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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거래 뒷돈 줘도 받아도 다 걸린다…술값은 떨어지나

중앙선데이 2020.05.30 00:20 688호 6면 지면보기

술 유통 ‘리베이트 쌍벌제’

지난 5월 14일 서울의 한 유흥음식점 앞에서 주류 도매 직원이 술을 나르고 있다. 김홍준 기자

지난 5월 14일 서울의 한 유흥음식점 앞에서 주류 도매 직원이 술을 나르고 있다. 김홍준 기자

문제1  회사 근처 갈빗집(유흥음식점)에서 동료들과 음주 중임을 가정할 때, 다음 중 걸면 걸리는 상황은?
 

내달부터 리베이트 금지 강화
금품 주는 쪽, 받는 쪽 모두 처벌
국세청 “리베이트 규모 추산 어려워”

술잔 등 제조업체 소모품 지원 줄어
식당선 늘어난 비용 가격 전가 검토

소비자는 일단 가격 인하 기대감
제조·도소매, 소비자 신뢰 얻어야

① "막걸리 있나요” "갈빗집에 막걸리는 없는데, 사올게요.” 사장은 편의점에서 1300원에 막걸리를 산 뒤 3000원에 팔았다.
 
② "A맥주 주세요” "지금 B맥주만 있어요.” 사장은 제조업체로부터 B맥주만 판다는 조건으로 10박스 당 1박스를 덤으로 받았다.
 
①은 익숙한 장면. 서울탁주협회 관계자는 “막걸리는 가정용과 유흥업소용 구분이 없기 때문에 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①에 대해 “소매점간 거래로, 양도양수 위반사항”이라고 밝혔다. ①처럼 주고 받기는 대부분 어쩌다 막걸리 한 두통이다.   감고 주고 감고 받는다. 정도 주고받음은 넘어간다. 주고받기를 따진다면, 그동안 주류업계에서 쉬쉬하며 주고받은 금품이 있었다소주나 맥주, 위스키 등 유흥음식업소(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주류는 주류 도매상을 통해서만 사고 팔 수 있다. 때문에 주류 제조업체-도매-소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그래픽 참조)에 ‘뒷돈’이 들어갔다. 우리가 만드는, 우리가 운반하는 술을 사면 대가를 준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다. 그게 ②다. 
 
최근 5년간 무자료 거래 등 주류 불법유통으로 국세청 추적 조사로 적발된 금액은 4385억원.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리베이트 금액은 일반 거래 금액에 포함돼 있어 그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리베이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다. 다음 달 1일부터다.
 
지난해 11월부터 적용된 국세청 ‘주류 거래질서 확립 고시’에는 기존 ‘제조·수입사 금품 제공 금지, 소매업자 수수금지’에서 ‘제조·수입사 금품 제공 금지, 도매·소매업자 수수금지’로 바뀌게 되는 조항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 주는 쪽 받는 쪽 모두 처벌받게 된다는 얘기다. 고시에는 없는 표현이지만, ‘리베이트 쌍벌제’로 부른다.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가 건별로 붙는다. 이 조항은 6개월 넘게 유예기간을 뒀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도매업체와 소매업체 모두에게 리베이트를 줬고 도매업체는 소매업체에게 줬는데, 도매도 소매와 함께 처벌해야한다는 형평을 맞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이미 금지돼 있었는데, 11월의 고시는 이를 정립하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 6개월의 흐름을 통해 6월 이후 주류 업계는 어떻게 변하고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국세청 고시 중 리베이트 금지 외에도 다른 조항까지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 제조업체
 
제조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소비자들은 ‘잘 나가는’ 주류를 고르기 때문이다. 일단 제조업체는 리베이트 금지 강화로 비용을 상당 부분 줄였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리베이트 쌍벌제’의 승자는 제조업체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제조업체에 몸담았던 A씨는 "리베이트 쌍벌제로 제조업체도 막막하다”며 "주요 영업 수단이 사라지면서 점유율 경쟁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류 유통 관계자는 "국체청 고시가 입법예고된 6월 직전에 주류 제조업체는 리베이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당 부분 풀어 거래처를 확보한 뒤 비용을 확 줄였다”고 밝혔다. 
 
현수막과 메뉴판·전단·앞치마·술잔 등 소모품도 도매를 통해 소매에 전달하는데, 이마저 줄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측은 "비용 감소 부분은 소비자 경품, 할인 쿠폰 등에 쓰고 있다. 출고가 인상 압박에도 올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업체
 
문제2  다음 중 걸면 걸리는 상황은.
③ "1500만원 무이자로 빌려드릴게요” 제조업체 혹은 도매업체가 자신과 거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소매점에 ‘대여금’을 줬다.

④ "저희랑 거래해서 감사합니다.” 갈빗집과 거래하는 주류 도매업체 직원들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카드로 15만원 어치 결제했다.

 
③의 ‘대여금’은 11월 고시를 통해 여전히 허용되는 사안이다. ④는 도매의 영업 전략이다. 도매상들은 "개정된 국세청 고시에서도 거래 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접대비는 가능하다고 되어있다”며 이 전략을 쓴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④는 속칭 카드깡 같은 행위로,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사항”이라며 “접대비라고 해서 부정한 방법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승재 전국주류도매업중앙회 국장은 "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쌍벌제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리베이트는 도매업체에서도 상위 업체에 쏠렸기 때문에 다수를 차지는 도매업체들이 공정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도매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대여금뿐만 아니라 소모품도 줄여 도매업체에 이를 요구하는 소매업체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대여금과 소모품 부담이 가중되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 결국 도매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이 영업에 유리한 상황이 가중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또 "영업사원 중에는 리베이트 금지 강화로 연봉이 반토막 나면서 줄줄이 퇴직하기도 했다”며 "오히려 도매업체간 실력 차이가 드러나면서 인수합병이 벌어질 조짐도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김춘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은 "리베이트 금지 원칙을 반대하지 않지만 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12월 자체적으로 주류 도매업체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박호진 프랜차이즈협회 사무총장은 "현재는 직접 하는 것보다는 도매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 모두 리베이트 금지 강화로 인한 비용 증가를 우려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비용 증가 요소는 또 있다. 국세청 고시는 소매업체가 제조·도매업체로부터 냉장고(쇼케이스)만 제공·수리를 받게 허용했다. 기존에 받았던 냉동고·제빙기 수리에 자비를 들이게 됐다. 
 
게다가 소모품 지급도 지난 6개월 새 뚝 떨어졌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김치찌개집도, 경기도 안양의 한 치킨집도 "앞치마도 안 들어와 마트에 가서 몇 개 샀다”며 "생맥주를 3500원에 파는데, 4000원으로 올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소비자
리베이트 쌍벌제를 비롯한 국세청 고시가 결국 소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의 비용 감소가 가격 인하 요인이 된다며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세청 고시 시행을 앞두고 제조업체들은 위스키 출고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 중구의 음식점 사장은 "출고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시장 가격은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가 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 산지 가격이 폭락해도 음식점 삼겹살 값은 잘 안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제조업체는 리베이트에 쓴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줄 방안을 세밀하게 강구해야 한다. 자영업체인 도·소매상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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