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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기준금리 인하 땐 떨어지던데…왜 올랐지?

중앙일보 2020.05.28 16:52
과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은행 업종엔 악재로 작용해 주가가 휘청거렸다.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줄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8일은 양상이 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인하했지만, 은행주들이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친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은행을 모아 만든 '코스피 은행 지수'는 이날 3.48% 상승했다. 모든 업종 중 최고 상승률이다. 코스피가 0.13%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종목별로는 하나금융지주가 전날보다 4.6%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우리금융지주(4.55%)와 기업은행(3.52%), KB금융(3.32%), 신한지주(1.68%)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사진은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사진은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가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악재' 해소

시장은 '금리 인하'란 악재보다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춘 만큼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이 한은의 마지막 금리 인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기준금리는 0.5%로 유지될 것"이라며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는 한, 국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금리 이슈보다 대내외 여건이 나아진 점을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주는 금리 인하 전인 지난 25일부터 나흘 연속 올랐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미국 은행 주가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데, 최근 미국 은행주가 많이 올랐다"며 "세계 경제 활동 재개로 은행의 이익 감소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여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26일(현지시간)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발언한 게 겹치며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대손충당금은 대출 손실에 대비해 준비하는 현금으로, 은행들은 경기가 어려우면 충당금을 쌓는다. 즉 JP모건 회장이 하반기 경기 회복론에 힘을 보탠 셈이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는 26~27일(현지시간) 이틀간 16.5% 뛰었고 웰스파고(15.6%), JP모건(13.3%) 등 다른 대형 은행주도 10% 넘게 급등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뉴스1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뉴스1

정부 정책, 은행주에 우호적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은행주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최근 은행 부담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꾼 영향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2차 긴급대출액의 95%를 보증해주고, 대출 한도를 1000만원으로 낮춘 게 대표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자영업자 긴급자금 대출 방식을 변경하고,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자금을 부담하면서 은행 책임을 줄여주는 등 은행 업종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줬던 정부 정책이 우호적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은행에 충당금 적립 확대를 권고할 것이란 점은 2분기 실적 악화를 불러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역사적 저점 수준인 주가를 고려할 때 정부 기조가 유지되면 부진했던 수익률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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