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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무-4는 한국형 벙커버스터, 지하 300m 北요새도 파괴

중앙일보 2020.05.29 05: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 3월 시험 발사한 현무-4(가칭)가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지하 벙커 파괴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북한 지하벙커 파괴용 개발 확인
고각 발사시 전술핵무기급 위력

현무-4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3월 24일 충남 태안군의 안흥 시험장에서 쏴 이어도 북쪽 60㎞ 해상에 떨어진 단거리탄도미사일이다. 당시 2발 중 1발이 불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7년 6월 현무-2C의 시험 발사 장면. 지난 3월 시험 발사한 현무-4는 아직 시험 발사 장면이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

2017년 6월 현무-2C의 시험 발사 장면. 지난 3월 시험 발사한 현무-4는 아직 시험 발사 장면이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무-4의 탄두 탑재량은 2t이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사거리 1000㎞ 이하)의 탑재량은 보통 1t 정도”라며 “2t이라면 탄두가 지나치게 큰 가분수꼴”이라고 설명했다.  
 
현무-4의 탄두부가 상대적으로 크게 만들어진 데는 비밀이 숨어 있다. 핵탄두를 달 수 없는 대신 운동 에너지를 최대화하려는 목적에서다. 
 
ADD는 지난 3월 발사 때 정상 각도(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현무-4를 발사했다. 고각 발사는 북한도 많이 사용하는 시험발사 방식이다. 고각으로 발사하면 미사일의 고도를 높이는 대신 비행거리가 줄어든다.
 
현무-4 탄도미사일 설계 개념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현무-4 탄도미사일 설계 개념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현무-4는 외기권(고도 500~1000㎞)까지 올라간 뒤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하강하도록 설계됐다”며 “이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 위력이 전술핵 수준인 TNT 1㏏(1000t의 TNT를 터뜨릴 때 위력) 정도”라고 말했다. 
 
또 현무-4의 탄두부엔 화약은 조금만 넣고, 대부분을 중금속으로 채웠다. 탄두를 무겁게 해서 운동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지구에 운석이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파괴력을 상상하면 된다.
 
현무-4의 개발 목적은 북한의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것이다. 북한은 6ㆍ25전쟁이 끝난 뒤 전 국토를 요새화한다며 주로 화강암 지대에 6000개 이상의 지하 시설물을 건설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거대한 지하시설이 있으며, 유사시 북한 지휘부가 이곳에 숨는다고 밝혔다. 또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생산ㆍ저장도 지하 시설을 활용한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지하 깊숙이 구축한 시설을 타격할 수단이 마땅찮아 군 당국은 현무-4의 필요성을 예전부터 인식했다”며 “2017년 9월 한ㆍ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되면서 탄두 중량 제한이 풀려 본격적으로 현무-4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스텔스 폭격기인 B-2가 GBU-57 벙커버스터 2발을 투하하고 있다. [유튜브 Aviationist 계정 캡처]

스텔스 폭격기인 B-2가 GBU-57 벙커버스터 2발을 투하하고 있다. [유튜브 Aviationist 계정 캡처]

 
일각에선 현무-4를 미국의 항공 폭탄인 GBU-57에 견주기도 한다. '벙커버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GBU-57은 폭탄의 무게가 14t이며, 지하 60m까지 관통할 수 있다. 현무-4는 지반에 강한 충격을 줘 그 힘으로 지하 동굴을 무너뜨리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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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한때 개발을 검토하다 포기했던 ‘신의 지팡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신의 지팡이'는 인공위성에서 9.5t의 텅스텐 막대기를 지상으로 떨어뜨리면, 거기서 나오는 운동 에너지로 목표를 파괴하는 개념의 무기였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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