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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알려준 최고 여행법···서울 달린다, 철길옆 자전거길

중앙일보 2020.05.28 06:02

‘따릉이’로 즐기는 도심 자전거 산책

노원구 경춘선숲길.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로 옆에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조성했다. 아직 인적이 드물다. 거리두기를 하면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노원구 경춘선숲길.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로 옆에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조성했다. 아직 인적이 드물다. 거리두기를 하면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자전거가 코로나19로 인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단다. 지난 3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69%나 뛰었다(하나금융연구소). 자전거가 코로나19 시대에 최적화된 운동법이자 여행법이란 게 숫자로 입증된 셈이다. 자전거는 혼자 타는 특성상 감염 위험이 적고 운동량은 많다. 
 
서울시 자전거 길은 총 590개 노선, 길이는 940.6㎞에 이른다(서울시, 2019). 자전거 타기는 쉽지만, 좋은 길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길이 험하진 않은지,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지도 따져봐야 한다. 자전거를 끌고 노원구 ‘경춘선숲길’에 다녀왔다. 버려진 옛 경춘선(옛 화랑대역 일대) 철길에 놓인 이 길은 서울관광재단이 추천하는 ‘따릉이로 즐기는 가장 한적한 라이딩 코스’다.
 

추억을 달리다

철길 위의 젊은 연인. 경춘선숲길에선 흔한 풍경이다. 우측 뒤편으로 육군사관학교 정문이 보인다. 백종현 기자

철길 위의 젊은 연인. 경춘선숲길에선 흔한 풍경이다. 우측 뒤편으로 육군사관학교 정문이 보인다. 백종현 기자

경춘선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 서울 성동역과 강원도 춘천역을 잇는 기차로, 1939년 개설했다(1971년 경춘선 기점이 청량리로 바뀌었다). 경춘선 열차는 1970∼2000년대 대학생에게 ‘낭만’ 혹은 ‘청춘’의 다른 이름이다. 그 시절 툭하면 경춘선을 타고 대성리·가평·강촌 등으로 MT를 다녔더랬다. 누군가에겐 눈물겨운 입영 열차였다. ‘조금은 지쳐 있었나봐’로 시작하는 유행가(김현철 ‘춘천 가는 기차’)도 생각난다. 열차 안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의 까마득한 이야기다. 경춘선은 2010년 완전히 문을 닫았다.
 
기차가 사라진 철길을 이제는 두 발로 다닌다. 서울시가 2013년 경춘선 공원화 사업이 시작해 지난해 5월 완전히 개통했다. 철로 옆에 꽃과 나무를 심고 아스팔트를 깔아 길을 닦았다. 녹천중학교 앞에서 출발해 경춘철교, 공릉동 도깨비 시장, 옛 화랑대역 등을 지나 담터마을(구리시 경계)에 이르는 6.3㎞의 걷기길이자, 자전거길이다.  
 
경춘선숲길은 초행자에게도 쉽다. 편안한 평지고, 철길이 길잡이 역할을 해 길을 헤맬 걱정이 없다. 서울 시내 수많은 자전거길이 있지만, 철길 따라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기찻길을 달리는 운치가 대단하다.  
 

공트럴파크에서 간이역까지

'공트럴파크' 일대에는 잠시 자전거를 대고 쉴 수 있는 노천카페과 식당이 많다. 백종현 기자

'공트럴파크' 일대에는 잠시 자전거를 대고 쉴 수 있는 노천카페과 식당이 많다. 백종현 기자

경춘철교를 빠져나오면 본격적으로 자전거길이 열린다. 기차가 오가던 시절 방음용으로 심었던 잣나무들이 줄지어 서는데, 하나같이 푸르고 훤칠하다. 공릉동 도깨비 시장 일대는 이른바 ‘공트럴파크(공릉동+센트럴파크)’로 불리는 곳이다. 다분히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를 연상케 하는 네이밍인데, 규모는 작지만 풍경은 닮았다. 길 따라 어여쁜 노천카페와 식당이 진을 치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옛 화랑대역. 낡은 간이역과 기차, 철길을 배경으로 다양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옛 화랑대역. 낡은 간이역과 기차, 철길을 배경으로 다양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옛 화랑대역(화랑대역 철도공원)은 누구든 잠시 핸들을 놓고 들러 가는 장소다. 고종이 탔던 노면 전차 모형을 비롯해 1950년대 증기기관차와 협궤 열차 등이 철길에 놓여 있다. 경춘선숲길 인증 사진을 찍고 싶다면 여기서 카메라를 들면 된다. 열차와 철길, 간이역만큼 좋은 피사체도 드물다.  
 
옛 화랑대역에서 담터마을까지의 2.5㎞가 경춘선숲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육군사관학교와 바투 붙은 이 철길은 아직 개발의 때가 덜 탔다. 주변 빌딩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나무가 빽빽하고, 인적도 드문 편이다. 편의시설도 따로 없다. 사람 냄새보다 숲 냄새가 짙다. 덕분에 잠시나마 서울에 있다는 걸 잊게 된다. 서울시가 만든 경춘선숲길은 담터마을에서 끝나지만, 더 패달을 밟아도 좋다. 철길 따라 자전거 도로가 춘천까지 이어진다. 철로엔 여전히 청춘이 실려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옛 화랑대에서 담터마을까지 이어지는 2.5㎞ 구간이 경춘선숲길의 하이라이트다. 훤칠한 나무가 빽빽하게 에워사고 있어 서울에 있다는 걸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백종현 기자

옛 화랑대에서 담터마을까지 이어지는 2.5㎞ 구간이 경춘선숲길의 하이라이트다. 훤칠한 나무가 빽빽하게 에워사고 있어 서울에 있다는 걸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백종현 기자

 
여행정보
경의선숲길은 전체 6.3㎞ 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일부 자전거 통행금지 구역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야 한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입구에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빌릴 수 있다. 2시간 2000원. 옛 화랑대역은 경춘선의 역사와 추억의 소품과 의상을 볼 수 있는 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입장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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