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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총기난사→코로나···유독 운없는 美 스무살 인생

중앙일보 2020.05.30 05:00
전 세계서 확진자 574만명, 사망자 35만명이 나온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국 경제는 얼어붙고 사람들의 일상은 망가졌다. 고통은 모두의 몫이지만, 그 중에도 특히 '저주받은 세대'가 있다고 미국 언론이 지목했다.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젊은 세대)로 대표되는 미국 청년층이다. 
 

고통받는 미국 청년 "왜 나만"  

미국 Z세대 이야기(샘 이야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Z세대 이야기(샘 이야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대졸자를 비롯한 미국의 청년 세대는 유독 운이 없었다고 미국 시사잡지 타임지가 6월호 커버스토리 '팬데믹 세대'를 통해 보도했다. 왜 이들은 운 나쁜 세대로 지목됐을까. 
 
1996년생을 보자. 아직 유치원생일 때 미국에서 9 ·11테러가 터졌다. 중고생일 때는 학내·외에서 총기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스무살이던 2016년에는 설마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망연자실했다. 대학 4년을 마치고 올해 졸업하려 하니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 빙하기가 찾아왔다. 미국 언론들은 이들을 "저주받았다(cursed)"고 표현했다. 
 

사라지는 미국 청년 일자리 

미국 Z세대 이야기(사라지는 일자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Z세대 이야기(사라지는 일자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시대 청년들은 막막하다. 아르바이트도, 첫 직장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16~24세 1900만명 가운데 900만명은 소매업·요식업 등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이 일자리가 사라졌다. 
 
취업 한파는 통계가 증명한다. 구직 플랫폼인 집(ZIP)리크루터에 의하면 최근 온라인 구직 공지는 2월 중순보다 50% 줄고, 신입 채용은 약 75% 감소했다. 미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올 4월 실업률은 14.7%였는데 20~24세 실업률은 25.7%였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타임지는 코로나 탓에 20~24세 실업률이 7배 뛰었다고 전했다.   
  
취업 한파 세대의 더 큰 절망은 이들이 겪는 고통의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80년대 초 경제가 침체하던 때에 졸업한 청년들은 저임금 일자리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 굴레를 20년 이상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20%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에 대처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기가 얼어붙었다. 타임지는 "이번 코로나 충격으로 청년층의 고통은 수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세대'도 이들과 비슷한 미래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성 정치에 불만 갖는 美 젊은이들   

미국 Z세대 이야기(기성정치에 반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 Z세대 이야기(기성정치에 반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운 나쁜' 미국 젊은이들은 현 정부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실시된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18~29세 미국인의 8%만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UCLA의 경제학자인 파올라 길리아노 교수는 경기침체가 개인적인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에 따르면 경기침체를 겪은 이들은 노력보다는 운이 인생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운 없는 사람은 누군가 도와줘야 하며 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부의 재분배 정책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 미국 대학생들이 부의 재분배를 내건 버니 샌더스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내고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해온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이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내향적이 될 것이며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글=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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