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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미리 증여하면 절세?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중앙일보 2020.05.30 07:00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62)

Q. 유씨는 최근 주택 2채 중 1채를 양도하면서 생긴 목돈을 자녀들에게 미리 증여할 계획이다. 미리 증여해 두어야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지인들은 미리 증여하더라도 상속세 부담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상속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니 증여가 오히려 안 좋다고들 한다. 혼란스러운 유씨는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미리 증여하면 상속세 부담이 되려 더 커진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A.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미리미리 증여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사전 증여가 향후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맞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처럼 과도한 증여는 오히려 세부담을 더 키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자산가치가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한다면 증여세 절세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증여세를 미리 내거나 심지어 많이 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증여하기 전에 어떤 자산을 먼저 증여할지 그 우선순위를 바로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Pxhere]

자산가치가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한다면 증여세 절세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증여세를 미리 내거나 심지어 많이 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증여하기 전에 어떤 자산을 먼저 증여할지 그 우선순위를 바로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Pxhere]

 

증여공제보다는 상속공제가 더 유리해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전에 미리 낮은 가격으로 증여해 두어야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단, 자산가치가 상승하지 않는다거나 오히려 하락한다면 증여세 절세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증여세를 미리 내거나 심지어 많이 낸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여하기 전에 어떤 자산을 먼저 증여할지 그 우선순위를 바로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자산가치 상승을 염두에 두고 미리 증여하더라도 사전 증여가 너무 지나칠 경우 오히려 세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가령 10억원을 가진 아버지가 지금 자녀 2명에게 10억원을 모두 증여한다면 약 1억55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를 지금 증여하지 않고 향후에 상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이 자산가치가 12억원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상속되더라도 상속세로 약 2900만원만 내면 된다. 자산가치가 2억원 늘었는데도 상속세 부담이 증여세보다 더 낮은 이유는 바로 ‘상속공제’ 때문이다. 증여세 계산 시 증여공제는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뿐이지만 상속세는 일괄공제(5억 원)와 배우자공제(5억~30억원)를 합해 최소 10억원이 공제되므로 공제금액만 본다면 증여보다 상속이 더 유리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증여보다 상속이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재산 규모와 자산가치 상승폭이 크지 않다면 미리 증여하는 것보다는 상속이 더 유리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재산의 일부는 미리 증여해 두어야만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미리 증여했어도 10년 이내라면 상속세 또 내야

미리 증여해도 상속세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무슨 말일까? 상속세 계산 시 사망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상속재산에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결국 상속세를 내게 된다는 뜻이다.
 
만일 부모가 10억원을 자녀에게 미리 증여한 이후 8년 뒤 사망했다고 가정해 보자. 사망 당시에 남겨 놓은 재산이 5억원이더라도 단지 5억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내는 것이 아니다. 세법상 증여 후 10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미리 증여한 10억원도 상속재산에 합산되므로 결국 15억원에 대한 상속세가 과세된다. 물론 미리 증여받을 때 납부한 증여세가 공제되지만 그래도 증여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를 피하기 위해 자녀가 아닌 며느리와 사위, 손주에게 증여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자녀의 경우와 달리 증여 후 5년이 넘으면 상속재산에 합산되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상속세를 피해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여해야 한다면 증여 대상으로 자녀뿐 아니라 며느리·사위나 손주에게도 일부 증여해 두는 것이 향후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길이 될 수 있다.
 
만일 유씨가 지금 증여하지 않고 추후 15억 원을 그대로 상속해 준다면 상속공제 10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세로 8,633만 원만 내면 된다. 즉, 유씨의 경우 지금 증여하는 것보다 상속으로 물려주어 상속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 Flickr]

만일 유씨가 지금 증여하지 않고 추후 15억 원을 그대로 상속해 준다면 상속공제 10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세로 8,633만 원만 내면 된다. 즉, 유씨의 경우 지금 증여하는 것보다 상속으로 물려주어 상속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사진 Flickr]

 

지나친 사전증여, 오히려 세부담 더 키워

유씨는 주택 매각 대금 10억원을 자녀 2명에게 각 5억원씩 지금 증여하려고 한다. 유씨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만일 10년 이내에 사망할 경우 남은 상속재산 5억원과 사전증여재산 10억원을 포함해 15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계산하더라도 상속공제로 10억원(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을 공제받으면 상속세 부담은 크지 않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세법에서는 사전증여를 지나치게 활용해 상속세 부담을 피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상속공제 종합한도’를 두고 있다. 종합한도는 사전 증여한 증여재산가액(증여공제 차감 후 금액)을 차감하여 계산하는데 유씨의 경우 종합한도는 5억9500만원으로 계산된다.
 
즉, 유씨의 생각과 달리 과도한 사전증여로 인해 상속공제 10억원이 아닌 5억9500만원만 공제받게 되고 그 결과 유씨의 자녀들은 당초 증여세 1억5520만원 외에 상속세로 485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결과가 된다(총 세부담 2억370만원).
 
그러나 만일 유씨가 지금 증여하지 않고 추후 15억원을 그대로 상속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 상속공제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세로 8633만원만 내면 된다. 즉, 유씨의 경우 지금 증여하는 것보다 상속으로 물려주어 상속공제를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증여나 상속 중 무엇이 일방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지나친 사전 증여도 문제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놔두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보다 내게 맞는 나만의 절세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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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3본부 대표세무사 필진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 재산을 불리기 위해선 돈을 이리저리 굴려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시대라 재테크가 잘 듣지 않는다. 돈을 굴리다 오히려 재산을 까먹기 일쑤다. 그렇다고 은행에 넣어두고만 있을 수 없는 일.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수익은커녕 손실을 볼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비용을 줄이면 실질 수익은 올라가게 돼 있다. 세금을 절약하는 절세는 재테크 보릿고개에 실질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물론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징세를 강화하는 바람에 절세의 여지가 자꾸 좁아지고 있긴 하다. 그래서 더욱더 필요해지는 절세의 기술이다. 돈 많은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도 있는 재산을 지키려면 보유해야 할 무기다. 국내 최고의 세무전문가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절세의 기술을 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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