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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프레임·호위무사 등장···너무나 닮은 조국·윤미향 사태

중앙일보 2020.05.30 05:00
“윤미향 건은 예상대로 제2의 조국 사태로 치닫는 듯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남긴 소회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진영 대결 양상이 지난해 ‘조국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의미다. 야권에서는 “조국 프레임이 지긋지긋하다”(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의원 자신도 “탈탈 털린 조국 전 장관이 생각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실제로 윤미향 의원과 조 전 장관 논란의 닮은 점, 다른 점이 뭔지 비교해봤다.
 

①친일 프레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담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부당한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담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길에 함께 하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꼽히는 게 ‘친일(親日) 대 반일(反日)’ 프레임이다. 여권에서는 이미 지난 12일 “윤 의원(당시 당선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친일ㆍ반인권ㆍ반평화 세력의 최후 공세”(김두관 민주당 의원)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제와 군국주의에 빌붙었던 친일언론,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친일학자들이 총동원된 것 같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 외에 다른 민주당 의원 16명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윤 의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조국 사태 때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조국 전 장관은 논란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한일 무역갈등 국면에서 정부와 대립하는 의견을 사실상 ‘이적’으로 간주했다. 이후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고 '조국 사태'가 본격화하자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공격은 친일 세력의 공세”라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②진영 대결

김어준. [뉴스1]

김어준. [뉴스1]

진보ㆍ보수 양 진영의 전면전 양상 닮은 점이다. 조국 사태 때 소설가 공지영씨 등이 조 전 장관 적극 엄호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친여(親與) 성향의 민주당 외부 인사들이 ‘윤미향 옹호’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영화 ‘낮은 목소리’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은 이용수 할머니의 첫 기자회견 직후 “그 (이용수) 할머니는 원래 그러신 분. 너무 커지면 할머니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기자회견문을 읽어보면 이용수 할머니가 쓰신 게 아닌 게 명백해 보인다”라며 '윤미향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반면 보수야당의 정치 공세는 조국 사태 때보다 덜하다는 평가다. 통합당은 '특위'를 만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공세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총선 참패와 당이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점 등이 공격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한 의원은 “국민이 문제의식을 충분히 가진 상황에서 당이 너무 나서면 오히려 정치공방으로 치부돼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여당의 균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동료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동료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미향 옹호’ 기류가 강한 민주당에서 간헐적으로 쓴소리가 나온다는 것도 조국 사태 당시와 닮았다는 평가다. 조국 사태 때는 금태섭 전 의원이 “언행 불일치로 젊은이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내부 비판을 했었다. 이번에는 “이 사안은 불체포 특권을 작동할 일도 아니다”(박용진 의원) “정의연 활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온 것이 근본적인 문제”(강창일 전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27일 이해찬 대표가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한 뒤엔 윤 의원을 향한 내부 비판도 잦아들고 있다. 오히려 “언론보도가 사실이 아니고 과장돼서 나온 부분도 많다”(설훈 최고위원), “우리 사회, 일부 언론이 윤 당선인을 너무 한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최민희 전 의원), “윤미향 비례대표 후보 추천은 이론 없이 모였다”(우희종 전 더불어시민당 대표) 등 엄호 기류가 강해졌다. 
  

④국회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중 땀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해명 기자회견도 비슷하다. 조국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던 지난해 8월 ‘국민청문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결국 민주당의 배려로 인사청문회(9월 6일) 나흘 전(9월 2일) 국회에서 12시간 가까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윤 의원 역시 21대 국회 개원(30일)을 하루 앞둔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과 관련한 의혹 소명에 나섰다. 윤 의원은 23분간의 회견에서 “더 빨리 사실관계를 설명해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하다”면서도 ▶안성 쉼터 고가매입 의혹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할머니들에게 사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의혹 ▶모금한 돈을 할머니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 ▶개인계좌로 모금한 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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