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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한밤 ‘사드 작전’…“중국에 설명, 부정 반응 없어”

중앙선데이 2020.05.30 00:20 688호 9면 지면보기
29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주한미군 사드 기지 입구에서 군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경찰의 삼엄한 경호 속에 기지 내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9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주한미군 사드 기지 입구에서 군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경찰의 삼엄한 경호 속에 기지 내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29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안으로 장비와 물자를 옮기는 ‘기습’ 수송 작전을 벌였다. 컨테이너를 실은 군용 수송 트럭 행렬은 지난 28일 오후 10시쯤 사드 기지로 들어가기 시작해 29일 오전 7시까지 이어졌다. 작전이 임박했다는 조짐은 전날부터 보였다. 사드 기지 주변에 경찰 3700여 명이 배치되면서다. 그러자 사드 기지 반대 주민과 시위대도 마을회관 앞에 집결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시위대 50여 명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다섯 명이 다쳤다고 성주사드저지투쟁위원회 측은 밝혔다.
 

장비·물자 성주 기지 안으로 반입
국방부 “시설 개선, 노후 장비 교체”
전문가 “중국 침묵해도 속내 다를 것”
주민·시위대, 경찰과 충돌 5명 부상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사드 기지는 기존 골프장 시설을 개선 공사 없이 사용하다 보니 생활 여건이 대단히 열악한 상황”이라며 “한·미 장병들의 건강과 위생·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일부 시설물 개선 공사와 사드 체계 일부 장비의 교체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사드 기지 진입로에서 시위가 벌어져 불가피하게 경찰이 수송을 지원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인적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자 야간에 (수송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마침 미국과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두고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민한 사드가 다시 튀어나온 형국이다. 중국은 2017년 3월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발하면서 한국 드라마·영화 수입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내리는 등 비공식 제재에 들어갔다. 사드의 레이더(AN/TPY-2)가 중국의 핵·미사일 시설을 감시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자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 협력의 군사동맹 추구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입장’을 재확인하며 중국을 달랬다.
 
국방부는 이날 지상 수송은 예전부터 계획된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올해 초 지원을 요청했고, 국방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한 뒤 이를 받아들였다”며 “중국에도 외교 루트를 통해 사전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번 반입 품목엔 기지 시설 공사에 필요한 장비·물자 외에 사드 체계 교체 장비도 포함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노후화된 발전기와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전자 장비, 운용 시한이 지난 일부 요격미사일 등이 반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격미사일의 경우 똑같은 종류로 동일한 수량만큼 교체하는 수준일 뿐 보강한 것은 아니다. 미사일 발사대도 추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측은 이번 장비 교체가 사드 체계의 성능 개량과도 관계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사드를 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 MSE와 연동해 동일 목표물을 동시 요격하는 업그레이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드가 업그레이드될 경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대처 능력이 더욱 높아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관련 기술에 대한 개발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한미군 사드는 임시 배치 상태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일반환경평가 준비서 작성을 끝냈다”며 “정부는 법에 정해진 내용에 따라 충실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환경평가를 위해서는 국방부와 환경부, 지방환경청, 지방자치단체, 주민 대표, 민간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평가협의회를 꾸려야 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반대 주민과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서 협의회 구성부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절차 진행이 지지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재·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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