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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3주는 집에서” 코로나 끝나도 재택근무 계속된다

중앙일보 2020.05.28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재택근무

재택근무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8일부터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1+3주’의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1주일 동안 사무실에서 근무한 뒤 3주일은 집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3주의 재택근무 기간에는 근무 장소에 대해 회사가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연락만 되면 집이 아닌 곳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절한 근무 형태를 찾기 위한 실험이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 기간의 업무 효율을 사무실 근무 1주일과 비교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근무 속속 도입
온라인 되면 어디서든 일해도 돼
SK이노, 1주일만 회사 출근 실험
NHN 매주 수요일 회사밖 근무
“회사근무와 차이없거나 좋다” 63%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근무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정착시켜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계열사 경영진에게 수차례 해왔다. SK케미칼과 SK가스는 지난달 말부터 2주간 ‘자유근무’를 하고 있다. 직원의 희망에 따라 사무실에 나와도 되고 집에서 일해도 된다. SK그룹은 오는 8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이는 ‘이천포럼’에서 재택근무 실험의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여러 사례와 장단점을 공유한 뒤 발전안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NHN은 27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직원들이 사무실 밖의 편한 공간에서 일하는 ‘수요 오피스’ 제도의 시범 시행에 들어갔다. 참여 대상은 NHN 본사와 자회사 직원 1300여 명이다. NHN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월 말부터 재택근무(원격근무)를 해왔다. 원래는 지난 11일 정상 근무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재택근무 기간을 연장했다.
 
정우진 NHN 대표는 “석 달간 원격근무를 시행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매주 수요일) 원격근무의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 효과를 면밀히 점검한 뒤 모든 계열사로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NHN 직원이 꼽은 재택근무 장단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NHN 직원이 꼽은 재택근무 장단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NHN은 재택근무에 대한 임직원 설문조사를 했다. ‘회사와 차이가 없다’는 답변이 36%로 가장 많았다. ‘집중이 잘 되고 일도 빠르게 진행된다’는 27%였다. 반면 ‘회사에서 일이 더 잘된다’는 12%에 그쳤다. 재택근무의 장점으로는 ‘불필요한 회의 감소’가 1위로 꼽혔다. 아쉬운 점으로는 ‘메신저 즉각 응답 부담’이 많았다.
 
김대호 NHN 게임플랫폼클라팀장은 “하루 두 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사라져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했다”며 “집에서 일하는 노하우가 쌓여 앞으로도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NHN의 실험이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확산할지 관심거리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앞으로 5~10년 안에 임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란 방침을 최근 공개했다.  
 
NHN 직원이 꼽은 재택근무 장단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NHN 직원이 꼽은 재택근무 장단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IT동사무소)에는 최근 ‘코로나19와 재택근무’라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서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선택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잘 만들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명재 스마일게이트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주5일 근무 중) 하루라도 재택(근무)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주 2회 회사 출근)와 카카오(주 1회 회사 출근)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체제를 운영 중이다. 넥슨도 주3일 출근제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이번 주부터 직원들이 주 5일 중 하루는 반드시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제도의 시행에 들어갔다. 국내 대기업 중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제도를 도입한 곳은 롯데지주가 처음이다. 이 회사 임직원은 150명 안팎이다.
 
신동빈 강한 의지, 롯데지주 주 1회 재택근무 국내 대기업 첫 시행
 
롯데는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점검한 뒤 다른 계열사로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시행해 보니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롯데지주의 주 1일 재택근무 시행에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을 앞두고 출장을 떠났다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일본에 발이 묶였다. 그는 예정보다 길어진 일본 체류 동안 화상으로 임원회의 등을 주재했다. 지난 2일 귀국한 뒤에는 14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이 기간에도 화상회의로 보고를 받으며 업무를 이어갔다.
 
지난 19일 대면 회의를 오랜만에 주재한 신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비대면 회의와 보고가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업무별로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꿔 효율적인지 고민하라”며 “향후 정기적으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를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현재는 인사 지휘권자가 같은 업무 공간에서 직원의 업무를 지켜보고 지시한다는 전제에서 근로시간 같은 각종 제도와 노동법이 만들어져 있다”며 “재택근무가 확산한다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선욱·박민제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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