 계획, 현재 경영 상황 등을 신중히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거우부리 식품은 지난 2015년 11월 상장 후 5년 만에 신삼판을 떠났다.
 
거우부리는 중화 라오쯔하오(中华老字号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 전통 브랜드)의 대표격이다. 1858년 설립 이후 16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서태후, 마오쩌둥, 가장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까지 중국 역대 지도자들이 즐겨 찾은 만두집으로 유명하다. 한 때 톈진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사진 제몐]

[사진 제몐]

 
그러나 지금의 거우부리는 더이상 예전의 거우부리가 아니다. 브랜드 영향력 약화, 실적 하락, 사업 모델 전환 실패 등으로 위기에 몰렸다.
 
단적인 예로, 방문객 리뷰만 봐도 혹평이 줄을 잇는다. 특히 서비스에 대해 '별로'라고 평가한 비중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거우부리 베이징 첸먼 점의 경우, 다중뎬핑(大众点评) 내 4288개의 리뷰가운데 '서비스 불친절'을 택한 사람이 531건에 달했다.
 거우부리 베이징 첸먼점 서비스 평가 [사진 다중뎬핑]

거우부리 베이징 첸먼점 서비스 평가 [사진 다중뎬핑]

 
"서비스가 형편 없다"
 
"서빙 직원 태도가 쌀쌀맞다"
 
"양은 적고 가격은 비쌈, 여행객들은 신중한 결정을 하길"
 
이같은 소비자 불만은 거우부리의 애매한 시장 포지셔닝과 관련이 깊다. 지난 2005년, 거우부리는 영문명 고빌리브(GoBelieve)를 내세우며 고급 레스토랑을 표방하기 시작한다. 매장도 대부분 유동인구와 관광객이 집중되는 번화가에 입점시켰다. 2017년 거우부리 그룹 장옌썬(张彦森) 회장은 “노포는 저렴하다는 편견을 깨부숴야 한다”며, “라오쯔하오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윤을 남겨야 하며, 품질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에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걸맞지 않는 서비스가 문제였다. 한 번 먹고 가는 관광객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현지 거주민들은 비싸고 친절하지 않은 거우부리에 등을 돌렸다. SNS 핫플을 찾아다니는 20-30대에게도 거우부리는 케케묵은 디자인의 식당일뿐이었다.
[사진 제몐]

[사진 제몐]

 
물론 거우부리가 새 활로를 찾기 위해 전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거우부리 식품(狗不理食品)에서 레스토랑 운영 외 냉동 만두, 장조림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9년, 거우부리 냉동 만두와 냉동 밀가루 간식 선물 세트(速冻面点礼包)의 수입은 각각 6398만 위안(약 110억 5600만 원)과 3218만 위안(약 55억 6100만 원)으로, 둘을 합해 매출의 약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장 개척은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거우부리 식품 2019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거우부리 제품의 주요 소비 시장은 톈진(天津)으로, 매출액의 65%가 톈진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적으로 볼 때, 시장이 한 지역에 국한돼 있는 것은 실적 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경영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집중된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식품 산업 분석가 주단펑(朱丹蓬)은 중국 매체 제멘(界面)과의 인터뷰에서, “거우부리 냉동식품은 오프라인 유통망이 전무한 상태라며, 티몰(天猫 톈마오), JD닷컴(京东 징둥)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냉동식품 업계가 오프라인 위주로 돌아가는 특성을 고려할 때, 거우부리가 소비자의 쇼핑 스타일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삼판 퇴출도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그렇다고 거우부리가 여타 다른 냉동 만두 브랜드에 비해 고객 충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링옌관리쯔쉰(凌雁管理咨询) 수석 자문가 린웨(林岳)는 “거우부리가 냉동 식품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려면 우선적으로 상품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거우부리는 제품 개발 능력과 전자상거래 시대의 새로운 흐름에 맞는 전략이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주 사업인 만두 외에, 거우부리는 신 사업 발굴 면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글로리아 진스 커피 [사진 소후닷컴]

글로리아 진스 커피 [사진 소후닷컴]

 
지난 2015년, 거우부리는 3000만 위안에 호주 커피 프렌차이즈 글로리아 진스 커피(GloriaJeans Coffees)의 중국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당시 장옌썬 거우부리 회장은 “사업 다원화를 위해 커피 사업에 뛰어든다”며, “2015년 20개 점을 열고, 5년 내 200개 매장을 신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원대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2019년 기준, 글로리아 진스 중국 내 매장은 60여 개에 그치며, 그 중에서 21개는 톈진에 집중돼 있다. 3분의 1이 거우부리의 고장 톈진에 국한된 셈이다. 베이징에 남은 2개 매장도 오래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둥즈먼(东直门) 매장은 이미 영업을 중단했고, 나머지 매장도 전화번호가 없는 번호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쑹칭후이(宋清辉)는 "신삼판 회사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으로, 중국 증시 메인보드 상장사와는 자금력부터 차이가 있다"며, "상장 효과가 기대 이하인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상장 폐지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수순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래도록 이어져온 명성이 한 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과감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점차 도태되어 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이좋게 거우부리 만두를 먹는 시진핑과 푸틴. [사진 웨이보]

사이좋게 거우부리 만두를 먹는 시진핑과 푸틴. [사진 웨이보]

 
160년 역사 '만두 명가' 거우부리의 현실은 라오쯔하오가 처한 위기의 축소판이다. 베이징 오리구이로 이름난 취안쥐더(全聚德 전취덕)도 몇 년 전부터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라오쯔하오라고 다 망해가고 있지는 않다. ‘토끼표 사탕’으로 유명한 다바이투(大白兔), 전통의 화장품 브랜드 상하이자화(上海家化) 등은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이나 업계의 장벽을 허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선보인 덕이다.
 
“오래된 전통의 명가는 젊은 체질로의 변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역사가 긴 것과 제품의 품질이 좋은 것은 별개의 이야기이며,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개발해 내야합니다” 린웨 컨설턴트는 우선 젊고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한 뒤, 히트 상품과 마케팅 방식을 발굴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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