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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김부겸·김영춘·오세훈·김병준···이 잠룡들만 왜 가시밭길일까

중앙일보 2020.05.30 00:03
김부겸, 전대 출마 저울질… 김영춘, ‘오거돈 성추행’ 뒷수습 동분서주
오세훈 “수도권 중도층 잡아야 산다”… 김병준 “3040, 좌파도 진보도 아냐”

정치풍향
명분 있는 패배 뒤에 열린 고생문

총선 낙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사모’ 지지를 등에 업어 청와대로 갔다. 낙선한 여야 잠룡 가운데 누가 노무현의 길을 따라갈지 주목된다.

총선 낙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사모’ 지지를 등에 업어 청와대로 갔다. 낙선한 여야 잠룡 가운데 누가 노무현의 길을 따라갈지 주목된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볼 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는 일이 멀리 보면 이익이 될 수가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될 것이다.” ([운명이다], 노무현)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부산 북강서을에서 떨어진 후 당시 노무현 후보가 한 말이다. 그는 1998년 7월 서울 종로 보궐 선거 당선 6개월 만에 16대 총선 부산 출마를 다시 선언했다. 그러나 4번째 부산 도전은 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도전을 거듭한 그에게 별명이 생겼다. ‘바보 노무현.’ 이는 ‘노사모’ 탄생으로 이어졌고 ‘대통령 노무현’의 시작점이었다.
 
정치인에게 낙선은 최악의 결과다. 대중에게 잊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명분 있는 패배는 다르다. 더 큰 꿈을 실현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잠룡(潛龍)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맞붙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2위를 꺾은 이낙연 당선인의 대권 가도에는 한층 힘이 붙었다. 이 당선인은 2015년 당권에 이어 대권마저 거머쥔 ‘문재인 모델’을 따라갈지 고민 중이다. 2012년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김두관 의원은 지역구를 경남 양산을로 옮겨 신승을 거뒀다. 여권 내 PK(부산·경남)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미래통합당 선거를 이끌었던 황교안 전 대표의 앞 날은 밝지 않다. 자신의 선거 패배는 물론 180석 거대 여당 탄생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재기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떨어지고도 주목받는 화제의 ‘낙선 잠룡’도 있다. 여권에서는 김부겸·김영춘 의원, 야권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험지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이들의 정치적 중량감을 고려할 때 낙선 이후 정치적 행보에 따라 향후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 쓰라린 패배를 발판 삼아 후일을 기약하고 있는 잠룡들은 오늘도 쉬지 않는다.
 
 

김부겸, 盧 연상시키는 언행… 이번엔 당대표 도전?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가 4월 12일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갑 김부겸 후보가 4월 12일 대구 수성구 이마트 만촌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 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 21대 총선 출정식에서 나온 김부겸 의원의 대권 선언이었다. 보수의 본산(本山) 대구에서의 재선을 발판 삼아 차기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득표율 39.3%의 패배. 20대 총선에서의 득표율(62.3%)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개표 진행 중이던 4월 15일 밤, 선거사무소에 나타난 김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패배한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농부는 땅에 맞게 땀을 흘리고 거름을 뿌려야 하는데 농사꾼인 제가 제대로 상황을 정확하게 몰랐다.” 이튿날 새벽에는 자신의 SNS에 “오늘은 비록 실패한 농부이지만, 한국 정치의 밭을 더 깊이 갈겠다. 영남이 문전옥답이 되도록 더 많은 땀을 쏟겠다”고 낙선 소감을 밝혔다.
 
김 의원의 ‘밭’ 발언은 16대 총선 낙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부산에서의 4번째 고배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아픔을 잊는 데는 시간이 약이겠지요. 또 털고 일어나야지요. 농부가 밭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라고 올렸다. 김 의원은 4월 25일에는 전날 노 전 대통령 묘소를 다녀온 사실을 공개하며 “영남에 똬리를 튼 보수 일당 체제를 깨기 위해 다시 싸우겠다. 당신(노무현)처럼 버티고 또 버티겠다. 다시 이기고 말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대중의 이목은 김 의원이 ‘어떻게 싸우느냐’에 쏠려 있다. 당장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당권을 차지하더라도 대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대선 1년 전 당직 사퇴’라는 당헌·당규상 7개월짜리 당대표를 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위한 당내 우호세력을 확보하기에 길지 않은 시간이다.
 
일각에서는 ‘2022년 대구시장 당선-2027년 대선 도전’ 시나리오를 그리기도 한다.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고 있는 김 의원이기에 대구를 먼저 탈환하고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것이 더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1958년생인 김 의원은 2027년이면 만 69세다.
 
김 의원 측근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거 뒷마무리를 하고 20대 의정 활동을 정리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역시 “내게 주어진 쓰임새에 대해 고민하고 결론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행보에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횟수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과 지성호 미래한국당 당선인에게 “국방위나 정보위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하는가 하면 “이천 공사장 화재는 노동문제”,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 대한 갑질은 구조적 악행에서 비롯됐다” 등 최근 벌어진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이제 달리 목소리를 낼 만한 공간이 없어서”라고 말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당대표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권 직행하려던 김영춘, 부산시장 먼저?

3월 31일 부산진구의 한 상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3월 31일 부산진구의 한 상가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부겸 의원이 ‘TK 노무현’이라면 PK(부산·경남)에는 김영춘 의원이 있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며 부산으로 내려와 2전 3기 끝에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번에는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3.5%p 차이로 석패했다.
 
김 의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통일 선진강국을 만드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목숨을 버리더라도, 행복을 포기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며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다”고 대권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총선 국면에서도 “당선되면 대한민국을 선진 통일국가로 만드는 꿈을 실행하는 데 바로 착수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낙선으로 대권 레이스 도전에 제동이 걸린 상황. 여기에 총선 직후 터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부산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김 의원 측근은 “김 의원은 요즘 거의 부산에 있다”며 “낙선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 전 시장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선거 패배와 오 전 시장 사건으로 오는 8월 전대에 나가지 않을 뜻을 밝혔다. 대신 영남을 대표해 김부겸 의원의 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관심은 내년 4월에 치러질 부산시장 보궐선거 도전 여부.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내년 선거에 관해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민주당 내 부산시장 무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지금은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라며 “국민과 부산시민에게 사죄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당선 이후 차기 대선 직행을 노렸던 김영춘 의원은 전략을 수정할 뜻을 보인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회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 밝힌 것. “국민들 교감을 넓혀가고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는 발언을 보면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 영남권 자산인 두 의원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당내 우호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당 밖에서 강력한 팬덤을 끌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며 “아니면 친문 세력의 지원이 필요한데 이들이 두 의원을 어떻게 바라볼지 미지수”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을 두고 “정치적 위기”라고 본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문 대통령은 이낙연·김부겸·김영춘을 국무위원으로 지명하면서 잠룡 시험대에 올려놨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낙연 당선인은 총리 자리를 적절히 활용해 대권 반열에 올랐지만, 김부겸·김영춘 의원에게 장관직은 독이 든 성배였다”고 지적한다. 정치 인생에 승부수를 띄울 시점에서 장관직에 발목 잡혔던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김부겸 의원은 2018년 8월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출마를 포기했었고, 김영춘 의원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부산시장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수도권 지역구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는 스토리는 좋지만, 노무현-문재인처럼 위기를 과감하게 돌파하는 정치적 결단력은 아직 물음표다.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는 저돌적이고 화끈한 변화가 필요하다.”
 
“중도적 이미지와 전 서울시장으로서 갖고 있는 높은 인지도 때문에 어지간한 후보가 가선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있어 가장 고심하고 공천도 제일 늦게 했다.” 민주당 총선 전략에 깊이 관여한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이 총선 이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의 얘기처럼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맞붙은 서울 광진을은 21대 총선 과정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격전지였다. 승부는 2.5%p(2748표) 격차로 갈렸다.
 
 

오세훈 “수도권 전패 교훈, 보수 전체 깨달아야”

제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미래통합당 서울 광진을 후보가 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오세훈 미래통합당 서울 광진을 후보가 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 전 시장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16대 국회 이후 20년 만의 국회 입성과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패배로 다시 쉼표를 찍게 됐다.
 
오 전 시장은 “조금만 더 열심히 뛰었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제일 크다”고 말한다. 선거 뒷마무리를 하고 심신을 추스르고 있다는 오 전 시장은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다. 오 전 시장은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총선 이후 학교 측에서 연락이 와 올 가을학기부터 강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광진을 지역을 계속 지킬 계획도 밝혔다. 그는 “4년 전 종로 선거 이후와는 다르게 안쓰럽게 느끼는 주민 정서를 많이 접할 수 있다.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지역에서 돌아다니기 죄송스러울 정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광진에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 강의도 하면서 본업으로 돌아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보수 참패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수도권이 전패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중요하다. 대선에선 수도권 중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필패라는 것을 보수 전체가 뼈저리게 느꼈으리라 본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도 보수 정체성 강화 주장과 중도층 외연 확장 주장이 있었지만 결국 전자가 이겼던 것 아닌가. 그 결과가 이번 총선 패배로 귀결된 것이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당시 오 전 시장은 “대구·경북만을 생각해서 당대표를 뽑을 게 아니라 서울 수도권과 중부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간판을 뽑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 올 수 있는 제가 당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이루고, 우파의 가치도 지킬 수 있다” 등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일반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오 전 시장은 당원투표에서 황교안 당시 후보 득표의 절반밖에 얻지 못해 2위에 그쳤다.
 
통합당은 선거 이후 당선인을 중심으로 보수 정체성을 확립한 것도,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만 보태고 싶다. 보수 정당으로서 보수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공급자’ 마인드다. 각종 실책을 빚은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이 되는 것을 국민이 용인했다면 그동안 우리가 지적했던 것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유권자의 절실한 바람이 무엇인지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새롭게 ‘유권자 마인드’를 파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지켜볼 생각”이라며 암중모색에 나설 의향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당의 부름이 있기 전까지.”
 
정치권에서는 오 전 시장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상대는 고민정 후보였지만 실상 여당의 총체적 공세 속에서 거둔 득표율 47.8%는 상당한 선방이었다”며 “험지인 서울 광진을에 뛰어들어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각인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 교수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보수 야권의 중요한 자산인 그의 과제는 향후 손에 잡히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라며 “‘오세훈법’을 넘어서는 제2의 히트 상품을 내놓는다면 기회는 분명히 올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병준 “3040과 함께 진정한 보수우파 기틀 잡을 터”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을 후보(오른쪽)가 3월 31일 세종시 조치원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병준 미래통합당 세종을 후보(오른쪽)가 3월 31일 세종시 조치원역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당초 대구 출마에서 방향을 틀어 험지인 세종을에 도전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세종을 지역구에서 그는 민주당 강준현 당선인에 18.2%p 큰 차이로 졌다. 김 전 위원장은 득표율 39.6%를 기록했다.
 
그는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한다. “지역에 오니 젊은 층 눈에 냉소가 가득했다. 번번이 잘못했다고 할 거면 정당 문을 닫지 왜 찍어 달라 하느냐고 쏘아붙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했다. 그는 “격차가 꽤 있었지만 4월 초 넘어가면서 당 자체 ARS 여론조사에서 2~3%p 차이로 근접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막말 등의 여러 악재가 터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전 위원장은 패배 원인으로 3040세대의 미래통합당 외면을 꼽았다. 그가 보는 3040세대는 기존의 인식과는 다르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3040세대는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침범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성향은 자유주의 정신과 연결돼 있다. 오히려 우파에 가깝다.”
 
그러면서 “우파적 성향과 자유주의 정신이 투철한 3040세대는 군국주의 정당 이미지에다 공천 논란까지 빚은 미래통합당에 등을 돌렸다”고 패배 원인을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3040세대는 성향상 진보도 좌파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좌파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사람들”이라며 “이들과 함께라면 새로운 보수, 우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는 9월 세종을 시작으로 전국의 젊은 세대와의 만남을 기획하고 있다. 좀 더 가볍고 재미있게, 올바른 보수 정치 가치를 논하고 공유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운동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이다. “국회에서는 일상적 정치에 갇혀 큰 흐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낙선을 기회로 삼아 원외에서 진정한 보수 우파 정치의 기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3040세대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정치 혁명의 싹을 키워보고자 한다.”
 
김 전 위원장의 목표는 보수 정치의 DNA를 바꾸는 데 있다. 그는 “통합당은 항상 당이 혼란스러우면 외부에서 구원투수를 불러온다. 당내에서 스스로 뭔가 해보겠다는 DNA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바닥에서부터 싸우고 올라가면서 자생력 있는 사람들로 정당이 채워져야 한다. 자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제대로 된 보수 정치의 기반을 밑에서부터 닦아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힌다.
 
채진원 연구원은 “이대로 계속 간다면 보수의 미래는 어둡다”고 말한다. 그는 보수 잠룡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싸우면서 당의 흐름을 바꿨고 문재인 체제가 들어서면서 당내 지지층 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선거를 통해 비노, 비문 세력들은 정리가 됐다. 보수도 극우가 아닌 새로운 지지층으로의 교체를 통해 당권을 장악하고 대권 후보가 나와야 승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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